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해서 "90%는 사실이다."라는 정지영 감독의 말이 김명호의 입장에서는 사실입니다. '판검사'의 입장에서는 거짓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김명호 사건의 온전한 사실이라는 것은  김명호 측의 주장과  '판검사' 측의 주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를 모두, 전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김명호의 주장만 집어 넣으면 절반만 사실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절반만 사실이라는 것은 전체적으로는 아주 큰 거짓입니다. 그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거짓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서 떼어낸 그 절반의 사실 부분에서 다시 그것은 90%만 사실로 돼 있다하니 전체적으로는 45%의 사실이라 봐야겠죠.

사기꾼은 한 번의 거짓말을 하기 위해 아흔아홉 번의 참말을 한다고 합니다. 즉 99%의 사실과 1%의 거짓을 섞여서 아주 큰 하나의 거짓이야기를 만듭니다. 99%의 사실로 된 이야기도 큰 거짓인데 45%의 사실이라는 것은 충분히 큰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45%의 사실이라는 것은 그냥 허구입니다.

'부러진 화살'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전적으로 김명호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을 '판검사'의 입장에서 만들면 똑 같은 등장인물을 가지고, 그러나 정지영의 '부러진 화살'과는 전혀 다르게 김명호를 완전 정신병자처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영화를 미디어교육학자들처럼 크로스 뷰 크로스 체킹 등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본다면 정감독이 말한 90%의 사실이라는 말은 사실은 45%의 사실일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아주 큰 거짓이고 허구라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만, 일반인들은 그런 크로스체킹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냥 일방적으로만 받아들입니다. 즉 정지영 감독이 90%는 사실이다라는 말은 45%만의 사실이 섞여있는 완전한 허구라는 걸 일반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크로스 뷰, 크로스 체킹 훈련은 미디어교육학자 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훈련을 받습니다만 우리 나라 언론의 가장 큰 고질병이 크로스 뷰, 크로스 체킹 같은 기본을 무시하여, 대립되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보(?) 언론이건 보수(?) 언론이건 메이저 언론이건 마이너 언론이건 다 오십보백보입니다. 이점 때문에 사람들이 조중동을 '수구기득권' 언론이라고 부를 때 저는 거기에 동의하면서 추가적으로 한경오도 '수구미득권' 언론이라고 부릅니다.

김명호의 관점과  '판검사'의 관점, 이 두 관점의 보도가 종합된 기사를 찾아보셨나요? 저는 검색을 해봤지만 아직 못봤습니다. 우리 나라 수구기득권 언론과 수구미득권 언론의 이러한 고질적인 행태들 때문에 정지영 감독이 "90%는 사실이다"라는 말은 "45%만의 사실이 섞여있는 완전한 허구"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걸 일반 대중들은 더더욱 알아채기 어려워집니다.

한겨레 등이 김명호의 입장에서 사실을 보도 합니다. 한겨레의 사실 보도는 절반의 또 다른 사실을 보도하고 있지 않기에 전체적으로는 거짓 보도입니다. (한겨레가 공판 기록, 국과수 수사결과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부분은 거짓 보도이기는 한데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오보입니다.) 그리고 또 한겨레와 다른 입장에 선 많은 보수 언론들이 재판부의 입장에서 사실을 보도 합니다. 그것 역시 사실로 이뤄졌지만  마찬가지로 또 다른 절반의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거짓 보도입니다.

일전에 100분 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했습니다. 법조인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 등은 영화에서 팩트의 왜곡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권위적인 태도와 국민들의 불신을 영화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법조인 출신의 노영보 변호사 등은 현실적으로 팩트의 왜곡으로 인한 문제가 크므로 우선적으로 여기에 비판을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노 변호사의 견해에 동감하지 못합니다. 동감 못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팩트의 왜곡으로 인한 문제가 크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나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에 점수를 준다면 85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지고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법부 불신하는 사람들이 2009년 시사저널 조사에 의하면 절반이 넘고 2012년 최근 조사에 의하면 70%를 넘습니다. -저 역시 실제로 재판받아 보고 하면서 사법부가 엉망이라는 거 실감하고 있습니다.-

금 변호사의 주장은 노 변호사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한 상태에서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는 주장입니다. 물론 노영보 변호사의 우려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제작됐기 때문에 팩트의 왜곡에 대해 영화를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팩트의 왜곡이 아니라 관점의 굴절입니다. 관점의 굴절을 인정하지 못하면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의 건강함과 진보를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현실적인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금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회피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거시적인 문제에만 집중을 하려 한 것인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대중 관객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만, 이건 대중의 속성입니다. 대중의 속성이 이러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언론은 관점의 굴절을 제대로 보여줘야하는데 그런데 우리 나라 언론은 여러 굴절 가운데 자기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는 하나만 보여줍니다. 그렇게 다양한 굴절을 일반화하고 하나로 몰아갑니다. 그리고 하나로 몰아간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도하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언론의 행태에 대한 대처는 위에서 말씀드린 우리 나라 언론의 실정상 한겨레가 김명호의 입장에서 절반의 거짓 보도를 하고 있다는 문제는 '판검사'의 편에서 절반의 거짓 보도를 하고 있는 또 다른 많은 보수 언론이 있다는 것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나라 언론 수용자들의 현실입니다. 이 모든 언론 보도들을 종합해서 봐야하는 수고와 불편함을 감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디어, 언론의 행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미디어교육이 부실한 우리 나라의 현실이 많이 아쉽고 또 우려스럽습니다.

ps:  구체적인 재판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을 많이 드려서 생략합니다.  99%의 가능성을 따지는 실체의 문제가 아닌 1%의 가능성을 따지기 위한 절차의 문제,  형소법 제 307조 제 2항의 해석문제로서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김명호의 주장이나 요청은 대부분 황당한 것들이지만 그 중에 몇몇은 고려해볼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처하는 재판부의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혈흔일치 감정요청 등을 그냥 거절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만 하면 옳은 것인지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