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때쯤 대동강변을 거닐기가 딱 좋을 것이다. 강변에 사람도 그닥 많지 않고 차량 매연이나 소음도

없으니 강변에 줄 지어 선 버드나무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양각도 호텔

은 대동강 가운데 있는데 저번에도 그런 얘길 썼지만 이 호텔 식당에서 제공하는 밀가루 빵은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자체생산 밀가루로 만들었다는데 담담하고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남녘 서양식 빵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쩌다 행운으로 09년 방북했을 때 먹었던 그 빵맛을 잊을 수 없다.

 바로 어제 인천공항으로 북의 선수단 선발진이 들어왔다. 버스를 타고 선수단 숙소로 이동하는 선수단들이

남녘의 많지 않은 환영인파를 발견하고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젋은 운동선수

들이라 그 표정이 순박하고 발랄하다. 여성 선수들의 미소짓는 얼굴에서 '역시 같은 동포인지라 우리네 시골

처자들의 소박한 표정과 아주 흡사하구나' 라고 느꼈다.

 

 분단 70년, 통일은 그만두고라도 남북 왕래조차 꽉 막혀 있으니 참 딱하고 딱한 일이다. 통일에 대한 홍보문과

말들은 요란한데 실제는 아무것도 없다. 인터넷 자칭 우익들은 지금도 적의를 불태우느라고 여념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한반도 깃발 하나를 크게 만들어 들고 인천으로 가서 아세안 게임 기간 동안 거기 머물며

북의 동포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응원으로 몇명 안되는 그들의 마음이라도 동포의 정으로 따뜻하게 녹여주

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왕래가 허용된다면, 당분간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서울에서 오전 차로 출발하면 점심 때 평양에 도착해서

북의 알뜰한 조선식 한식으로 맛갈스런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냉면 냉면 하지만 사실은 숭어찜이나

장국 같은 좋은 음식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이번 아시안게임 입장식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그 행진곡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지난번 북경 아시안

게임 개막식 때 북측 선수단이 입장하는데 바로 그 행진곡이 울렸다. 북에는 여러 노래들이 있고 나는 네다섯

가지 노래를 알고있다. 그런데 유독 그 노래만이 좀처럼 멜로디와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 노래는 내 생각

에 체육대회 행진곡이건 축구대회 개막노래건 세계 여러 노래 가운데 가장 멋지고 신바람 나는 노래이다. 작곡

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중국의 많은 노래를 만들어낸 정일성일지 모르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통일 이후라도

그 노래만은 통일 한국의 노래로 전용할 수 있다면 좋을 거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국 인천에서도 북 선수 입장

시에 그 노래를 들려줄까?  북경에서 들었던 노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과연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