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생 시절, 새벽에 학원 나가랴 낮에 학교 가랴, 그리고 밤에 혼자서 끙끙대며 개발업무 하랴..... 그 와중에 틈틈히 발바닥 때벗기려고 서울의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곳'을 참 많이도 쏘돌아다녔다.



소위 물좋은 곳도 있었고 물반 고기반인 곳도 있었고 물이 완전 구정물인 곳도 있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강남 모처의 H호텔 나이트 클럽. 회사에서 가까왔기도 했지만 그 술집의 웨이터 형님이 화끈하게 술을 밀어주기 때문에 자주 갔었다. 



3년 동안의 웨이터 생활에 강남에서, 비록 5층에 불과하지만, 빌딩 하나를 샀던 그 형님은 현직 유사조폭이었는데 다른 웨이터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나이트클럽은 조폭들의 주요 나와바리였는데 웨이터별로 테이블 몇 개씩 할당받는다. 그리고 그 테이블 하나당 상납해야할 금액이 정해져 있고 나머지 수입은 웨이터가 먹는, 그러니까 회사 택시의 운전사를 생각하면 된다.



결국, 수입의 관건은 테이블 회전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와 진득하게 눌러 있는 손님의 경우 매상을 얼마나 많이 올려주느냐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 그런데 이 형은 손님 받는 방식이 좀 특이했다.



나이트 클럽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웨이터들이 동시에 와서 서로 끌어가려고 한다. 즉, 자신에게 할당된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것으로 손님이 어느 테이블에 앉느냐...는 순전히 웨이터 역량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 나는 양복 말쑥하게 입고 온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봐. 왜? 그들은 대게 월급쟁이거든? 그런 월급쟁이들은 씀씀이가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죽돌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반면에 점퍼 차림에 좀 촌스러운 옷차림... 그러나 옷 하나하나는 고급스러운 손님은 악착같이 내 테이블에 앉히려고 하지. 왜? 이 손님들은 씀씀이도 클 뿐 아니라 기분이 동하면 팁도 두둑하게 주거든?"



그런가...........?라고 흘려들어다가 그 형이 자신이 빌딩 주인이 되었다며 여기는 곧 그만둘 것이고 그 쪽에 좋은 물로 꽉꽉 채워놓을테니까 자주 놀러오라고...했을 때 '돈버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술집접대부가 가장 싫어하는 직업들은 의사... 교수.... 기자... 검사 그리고 판사.



그 이유는 이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은 술집에 와서 지나치게 음탕하게 놀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물론 기자가 이 직업군에 낀 것이 의외기는 하지만 이 직업군의 공통점인 '엄숙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직업의 특성 상, 그리고 사회에서의 잣대가 '엄숙주의를 강요하는 분위기'인 이 직업군의 남자들은 아마도 평소에는 억눌린 생활을 강요(?) 받다가 술집이라는 해방구에서 그 억눌림을 해소하고... 그 것이 지나친 음탕함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어제 김가님께서 '엄숙주의'를 말씀하셨길래 '엄숙주의의 이면'을 잠깐 썼는데 글쎄? 문득, 이 엄숙주의를 강요하는 직업군을 가진 여성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여성들은 호스트바에 가면 보통의 여성들보다 더 음탕해질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