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차칸노르님께서 올리신 "90% 사실이라는 '부러진 화살'을 어떻게 볼까:라는 글에 대한 반론입니다.
차칸노르님의 글 : http://theacro.com/zbxe/?document_srl=511378&mid=free&comment_srl=511577&rnd=511577#comment_511577

 

정지영의 “부러진 화살”은 “부러진 진실”이다 - 사실을 다르게 말하는 것만 왜곡이 아니다.


1. 온전한 사실은 사실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지 양자의 관점을 단순 조합하는 것이 아니다.

님께서는 온전한 사실을 전체적으로 보는 방법은 양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죠. 그런데 님의 해석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지영 감독이 김명호의 입장에서 90% 사실을 영화에 담았음으로 50%*90%=45%라는 기계적 수학공식을 대입해 45%의 사실(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실(진실)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없습니다. 사실을 두고 각자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뿐이죠. 이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45%의 사실(진실)을 담았다고 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지요.

영화가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그 사실 속에서 김명호의 입장을 잡아냈다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영화감독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사실을 왜곡한 후에 그 사실이 진실인 양 하는 것은 선후가 잘못된 것이지요.

이런 사례는 영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그 한 예로 와이셔츠 혈흔 문제를 다루는 장면을 들겠습니다. 이 영화는 석궁테러 재판 2심을 담고 있어 1심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1심에서 이 문제는 다루어졌고 이미 속옷+내복+와이셔츠+조끼에는 동일한 남성의 피가 발견되었고 양복상의에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과수의 분석자료가 나와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분석자료는 김명호의 홈피에 버젓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진실)입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나요? 아예 이 사실 자체가 생략되어 있지요. 사실을 단순히 다르게 표현한 것만이 왜곡이 아닙니다. 이런 불리한 사실을 숨기는 것도 왜곡이며, 실제 이렇게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은 선택하고 불리한 부분은 버리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왜곡이지요. 전자는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쉽지만 후자는 힘들기 때문이죠. 조중동이 이런 방법을 쓴다고 얼마나  우리가 비난을 퍼부었습니까? 그런데 이런 짓을 용인해야 할까요? 영화이니까 괜찮다고 한다면 그것은 각자의 주관으로 어쩔 수 없지만 언론이 이런다면?

하나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영화는 김명호가 석궁 발사연습을 한 것이나 회칼과 노끈을 석궁 가방에 넣어 온 것은 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김명호가 박홍우를 단순히 위협만 했지 상해(혹은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으로 몰아갑니다.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그 속에서 김명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단순 위협을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은 사실 왜곡이기 때문에 관점을 논하거나 사실의 해석을 한다는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2. 관점의 굴절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했다.

님께서는 영화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관점이 다를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이 영화는 의도와 목적에 맞게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사실 판단이 먼저가 아니라 가치판단을 먼저 하고 그에 맞춰 사실을 왜곡한 것이죠. 사실이 왜곡 된 이상, 관점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정지영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 사실 속에서 김명호의 관점을 담아내고 해석해 냈다면 제가 이렇게 비난하지 않습니다. 110분의 짧은 시간에 어떻게 모든 사실을 담아낼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중동도 48면의 제한된 페이지에 모든 사실을 담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면 어떻게 답하시렵니까?


3.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사실은 사실일 뿐.

금태섭 변호사나 차칸노르님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사실은 사실일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영화로 받아달라고 요구한다면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습니까? 언론들과 지식인들,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한겨레, 경향 등의 언론을 보십시오. 여전히 부러진 화살의 영화 속에서 자기의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려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님께서는 이것을 오보라고 부르지만 저것은 의도를 가진 아주 나쁜 왜곡입니다. 이것을 오보라고 변명한다면 조중동은 이 때까지 왜곡을 한 적이 없다고 해야 합니다) 이번 주 한겨레21은 박훈 변호사의 글을 포함해 부러진 화살을 소재로 사법부 비난하는 기사로 채워져 있더군요. 그 기사에는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는 찾아 볼 수 없었고 공판기록을 찾아 읽어본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 기사 중에 영화를 본 법대 1학년생들의 반응에서도 영화가 실제와 같다고 인식하고 있더군요. 주변에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세요. 거의 대부분이 실제를 그대로 영화가 담았다고 생각하고 사법부를 비난하는 말을 꼭 합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마저도 검찰의 민주당 돈봉투 압수수색을 비난하면서 “부러진 화살”을 빗대 “부러진 칼날, 부러진 압수수색”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전하려는 지식인들은 또 얼마나 있습니까?


4. 영화의 의도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나타나는 아이러니

정지영과 차칸노르님은 영화가 의도한 바는 99명을 놓치더라도 1명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은 어떠습니까? 1명을 위해 99명의 피해자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이 영화로 고초를 겪고 있지요. 피해 당사자인 박홍우 판사, 석궁테러 재판을 한 김용호 판사 등은 마녀사냥을 당해 능지처참 수준의 매도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담당 경찰과 검찰도 조작혐의를 뒤집어 쓰고 있구요. 영화는 영원히 남을 것이고 심심찮게 앞으로도 거론될 것이며, 사람들의 기억도 이들에게 찍힌 낙인을 잊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김명호는 명백한 가해자이며 자기 잘못이 있지만 아무 잘못이 없는 이들이 왜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합니까? 님들의 가족이 이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과연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영화는 만의 하나 발생할 1인의 피해자를 구하자는데 정작 그 영화로 99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처참한 피해를 보는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하실렵니까? 이 영화로 사법부의 개선이 기대되어 전체 대중의 이익이 증가한 것이니 괜찮다고 말씀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