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뜸해졌지만 영화 <명량>이 막 개봉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에서 나름 자신이 원하는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끄집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도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과 그 분이 하시는 말씀에서, 그 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새삼 얻게 되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나에게 아직 전선 12척이 남아 있습니다."

 

나에게는 저 메시지가 현재도 유효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남은 배 열두 척은 무엇일까?

 

일베 회원들의 광화문 폭식 투쟁을 보면서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솔직히 말해서 일베 회원들의 저 질주를 막아낼 명분이 지금 새정련을 비롯한 범야권, 범진보 진영에는 거의 없다. 명분도 논리도 없이 그저 불쾌하다는 반응일 뿐이다. 애초부터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을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저들의 행동에 대한 불쾌감을 공유하기도 어렵다.

 

먹을 게 없어 배고파 쓰러지는 사람들 앞에서 맛있는 음식을 쳐묵쳐묵 한다면 욕 쳐먹어 마땅한 쓰레기 짓이다. 하지만 어차피 자발적인 의지로 단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들 역시 자신들의 의지와 선택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것을 비난할 논리도 명분도 희미하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야권은 일베를 압도할 도덕성과 명분을 어느새 대부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야권/진보 진영에 남은 배 열두 척이 바로 호남이다. 일베와 새누리당이 아무리 고상한 척하고, 애국자 코스프레를 해도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과 저주, 증오 그리고 박정희 이래로 몇십년 동안 극악한 차별을 해오고 있는 그 압도적인 현실과 증거를 가릴 수는 없다.

 

일베의 광화문 폭식에 대해서 질문해야 한다. 그래, 니들 그동안 호남 인종(일베식 표현이다)을 몰살시키자고 그랬던 것은 유효한 거냐? 이제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나왔으니 호남 몰살을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실행할 계획이냐?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것이 야권/진보 진영에 남은 배 열두 척이다. 그래서 여전히 호남은 400여년 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남은 배 열두 척이다.

 

그럼 지금의 원균은 누구인가? 누구기는 누구겠는가? 김대중과 호남 민중이 힘들여 쌓아놓은 전선과 병력과 양식을 한꺼번에 털어쳐먹은 노무현과 그 똘마니 새끼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