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예상 외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와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고 특히 새민련의 텃밭인 전남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다른 지역에서 전패를 했더라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전남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아 아닌가 할 정도로 이정현 후보의 승리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의미있고 값진 승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새민련으로서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전남 순천곡성의 패배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처절한 반성과 환골탈태, 그리고 당의 창조적 파괴를 요구하는 선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7.30 재보선은 새민련으로서는 자성(自省)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현재 드러나고 있는 사실만 보면 파괴와 혁신을 통한 재창조가 아니라 선거 패배의 책임소재를 놓고 친노와 비노라는 구태의연한 당권투쟁이 재연될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겨야 할 선거에서 졌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일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는 차지하고라도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호재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11:4라는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했다는 것은 새민련의 선거전략이 근본적으로 잘 못 되었다는 반증입니다. 많은 논자(論者)들이 지적하듯이 공천해서는 안 될 권은희를 공천한 것이나 많은 무리를 동원하면서까지 전략공천을 단행한 것 등은 새민련의 오만과 방종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러한 오만과 방종이 새민련 지도부의 눈과 귀를 멀게함으로써 선거젼략의 실패를 가져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 올인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만든 점도 무시못할 패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새민련 박영선 원내 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다른 법률안 입법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세월호 특별법이 먼저 처리되지 않으면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법안과 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든 실책으로 판단됩니다. 새민련이 세월호에 매몰돼 민생경제와 국가개혁을 외면시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은 경기침체로 삶이 더욱 팍팍해진 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이 점은 이정현 후보를 당선시킨 순천곡성의 한 유권자가 "세월호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살리고 국가개혁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새민련이 세월호 참사를 지나치게 정략적 의도로 이용할려고 했던 점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번 재보선의 패배로 새민련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근래에 재보선 선거 패배로 당 지도부가 총사퇴 한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박영선 원내 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어 당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만,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룰지는 미지수입니다. 벌써부터 사퇴한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들을 배려해야 한다느니, 강력한 대여투쟁을 위해 친노의 재등장이 필요하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혁신을 향한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오직 당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만 벌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친노 실세인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을 보니 새민련은 아직 재보선 패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7.30 재보선에서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는 야당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하라는 명령인데 당의 얼굴만 바뀌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차기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민련은 7.30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경고를 더욱 심각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동작을에서 나경원에게 패한 노회찬은 야권의 패배에 대해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 진것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7.30 재보선이 비록 박근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이 성격이 있었고 재보선 선거구가 많았기는 하나 , 재보선은 엄연히 지엽적인 선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재보선 승패 한번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새민련을 비롯한 야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에서 나타났듯이 그동안 야권의 주 지지층이었던 호남의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견고한 콘크리트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한 구조물을 임시땜방식으로 처리하면 멀지 않아 와르르 무너져 모두 깔려 죽을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재보선을 통해 전남 순천곡성 주민들이 대단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호남의 정치의식이 높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솔직히 부정적이었습니다. 경상도의 지역 출신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비판하지만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경남이나 부산만 해도 일찍이 야당 출신의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탄생되었지만 호남에서는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이래 여당 출신의 그 누구도 국회의원이 되거나 도지사가 된 경우가 없었습니다. 아니 국회의원이나 도지사의 당선은 고사하고 30~40%의 의미있는 투표율조차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정현 후보가 50%에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되었습니다. 순천곡성의 주민들이 이정현 후보가 그토록 싫어하는 새누리당의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50%에 가까운 지지로 당선시켜 주었다는 것은, 순천곡성 주민들의 정치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 단 한번으로 끝날지 다음 총선에서도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순천곡성 주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하고 인정할만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다음 총선에서도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어서 지역갈등이 더욱 완화되는 데 순천곡성의 주민들이 앞장섰으면 합니다. 또한 새누리당도 과거의 포기전략에서 벗어나 좀더 겸허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진정성있게 호남에 다가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