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예시한 에밀 길렐스의 Hammer Clavier 소나타. 편의상 1악장만 올린다. 아무래도 길렐스 연주는 베토벤을,

그중에도 망치소리로 시작되는 이 소나타를 들어봐야 진짜 맛을 알 수 있다. 그가 망치로 건반을 두드리듯 연주

한다는 일부 비양거림이 있다고 소개했는데 이 1악장을 들어보면 어느쪽이 정당한지 판단이 설 것이다.

전체 4악장으로 턱없이 구성이 커서 모두 들으려면 50분 가까이 소요된다.

 

  길렐스는 온 몸을 불사르는 역전형의 연주가이며 베토벤 음악에는 체질상 맞는 것 같다.   그가 빚어내는 소리는

음 하나하나가 살아 약동하며 웅변으로 베토벤 음악의 드높은 기상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전체를 조율하는 구성력

도 탁월해서 잠시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

  길렐스는 아나로그 시대이던 1970년대부터 베토벤 소나타 전곡집을 목표로 녹음해 왔는데 안타깝게 불과 몇곡 앞두고

타계했다. 길렐스는 물론 쇼팽, 바흐, 브람스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으나 그가 베토벤 곡을 연주할 때 뿜어내는 빛과

 기백을 여타 곡에서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 평범한 연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역시 그의 본령은 베토벤이며 아마

연주가 자신도 평생 베토벤에 집중 몰입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