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자기도 석궁 맞을까봐? ㅎㅎㅎㅎㅎ

아크로 올라온 재판 자료들을 보니, 대충 봐도 
"석궁이 무서웠던 게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판사들이 정말 노력했더군요. ㅎㅎ

아 내가 판사들한테 연민을 가지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석궁사건 당시에 들은 피상적인 뉴스만 대충 기억하는 채로 
일부러 사전 정보 차단하고 영화를 봤는데 (스포 될까봐)
영화만 보곤 누구든 법원을 통째로 욕할 수밖에 없겠더군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헌데 집에 와서 영화 관련 기사나 쫌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완전히 낚인 거더라구요.

영화 제작진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정지영 감독이나 안성기는 물론, 박원상도 괜찮은 배우고 말이죠)
어렴풋이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게 전부 문제였더군요.

아주 비중있게 나오는 혈흔이 피해자 판사꺼 맞느냐 하는 거.
자해라고 주장하면서 피는 남의 거 아니냐고 주장? 그럼 그게 누구 피라는 거지??

헌데 영화가 피해자의 상처에 관한 모든 걸 허위인 것처럼 몰고 가니
혈흔 문제도 엄청 심각한 쟁점인 것처럼 여기기 딱 좋더군요.
피해자 피가 아니라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뭐 더 있는데 영화에 안나왔겠지 싶고...

법원이 석궁을 재판 전에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고 판결에 불만있다고 판사에 위해를 가하는 짓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변호사는 가열차게, 석궁을 가져갔을 뿐 상처는 안 입혔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고 변론하는데
영화에 절대 나오지 않은 회칼이며 사전답사는 차치하고라도,
그럼 애초에 그런 살벌한 물건을 왜 가져간겨??? 싶더군요.

영화보고 김교수를 전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널 싫어하는 누군가가 너한테 칼들고 위협하다가 안 찌르고 그냥 가면, 
너는 '그 칼은 위협용이었을 뿐 날 찌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거야~' 하고 믿겠냐? " 묻고 싶어지는 대목이죠.


제일 걸리는 부분은,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성폭력 당하는 부분입니다.
'보수꼴통판사' '문성근'에게 대든 주인공은, 자진 신청해서 기거하던 독방에서 쫓겨나
다른 수감자 두 명과 방을 같이 쓰게 되는데, 그 중 한 명이 덩치로 보나 언행으로 보나, 
이건 뭐 인간의 범주를 살짝 오바한 거의 괴물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을 괴롭히다가 결국 성폭력까지 하는데, 교도관들은 당연히 모른척하고 면회도 막아버리죠.

저는 이 영화에 저런 과도한 성폭력 묘사가 일단 안 어울리는 데다가
(원조 국민배우 안성기의 엉덩이를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_-;;;;;)
사실이라면, 저걸 생생하게 묘사하는 건 오히려 실제 사건 주인공에 대한 심각한 실례일텐데 왜 굳이 했을까,
왜 주인공은 교도소장 고소를 말만 꺼내고 말았을까, 저렇게 심각한 지경인데... 등등, 머리가 좀 복잡하더군요.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역시나 이것도 허위. 김명호 교수가 직접 아니라고 했더군요.
영화는 성폭력만 빼고 사실이라고.


허나 성폭력 장면이 감독이 말했다는 '90%의 사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주 중대해지는 거죠.

이건 교도소 내의 단순 불이익과 부당한 처사 정도가 아니니까요.

이게 실제로 일어났다면, 
사법부가, 같은 법무부 소속 검찰도 아닌 법원이, 교정기관마저 압력을 넣어서 재소자를 심대하게 위해한, 
아주 끔찍한 권력형 사건 아닙니까?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영화를 보고 다들 정도 이상으로 분개하게 되는 거죠. 정봉주 여파도 있지마는.


그 밖에도 영화중 '사실 90%' 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의 문제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닙니다.

영화는 뭣보다, 김교수에게 불리한 부분은 철저히 함구하고,
석궁재판 판사 '이경영'이 마치 압력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위 재판을 하다 양심에 찔려 사표쓴 것처럼 하는 등
재판 관련 사실관계를 막대하게 왜곡하고 있어서 문제지만
정말 문제는 왜곡을 영화적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부터가 아주 좋습니다. 노련한 감독의 기본 실력이 나옵니다.
흥행도 그래서 가능해진 거구요. 
캐릭터 쫀쫀하고 구성 매끈하고 완급조절 좋고... 전반적으로 무리없고 흥미롭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두말 할 것 없이 출중하고요.

특히 캐릭터가 아주 살아있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될 뻔한 영화에 안성기가 출연한 것도
주인공 캐릭터가 특이하고 좋아서였다고 하니 말 다 했죠. 

실제의 김교수는 막말과 욕설의 대가이지만, 영화속 김교수는 절대 아닙니다.
교도소 방 옮긴 첫날, 괴물이 자기를 잠도 못자게 자꾸 건드리는데, 기껏 한다는 말이
"이보쇼!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이러면 되오" 뭐 이딴 식....

그저 고지식하고 법과 원칙밖에 몰라서 꽉 막혔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 매력이 느껴집니다. 배려와 동시에 강단, 이런 것들 말이죠.
거친 재소자들조차 김교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들이 길게 나옵니다. 같은 방 괴물만 예외일 뿐.
배우 안성기의 힘이기도 하고요.

또, 극중 비중이 김교수보다 큰 실질적 주인공 변호사의 캐릭터는 더 극적이죠.
초반에는 무능하고 돈만 아는 양아치, 
나중에 알고보니 정의감과 양심과 약자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똘똘 뭉친 '지사'라는 반전,

이런 캐릭터 설정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진실은 이 사람들의 것"이라고 믿게끔 해 줍니다.

거기에, 강제 방 이동에 이은 성폭력 장면이 화룡점정이 되어주는 거구요....



권력남용이 죄라면, 재능남용도 죄예요.

정지영 감독은 그 좋은 재능을 이딴 낚시질에 쓰지 말았어야 했어요. -_-

권력을 까려면 제대로 까야지 이게 뭡니까 진짜. 아우 짜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