어제(9월 14일/일요일) 오후 2시부터 ‘당원들이 말하고 국회의원들이 듣는다 : 할 말 있는 당원들 모이세요’라는 행사에서 발언했습니다. 더좋은미래와 다준다연구소(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간단히 말해서 청년당원들을 중심으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에 대해서 불만과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새정치연합의 당원은 아니지만 평소 이 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사정을 얘기해서 참가 신청을 하고 4번째 순서로 발언했습니다. 주제는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 재설정’이었습니다. 사회를 보신 이동학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장의 말씀처럼 ‘무척이나 예민한’ 주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발언을 마치고 나자 사회자께서 “마치 피를 토하는 것 같았다.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지 않나 걱정할 정도였다”고 농담을 하시더군요. ^^


의원님들 얼굴을 몰라 정확하게 숫자를 세어볼 수는 없었지만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이 열 분 이상 참석하신 것 같더군요.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대표인 김기식 의원이 인사말을 하셨습니다. 9명 발표자의 발표 순서가 모두 끝나고 우상호 의원님이 총평처럼 말씀하시는데, “정치를 15년 하고 재선까지 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별로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다음은 제가 발표한 원고입니다. 약간의 애드립도 있었지만 최대한 현장의 발언에 가깝게 살려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옛날 잠깐 유행했던 ‘적반하장도 유부녀’라는 우스개 표현으로 바꿔 써 봤는데 반응이 썰렁했습니다. 그런 표현 자체를 잘 모르신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역시 표현은 정중한 것이 기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공중파와 종편, 일간지 등 언론사 기자들도 많이 오셨고 녹화하고 취재하시더군요. 방송에서는 혹시 화면이 나갔는지 모르겠는데, 일간지의 경우 <뉴스원> 통신사의 보도를 인용해 <조선일보>가 제 발언을 소개했더군요. 제 소속을 밝혔는데도 새정치연합의 당원이라고 소개한 것을 빼놓으면 제 발언의 취지를 잘못 전달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4/2014091402233.html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를 재설정하자>



안녕하십니까?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 대표 주동식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를 주셔서 무척 감사하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호남과 민주당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매우 예민한 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1957년생으로 요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세대이며, 민주당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486 세대에 비해서 약간은 앞선 연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젊은 분들이 많이 오셔서 다들 기뻐하시는 분위기인데 저 때문에 수질이 좀 나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한 얘기만은 꼭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김근태 선배가 의장으로 계시던 시절 민청련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이후 공장에 들어가 노동을 한 적도 있으며, 이후 <주간노동자신문> 창간멤버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배경이랄까 그런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제안해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양심적이고 훌륭한 진보 지식인 여러분이 묘하게도 지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만은 거의 발언을 하시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라도 나서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차별 문제의 담론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품고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문제로 만나본 민주당의 모습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바로 그 실망감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연말 어떤 시민운동 단체의 연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참석하셨더군요. 이 분에게 제가 질문했습니다. 호남에 대한 저주와 혐오 발언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 표는 호남에서 얻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 하루에도 몇 개씩 나오는 것이 정당 대변인 성명인데 민주당의 대변인 성명 가운데 이 문제를 다룬 것이 단 하나도 없더라(실제로 제가 민주당 홈피를 뒤져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의원님 “다른 현안이 너무 많아서 그러겠지요”하시더군요. 아니 호남 문제는 현안이 아닙니까 그랬더니 대답을 안하시더군요.


혹시 여기 오신 민주당(저는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관계자 가운데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이 지난해 인종이나 지역 등을 이유로 혐오 발언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을 알고 계신 분 계십니까? 계시면 손 좀 들어보실래요? (딱 한 분 손을 드시더군요. 알고봤더니 안효대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이시더라는). 손 드신 분 복 받으실 겁니다.


제가 지난해 연말 모임 자리에 오신 민주당 의원님께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하시더군요. 안효대 의원, 새누리당 소속에 지역구도 울산입니다. 간단히 말해 호남 표를 의식할 이유도, 호남 사람들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분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법안을 발의하셨습니다.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증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고민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 소속 호남 지역구 의원 1호가 되신 이정현 의원님께서 호남에 대한 인사차별을 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셨습니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그 문제에 대해 발언하시는 분조차 찾기 힘들더군요.


제가 지난 7월 7일에 국회에서 인종주의적 혐오 발언의 현황과 대책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주관했습니다. 이 행사는 박주선 안효대 송호창 의원님께서 공동주최로 참여해주셨습니다.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룬 행사를 가진 것은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의원님이 여섯분 오시고 일반 참석자도 90명 정도 오셔서 나름 성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가 민주당 관계자에게 겪은 수모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떤 운동권 출신 의원의 보좌관을 만나서 겪은 일입니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보좌관을 만나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 토론회에서 무슨 얘기를 할 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이런 인종주의적 혐오발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호남에 예산을 더 달라거나 인사차별 없애달라는 얘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지방선거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런 주제로는 도와줄 수 없다는 겁니다.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호남이 뭉치면 영남도 뭉칠 것 아니냐, 호남 문제는 민주당이 당사자인데 당사자가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거론하느냐고 그러더군요.


