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나 미국 회사나 중간 관리직에 무리가 많이 가는 건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이고, 받는 월급에 비해 주어지는 업무의 양이 너무 가혹하지요. 여기서 미국 회사는 제가 겪은 미국 서부의 좀 젊은 회사들을 말합니다.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기업들은 아마 우리나라 대기업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습니다.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을 맡아야 하고, 분기별로 마일스톤을 관리해야 하고, 평가의 기준이 되는 아웃컴들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아래사람들의 최선을 쥐어 짜내야 하고, 윗사람들이 원할때 원하는 자료를 가져다 바쳐야 합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바뀌는 변덕스러운 상황에도 대응을 해야 합니다.  경쟁 회사를 염두해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회사내의 다른 부서들은 때때로 경쟁 회사 이상의 적수가 됩니다. 회사의 내부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하고, 어느정도 '인맥'도 갖추고 있는편이, 본인 출세는 물론이거니와 본인이 맡은 팀을 위해서도 도움이 됩니다.  자기팀에 좋은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서도 노력도 해야 합니다. 


그래도 겪어본 결과 몇가지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긴 있었습니다.


1. 연차 혹은 나이랑 직책이랑은 상관 없다. 가장 큰 차이가 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딱히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면 20년이건 30년이건 그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먼저 승진해서 직책 역전 일어나는 일도 충분히 자주 일어납니다. 게다가  (적어도 겉으로는) '나이'를 신경쓰지 않는 문화기 때문에, 새로들어온 젊은 사람이 20년 일한 나이든 사람 관리하면서 업무 지시하는 일도 낯설지 않습니다.  제 보스만 해도 나보다 약간 어리지만 기존에 있던 조직을 갈아엎고 수장이 되었습니다. 


2. 직책이 높다고 꼭 연봉이 높지는 않다.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직책은 높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 밑에 있는 사람보다도 더 적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염두해 둬야 되는 점은  한국 회사들 처럼 연봉이 그냥 매년 오르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최초 연봉 계약의 금액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입사 시점에서 연봉을 올려 받는게 유리합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에 있던 연차/직책 높은 사람보다 연봉 높은 일이 종종 발생하겠죠. 제 밑에 있는 애도 저보다 연봉 더 받는 사람 있습니다. 


3. 매니저가 아래사람 마구 윽박질러서 갈구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똑똑하고 일 잘하는 애들은 갈데가 많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회사 측이 딱히 절대 갑이라고  말할 처지가 못됩니다. 외려 매니저가 자기 능력을 "왜 내가 니들을 지휘하는지 보여주겠어" 정도로 자기 능력을 보여줘야, 애들이 말을 좀 듣습니다. 물론 범상한 애들은 제외. 그런애들은 놀면서 시간 안보네게 관리해 줘야 합니다만 얘네들도 언제 나갈지 모릅니다. 그러니 회사는 애들 안나갈 만큼만 월급주고, 애들은 회사에서 안짤릴 만큼만 일하는 그런 평형 관계가 성립합니다. 


4. 학력은 처음 입사할때 이력서 쓸때만 도움이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회사 내부에서 업무 평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인맥은 좀 미묘한데, 어쨌거나 매니저가 되었으면 뭔가 팀이 아웃풋을 못내면 얄짤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회사랑 비교해 보면 일장 일단이 있는것 같습니다. 한국 회사 (대기업)은  버티다보면 어느정도 까지는 직급이 자동으로 올라가지요. 나이가 어리거나 깃수가 낮은 사람들이 보스가 되는걸 되게 껄끄러워 하고요. 그러니 이게 사원들 입장에서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잘 버티기만 하면, 직급도 높아지고 월급도 올라가니까요. 


반면 미국 회사들은 진급이 쉽지 않습니다. 몇년이 지나도 그자리에 고정되기 쉽상이지요. 대신 매니저들은 확실히 좀 스마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단순히 '아랫사람 갈궈서 성과 뽑아내기'만을 잘하는 매니저는 (물론 없는건 아니고 꽤 많지만), 결국 어느정도 레벨에서 한계를 보이고 거기서 끝입니다. (그래서 진급이 막힌 사람들이 돈을 더 벌수 있는 방법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연봉을 올려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말단 레벨에서 직원들의 퍼포먼스는 한국이 더 나은것 같은데, 회사 전체의 퍼포먼스는 미국 회사들이 더 빠릿빠릿한 이유중에 하나는 중간 관리직의 능력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최고 레벨 경영진의 능력 또한 지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