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관련된 이슈를 깊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우선 내 자신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이 바뀌곤 한다. 유가족대책위 의견이 옳은 것 같다가, 또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금까지 나름 정리해본 생각을 풀어본다.


나는 여야 재재협상안을 유가족측이 받았으면 한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재협상안을 거부하고 계속 투쟁하게 될 경우 문제의 수습이 아닌, 무한 확산의 경로를 밟아가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 끔찍한 사건이라 해도 모든 사건과 문제의 해결은 본질적으로 관련 변수는 점차 줄이고, 선택지는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유가족대책위의 현재 방침대로 하면 이 문제는 변수는 점차 늘어나고 선택지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유가족측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받을까?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만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와 야, 정부와 시민사회, 국회, 사법부 등이 모두 이 문제의 자장 안에 끌려들어가게 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천하대란 상황이 된다는 얘기이다.


세월호 사건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더 이상 추궁할 것이 있을까? 별로 없다고 본다. 있다 해도 그것은 기존 여야 합의안으로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만일 기존 여야 합의안으로 추적해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면 그것은 사건의 간접적인 배경이나 구조적인 원인에 관련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관된 고급 관료나 여야 정치인들을 유가족측이 요구하는 특별법으로 추적하고 잡아낼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별법으로 가게 되면 간접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된 정치인과 고급관료들은 추적하고 잡아내지도 못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소용돌이만 커지게 된다.


단적으로 말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그 7시간을 추궁하는 것 말고 유가족측이 요구하는 특별법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는 게 도대체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무능력하고 또는 정치적으로나 업무적으로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세월호 사건의 발생과 진전,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을까?


세월호 사건을 인체에 비유하자면 심각한 복합골절 정도라고 생각한다. 뼈가 부러질만한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대형 사고가 생긴 것이다. 그 이유는 심각한 골다공증이었다고 치자. 여기서 사후 대책은 두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골절에 대한 치료와 회복 둘째, 뼈가 부러지지 않을 상황에서 사고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인 골다공증의 점검과 치료.


이것을 세월호로 대입해 보자면 첫번째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유가족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이 될 것이다. 두번째는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게 된 정치권과 고위 관료들 그리고 법과 제도의 정비 등이 될 것이다.


복합 골절의 치유와 회복 그리고 골다공증의 점검과 치료는 분명히 서로 연관돼 있지만 그 해결에 있어서는 다른 방법과 방식, 절차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절 치유하는 수술 방식으로 골다공증을 치료한다고 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뻔하지 않은가?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도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조사와 책임있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여야 협상안으로 해결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 마스터플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이대로 가면 판은 점점 커지겠지만 수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변수는 많아지고 선택지는 줄어드는 것이다. 새정련의 강경파들은 그걸 통해서 얻을 게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말 그대로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 나라 망쳐먹을 길로 가고 있다.


새정련의 자체 여론조사로도 여야 재재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고 한다. 단,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는 특별법 관철 의견이 더 우세했다고 들었다. 결국 이 얘기는 새정련이 자신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상대적인 소수인 친노 및 깨시민들의 지지에 두고 있으며 그걸 확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게 뭘 의미할까?


사실 정권 탈환은 별로 관심없고 상대적 소수 집단들의 팬덤과 극성스러운 행태에 기대어 야권 내부의 주도권을 쥐고 안정된 공천권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고 정말 정권 획득에 관심이 있는데도 이렇게 행동한다는 건 한마디로 투표를 통한 정권 획득은 포기하고 천하대란을 유발해 나라를 뒤집어 엎고 그 빈틈을 이용해 집권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 해서 정권 잡을 수도 없겠지만 정권 잡는다 해도 나로서는 극력 반대다.


박근혜정권도 무능 허접하지만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 깨시민의 정권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비극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능력이라는 점에서도, 도덕성이라는 점에서도 친노/깨시는 박근혜 정권보다 훨씬 허접한 세력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마디 더.


유민 아빠의 단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새누리당 지지세력들의 마타도어는 정말 유치찬란하다. 이혼남, 노조원 심지어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까지. 당신들이 그러니까 친노/깨시가 저렇게 허접해도 대통령 선거를 하면 최소한 49%는 그쪽에 줄 서는 것이다. 당신들의 그 추잡한 인종주의를 눈 감아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분히 논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사안이고, 국민 여론도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결국 이 판을 또다시 더러운 인종주의 경연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혼남에 노조원, 전라도 출신이면 정말 단식도 못하는 거냐?


결국 양비론이 되어 버렸지만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양비론이 비판받는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들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분명한 선택이 없이 얼버무리기 때문 아닐까? 내가 보기에 지금 새정련-새누리 어느 쪽도 편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하긴 결과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에 유리한 얘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하다. 과거 내가 욕했던 양비론자들도 아마 나처럼 비슷한 고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