아니 영남은 새누리당이 저렇게 열심히 챙겨주는데 호남은 민주당이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느냐, 다문화가정, 장애인, 성 소수자 심지어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민감성을 가진 분들이신데 왜 전국민의 25~30%, 1천만명이 넘는 호남민과 호남 출신들이 일상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외면하느냐고 그랬더니 이 자리는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잖냐고 가로막더군요.


그러면서 민주당이 영남발전특위를 만드는 것은 매우 모양이 좋지만, 호남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안된다, 대구가 호남보다 못 산다, 지역 말고 계급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제가 일일이 반박했더니 이 분이 마지막에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도 부모님이 호남 분이십니다. 그 마지막 한마디만 아니어도 제가 다 잊고 이런 사람도 있으려니 하고 말았을 겁니다.


평소에 호남을 비웃고 무시하다가도 상황이 불리해지면 내 부모가 호남 출신이다, 내 마누라가 호남이다, 내 친구 누구누구가 호남이다 이런 변명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거 비겁한 것 아닌가요? 실은 지금 민주당이 호남을 대하는 태도가 딱 이것 아닌가요? 평상시에는 호남을 위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 그런 말 꺼내는 것조차 싫어하고 막으면서도 선거 때가 되면 내 마누라가 실은 호남이어라우~ 아 내 부모가 전라도랑께요 이런 태도 아니냐는 겁니다.


민주당이 어려워질 때마다 혁신을 하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그 혁신에서 항상 빠지는 내용이 있더군요. 호남 문제가 그것입니다. 실은 호남 문제를 빼놓는다기보다 오히려 호남향우회가 문제라느니 호남 색깔을 빼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가 해법이랍시고 주로 거론되고 그렇게 호남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해온 것 같습니다.


저는 새정치니 헌정치니 따지기 전에 민주당이 지지자를 위한 정치를 한다는 정당 본연의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의 주류가 호남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호남과 어떻게든 거리를 두고 싶고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하면서 선거 때가 되면 와서 표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좌판 펼쳐놓고 초라한 모습으로 장사하는 부모 모습이 부끄러워 친구들에게 저 분 모르는 분이라고, 내 부모 아니라고 하다가 최신형 스마트폰 갖고 싶으면 그 부모에게 손 내미는 십대 아이들과 뭐가 다릅니까?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지난 재보선 때 문제가 됐던 천정배 의원 공천파동도 결국 호남 출신 거물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은 싫다는 것 아닌가요? 이런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호남 출신이 적지 않습니다. 대선이나 중요한 선거 때 너희는 표만 주고 시키는대로 하고 주는대로 받아먹고 끽소리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요? 중고등학교 일진들이 왕따에게 빵셔틀 시키듯이 표셔틀 시키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거 호남당이라는 말이 싫어서 민주당 분당했던 시절부터 민주당 친노세력의 기본 입장 아닙니까?


지금은 은퇴했지만 유시민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자주 했던 협박이 있죠? 우리가 당선은 못시켜도 낙선은 시킬 수 있다. 어떻게든 왕따와 소외, 고립을 벗어나 보려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는 호남의 취약한 처지를 악용한 아주 더러운 협박 정치였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호남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당시 유시민의 태도와 얼마나 다릅니까? 정말 다릅니까? 호남 너희는 우리 친노 PK 아니면 왕따 되잖아? 그러니까 끽소리 말고 표만 주고 시키는대로 해, 이거 아니냐구요.


얼마 전 선거패배를 분석하는 국회토론회에서 민주당은 당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는 당원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들으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대선후보 선출부터 모바일 투표니 뭐니 하면서 당원의 권리를 최소화해온 당에 당원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런 당이 당원이 없느니, 당원의 목소리가 없다느니 하는 것, 이거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닌가요? 민주당이 대선후보 선출 등에서 당원보다 일반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것도 결국 조직의 기반을 이루는 호남 출신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줄여보려는 속셈 아닙니까?


저는 민주당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서둘러야 할 겁니다. 죽어라고 민주당만 지지해온 호남 민중과 피눈물 나는 지지표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아까 얘기했던 유시민의 협박을 이제 호남이 민주당을 향해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니들 대통령은 못 만들어도 국회의원 못하게 만들 수는 있어야~ 까불지들 말란 말이여, 이 싸가지 없는 것들아!” 이렇게 말입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이런 소리를 하는 제 마음도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민주당에 남은 애정을 다 긁어모아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말 민주당이 제대로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맨날 뼈를 깎는다고 하는데, 그 뼈 영양가 없어서 아무도 먹지 않습니다. 남은 뼈로 힘내서 호남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참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