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가 왜 위기인지 그것을 판단하는 지표도 막연한데 느닷없이 아크로 위기론이 불거지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크로가 위기라기보다 일종의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필요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죠.

그 변화의 필요란 게 뭔가?

이걸 따져보려면 먼저 아크로가 생긴 배경과 나름 성공하게 된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아크로 생겨나게 된 배경으로 스켈렙 어쩌구 하는 직접적인 트리거보다,

우리나라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토론 생태계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정색하고 진지하게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토론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거에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이 노빠들의 행패입니다.

발제와 동의, 반박, 보충 설명 등이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토론 생태계가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가 노빠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서프라이즈가 망가진 사례가 그런 문제를 잘 보여주었구요...

아고라니 하는 포털들은 토론 수준이 너무 허접해서 좀 진지한 토론을 원하는 논객들이 가서 놀만한 수질이 아니었습니다.

스켈렙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 그러한 이유였다고 봅니다.

특히 좌우파 논객들이 모두 토론의 장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이냐를 떠나 스켈렙이 무너진 뒤에는 그런 공론장이 다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켈렙 주인장의 생각대로라면 좌파가 떠난 뒤에라도 스켈렙에 우파 중심의 토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그 결과는 안습이죠...ㅠㅠ

토론 내공과 무관하게 우파들은 토론 특히 온라인 토론에는 별로 관심도, 동기도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스켈렙 외에 특별히 언급할 만한 온라인 토론 사이트가 없다는 것을 봐도 그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우파 성향의 고급 토론장이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온라인 우파 토론장으로서 유일하게 기능을 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일간베스트에요.

내가 보기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우파 성향 온라인 토론 사이트입니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의 우파들이 조직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이라는 게 바로 일베 스타일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파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의 본질이 그런 거에요.

즉, 대한민국 우파의 본질은 극악한 인종주의라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사이트가 일베라는 겁니다.

그러니 진지하게 정색하고 토론하고픈 논객들에게는 참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진지하게 정색하고 하는 토론이 그렇지 않은 토론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크로는 그래서 만들어진 거에요.

그리고, 그 아크로에서 노빠들이 털린 겁니다. 처음에는 아크로에 노빠들이 다수였어요. 그런데 의도하지 않게 토론이 진행되면서 노빠들이 논거나 논리 등에서 밀린 거에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닝구 성향이 강한 사이트가 되었구요.

사실 닝구 담론이 워낙 우리 사회의 소수파여서 그렇지,

사이트 자체로서 아크로의 활동은 매우 주목할만한 겁니다. 깨놓고 말해서 저는 아크로가 대박이 났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우리 사회에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닝구의 입장을 옹호하는 담론으로 그런 성공을 거둔 거에요.

사실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이 출범했고 아직 성과는 미약하지만,

이러한 성과도 아크로에서 형성된, 닝구 포지션에 대한 공감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얘기에요.

노빠들이 자꾸 아크로를 기웃거리는 이유도 그거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 노빠들을 타격하는 핵심 논리의 상당 부분이 아크로에서 나왔다고 보거든요.

엠팍 같은 곳도 사실 1~2년 전만 해도 노빠 목소리가 대세였고 닝구 목소리는 정말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얼핏 봐도 대충 6대4 정도로 점차 균형을 맞춰가는 것 같더군요.

물론 아직은 노빠 성향이 6 정도지만... 중요한 것은 추세죠. 노빠들이 점차 위축되는 저 추세는 뒤집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박을 친 아크로에 왜 위기론이 불거지는가?

간단히 말해서 변화의 시기가 다가왔고, 그 변화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도 그렇지만 조직도 마찬가지고 이런 토론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통적인 발전 단계라는 게 있다는 겁니다.

아크로는 노빠 세력의 추악함과 저열함을 폭로하는 역할을 했지만,

사실 정치 사회 문제의 담론은 결코 담론으로만 그쳐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즉, 그러한 담론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고 그 가치를 현실화할 것인가...

이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담론이 호소력과 설득력을 가질수록 그러한 현실화의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요.

아크로가 지금 뭔가 답답하고 막혀있고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에 대한 비전과 이전 경로의 제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하지만 감히 김대중당과 노무현당의 분리를 주장하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래, 노빠들이 쓰레기 새퀴들이라는 것은 알겠어... 그런데 그래서 어쩌자고?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간단합니다.

진보진영, 야권, 새정련 등에서 친노세력의 영향력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를 위해 가장 먼저 타격해야 할 지점이 새정련에 또아리 틀고 있는 노빠들의 영향력이라고 봐요.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나는 그런 아크로가 싫다, 닝구 니들끼리 알아서 해쳐먹어라... 이런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건 불가피한 진통이에요.

그런 변화가 없으면 없는대로 또 중심도 없고 목표도 없고 활력도 없는 아크로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저도 이제 모색을 시작하는 단계이긴 한데,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실천적으로...

노빠들의 사상적 실천적 영향력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이거, 대한민국의 진보, 야권, 시민사회, 지식인 그룹을 바로잡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