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담배를 한참 많이 피울 때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깟것 얼마나 한다고... 정 비싸면 싼 것 피우면 되고, 그래도 비싸면 끊으면 되지... 이런 식으로 뱃속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인터넷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 의외로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데 대해서 좀 놀라게 된다.

 

 

아무튼 강 건너 불처럼 느껴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내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논란을 계기로 옛날 담배 끊던 시절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창피하지만 내가 담배를 끊게 된 것은 몇 가지 사소한 계기들이 중첩된 때문이었다. 교회학교 교사를 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던 어느날, 가르치던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각자에게 바라는 것을 얘기해보고, 나에게도 바라는 게 있으면 얘기해봐라"고 했더니 다들 은혜로운 얘기만 하는데 한 녀석이 말 그대로 돌직구를 날리는 게 아닌가?

 

 

"선생님이 담배를 끊으면 좋겠어요."

 

 

너무 무안하고 창피했지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창피한 것은 그런 창피를 당하고도 내가 담배를 당장 끊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다시 시간이 흘러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도로정체 현상은 순전히 자가용 승용차의 증가 때문이며, 이것은 거대 자동차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 때문이며,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외부효과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으며, 결국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던 나는 나이 40대 중반에 이를 때까지도 운전면허라는 게 없었다. 사실은 정치 사회적 소신 때문이라기보다 게으름이 더 큰 작용을 했겠지만.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직업을 잃고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새로 취업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우선 운전면허라도 따고 보자"는 생각을 했다. 운전면허가 있으면 하다 못해 노점상이라도 할 수 있겠지... 이런 단순무식한 생각이었다.

 

 

필기시험을 마치고 코스 주행을 하는데 그만 불합격을 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소한 시험에,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미끄러지다니. 별로 비분강개할 것도 없는 이 사건이 나를 무척 절박하게 만들었다.

 

 

면허시험장을 나오면서 나는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하나님께 말했다.

 

 

"하나님, 저 오늘부터 담배 끊을 테니 다음에는 면허시험 합격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담배갑을 꺼내 힘껏 구겨서 그대로 길거리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아,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그 담배갑, 포장을 뜯어서 겨우 두세 까치 정도 피운, 말 그대로 통통하게 속이 꽉 찬 그런 담배갑이었다. 그걸 집어던지면서도 속으로 정말 일말의, 정말 눈꼽 한 알갱이만한 아쉬움조차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거야 말로 사기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뒤로 만 11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 같다. '같다'는 표현을 쓴 것은 나는 전혀 피운 기억이 없는데 어느 후배 녀석이 "형 술자리에서 피우는 것 봤는데..."라는, 섬찟한 지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모르기는 해도 그 녀석이 딴 사람과 헷갈렸거나 또는 꿈속에서까지 나를 만나서 서로 악담질을 하던 기억이 현실과 헷갈렸거나 그랬을 것이라고 믿는다.

 

 

약간 농담처럼 흘렀지만 나는 정말 그 약속 이후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다만 꿈속에서는 가끔 내가 담배를 피워물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고 경악하곤 한다. 아직도 가끔 그런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이 꿈은 '다시 군대 끌려가는 꿈'과 함께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담배 끊은 지 6개월 아니 길게 잡아서 1년 정도 지나니까 담배에 대한 육체적인 욕구는 거의 사라졌던 것 같다. 그래도 끈질기게 남는 것은 바로 어떤 정서적인 욕구였다. 아, 바로 이 대목에서는 담배를 한 대 꺼내서 불을 붙여서 한 모금 들이마시고 다리를 꼬면서 뭔가 허탈한 듯한 미소를 지어야 제격인데... 이런 정서적 사치를 포기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담배를 끊던 당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내 경험을 비춰보니 나도 나름 금단 증상을 겪기는 했던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눈밑 근육이 내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푸들푸들 떨리는 현상, 자다가 다리를 경련하듯 내지르는 현상 등이었던 것 같다. 뭔가 표현하기 힘든 졸음 상태 같은 것도 많이 느꼈다. 깨어있으면서도 잠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간의 흐름을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몇십 분 흘러가버린 듯한 기분을 느낀 적도 있었다.

 

 

물론 좋아진 것이 훨씬 더 많았다. 무엇보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는 것 그리고 식욕이 좋아졌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끔 담배 피우는 사람과 얘기할 때 심한 담배 냄새를 느끼게 되면 옛날 나에게 담배 끊으시라고 했던 그 중고등부 제자 녀석이 아마 나와 얘기할 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좀 거북한 얘기도 있다. 담배 끊고 몇개월쯤 됐을까,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 가면서 겪은 일이다. 내 바로 옆에 어떤 젊은 여성이 바지를 입고 서 있는데, 자꾸 묘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아, 이 여성이 지금 생리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경험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한 적이 없는, 유일했던 것이어서 나로서는 담배를 끊은 후 무척 후각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가능했던 경험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아, 중요한 얘기를 빠트렸다. 나는 이후 면허시험에 곧바로 합격했고, 실제로 1종보통 면허를 이용해서 1톤 트럭을 타고 노점상도 잠깐 했다. 노가다 생할도 했고. 그런데 여전히 내 소유의 승용차를 가져본 적은 없다.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게 쉽게 바뀔 성격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승용차를 가끔 운전하지만, 내 소유의 차량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