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가 위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아크로가 위기라는 얘기는 몇 번 나온 것 같습니다. 내가 기억을 잘 못하고 있는 건가요?

저도 아크로의 한 회원으로서 그리고 아크로에 비교적 자주 글을 올리는 필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몇년 전부터 얘기한 것처럼, 대한민국 토론 사이트로서 갈만한 곳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서 특히 아크로처럼 수준을 갖춘 사이트의 현실은 제게 관심거리이기도 합니다. 내가 글을 올리건 안 올리건 아크로 같은 사이트가 약화되고 위기가 찾아온다면 상당히 안타까울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연구해본 결과를 아크로 위기론의 원인이라는 주제에 담아서 얘기한 겁니다.

제가 그 글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크로의 위기 또는 변화의 필요성은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한계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즉, 친닝구 반노 담론을 생산하는 토론 사이트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그 후속의 발전 경로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즉, 아크로에서 현재 주로 거론되는 반노/친닝구 토론은 이제 식상한 느낌이 있습니다. 좋은 노래도 석삼절이더라고, 이제 거론할만큼 거론하고 알려질만큼 알려진 얘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크로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뤄지는 토론은 소모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즉, 새로운 논점이나 정보 등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알려졌던 사실을 재탕 삼탕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거죠. 흔히 동어반복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가 발제글과 댓글이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누구나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대선 총선 지선 재보선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선거나 주요 정치 이벤트가 생기면 아크로의 발제글과 댓글도 늘어납니다. 그런 이슈가 없으면 또 토론이 잠잠해지구요. 이것은 아크로의 토론 발제가 담론의 형성과 이슈를 주도하기보다는 외부의 정치 이벤트에 의해 끌려가는, 수동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한계를 벗어나 좀더 생산적이고 이슈를 주도하는 방식의 토론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제가 논란이 많은 주제인 공인 자격증 제도의 개선이라는 문제로 발제를 한 것도 하나의 샘플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크로의 반노 담론이라는 것이 그냥 과거에 벌어졌던 노무현과 친노 정치인들의 추잡하고 허접하고 더럽고 싸가지 없는 짓거리를 폭로하는 데 그쳤다... 그것 자체도 훌륭하고 가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친노들의 패악을 청소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친노들이 중심으로 삼고 있는 사상과 이념, 정치경제적인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 내 핵심 요지입니다. 자격증 제도에 대한 제 발제를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는 것 많고 가진 것 많은 강남좌파나 깨시민 성향의 친노들의 이론적 근거에 대한 공격이라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친노 공격을 하자는 얘기가 아크로의 정체성을 바꾸자는 얘기처럼 들리십니까? 내 표현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이건 정말 오해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제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찾아봤더니

[ 진보진영, 야권, 새정련 등에서 친노세력의 영향력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를 위해 가장 먼저 타격해야 할 지점이 새정련에 또아리 틀고 있는 노빠들의 영향력이라고 봐요. ]

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이게 아크로를 반노 일변도의 사이트로 바꾸자는 얘기입니까?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이뤄져왔던 친노에 대한 공격이 보다 실천력을 갖자는 얘기입니다. 이건 아크로에 오는 친노들은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일이고, 그동안 아크로에서 진행됐던 반노 담론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담론의 수준을 좀더 높이자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아크로에는 반노 논객이 많은 편이고, 저 역시 그런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에 친노 성향의 회원들이 제 발제에 불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라면 반대의 발제를 하시면 됩니다. 즉, 아크로는 지금보다 더 친노의 색깔이 강해져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 됩니다. 그런 얘기를 누가 못하게 말리나요? 그렇다면 제 얘기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 하지 말라'는 소리는 하지 마라는 겁니다.

이래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저는 아크로의 규칙이나 정관 등을 바꾸자고 한 게 아닙니다. 아크로의 회원들 그 중에서도 반노 담론에 동의하시는 분들에게 '토론 활동의 품질을 높이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저는 아크로의 공식 규칙 등을 바꿀 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발언에 대해서 '그런 발언을 하지 마라'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분들은 지금 매우 중요한 인권 침해를 하고 계신 겁니다. 내 입을 틀어막고,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겠다는 얘기를 하는 거에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내가 일베충 쓰레기들처럼 같은 나라에 사는 동포들을 학살하자는 얘기를 했나요? 반대로 박근혜 싫으니 총 들고 무장투쟁 하자는 얘기를 했나요?

포추나님의 토론 제안을 제가 한심하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에요. 반노 담론에 새로운 것도 없고 그러니 이제 좀더 차원을 높여서 생산적인 담론을 전개하자는 판인데 뭐요? 친노 반노 토론 배틀을 하자구요? 숱하게 쌓아온 토론 내용에 대해서는 생까고 처음부터 다시? 누구 맘대로? 이건 두뇌불량에 양심불량이 결합한 거에요.

저는 아크로에 있는 동안 나름대로 제가 생각하는 주제의 발제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제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 발제가 아크로의 토론 분위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했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발제가 마음에 안 들거나 허술하면 얼마든지 논거를 들어서 까주세요. 이건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미 제타빔 님이나, 우왕굿 님, 피노키오 님이 중요한 논점을 지적해주셔서 저로서는 제 의견을 정리하고 다듬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 친노 여러분이야말로 황당한 미신에 빠져계신 겁니다. 노무현이나 친노세력이 이 나라 정치에서 해온 온갖 패악을 생각하면 지금 제가 하는 표현도 너무너무 온건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세상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해쳐먹으신 분이 마누라나 자식새끼, 똘마니들 돈 쳐먹은 것 수사 때문에 자살을 해요? 그걸 변명하고 쉴드칠 단 하나의 명분이라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