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선거 사건을 몇 번 해본 입장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우 러프하게 말씀을 드리자면요.


1. 공직선거법의 벌칙 규정은 사전선거운동을 비롯한 선거운동기간위반죄와 각종 부정선거운동죄, 그리고 특별히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 공무원의 선거운동이나 선거관여를 금지하기 위한 지침은 오래 전부터 이미 안전행정부(그러니까 행정안전부 이전 시절부터)를 통해서 내려오고 있으며,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3. 다만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률 또는 조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될 때, 이른바 법조 경합이나 상상적 경합과 같은 상황일 때에는 법률해석의 기본 원칙에 의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보다 적합하게 의율할 수 있는 법률이 적용이 되고,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추가적인 구성요건 요소들의 해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사안의 경우에는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함은 당연한데,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위 1.과 2.를 고려하더라도 3.의 경향으로 인하여 다소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위반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그리고 같은 법 제86조에 대하여 제85조가 특칙의 성격 - 즉 형법 제355조의 횡령죄(제1항)와 배임죄(제2항)가 함께 문제가 될 경우 특칙의 성격을 갖는 횡령죄로만 기소하고 선택적 또는 택일적 기소를 하지 않는 경향과 유사하게, 왜냐하면 이러한 경합이 있을 경우 가중하지 않는다면 처벌의 형량에 별 차이가 없어 택일을 해도 결론은 동일할 것이므로 -을 갖고 있으므로 제85조만으로 기소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5. 여기서부터는 제가 판결의 이유를 추측하는 것이므로,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가. 공직선거법 위반은 ‘특정 후보’의 당선 등에 관한 뚜렷한 목적과 이를 위한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는바,


나. 단순히 자신(사안의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정치적 성향으로 인하여 어떤 이념 진영 인사의 당선 또는 낙선만을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즉, 반드시 그 사람 '박근혜'가 아니라 보수 진영 인사인 누군가를 지지할 의사가 있고 그 누군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다른 사람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다. 그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에서 ‘능동성’이 드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그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이미 조성(즉, 지지자들이 충분히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의 상황이 존재)되어 있고 거기에 편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직접 주도하거나 적어도 그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능동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라. 또한 ‘계획성’이란 단순히 직무행위의 연장선에서 행해지는 행위에서 드러나는 성격과는 구별되는 특성으로서,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행위를 전제하고 있으니만큼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행위가 존재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인데 그러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계획성’ 역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는 것이죠. 참, 각 요건들을 별개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특정성', '능동성', 그리고 '계획성' 중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선거운동 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6. 물론 저는 당해 판결을 지지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설령 5.와 같은 이유나 그것이 아닌 다른 이유로 판결이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정치관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공무원에게 엄정한 중립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비추어보았을 때, 피고인의 행위는 저러한 구성요건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어 유죄판결을 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7. 판결문을 보지 않고 글을 쓰자니 정말 조심스러워지는군요...; 게다가 저로서는 정치적 관점을 넣어서 막 풀어 젖힐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