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이란 게 왜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왜 존재해야 하는 걸까?


자격증은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능을 갖춘 전문인력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나타난 제도이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생산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질서를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을 때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한 수요를 채워줄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을 빨리 훈련시켜 시장에 공급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로서의 소양과 역량의 최저선을 정하고 그 수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사회적 공신력을 부여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즉 전문가를 육성하는 표준화된 훈련 매뉴얼과 평가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것을 국가와 관련 전문가 집단이 관리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 현재의 각종 전문자격증 제도라고 봐야 한다. 의사, 변호사, 변리사, 교사, 공인중개사 등이 모두 그러한 발상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자격증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자격증의 유효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선 지금은 전문인력의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한다. 전문가 양성 교육에 어마어마한 사회적 자원이 투입되고, 관련 노하우도 급격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자격증이 이제 신분 상승을 위한 만능키 기능을 상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과거에는 시장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숙련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웠고 엉터리 사기꾼들에 의한 피해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공신력을 가진 기관에 의한 자격 인증이 유효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전문지식이 풍부한 것 못지않게 그 전문가들에 관한 정보도 풍부해졌다. 즉, 어떤 전문가가 어느 정도의 지식 배경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 지식을 활용해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 전문지식의 수요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 전문지식을 갖지 못한 일반인들도 이런 지식을 더 쉽게 입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대가 변화할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지식이 소수의 손에 장악돼 있었고 따라서 그들 소수의 전문가 집단들이 도제식 교육으로 후배들을 양성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단적인 예로 지금은 인터넷만 뒤지도 온갖 법률지식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원자폭탄 제조 방법조차도 쉽게 입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지식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전문 자격증 제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전문지식과는 별개로 말 그대로 face to face 방식으로만 전달 가능한 일종의 노하우나 숙련도라는 것은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이 현재처럼 단순히 양적인 지식의 축적보다는 다른 측면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종의 '죽은 지식'을 측정하는 데 강조점이 있고 그 적용 능력 등을 검증하기는 어려운 기존 자격증 제도의 유효성이 점차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기존 자격증 제도는 과거의 지식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새로운 지식과 전문 능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고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기 쉽다. 기술 변화가 극심한 IT 분야의 기술사 자격증 등이 실제로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는 증명서'라는 비아냥섞인 평가를 듣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또 자격증 제도는 사회의 고비용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식이 폭증하는 시대에는 하나의 자격증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분량이나 품질이 더욱 늘어나고 고도화된다. 이것은 곧바로 교육비의 폭증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다시 전문 서비스 수가의 인상 그리고 전반적으로 고비용 사회의 질서로 연결된다.


늘어나는 지식을 소화해내는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처럼 경직된 자격증 제도로는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자격조차도 자격증에 의해 제한받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러한 경직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 자격증 제도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사 자격증 등 서비스 결과의 비가역성과 위험성이 매우 높은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우선 자격증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점차 그 제한을 완전히 없애 개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것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자의 경력과 학력,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들의 평가를 체계화해서 공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문가 집단들이 점차 권력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군부독재의 퇴진 이후 대한민국은 그들이 내려놓은 권력을 온갖 전문가 집단들이 나눠가지고 자신들의 배타적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회로 변화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지키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서로 투쟁하지만, 전문가 집단 전체의 이익이란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여기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한다.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선거는 이들 전문가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거래되는 일종의 시장(marketplac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나 청와대를 막론하고 공동체의 미래와 공동선을 위한 정치나 행정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 집단을 키우고 육성하고 그들만의 배타적 이익을 관철해주는 전문 자격증 제도는 그래서 지금 시급하게 재검토하고 변화의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