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바꿔서 돌아온 모히또입니다. (구 디즈레일리)

우선 국회에서 지역차별 반대 관련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에 맞춰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사회운동의 방향성에 대해서 몇 마디 적어볼까 합니다.

현 대 사회에 있어서 사회운동은 보통 현존하는 사회질서, 사회적 헤게모니가 억압하거나 소외시키는 집단이나 이슈에 집중하여 차별 등을 완화, 나아가서는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헤게모니란 지배집단의 가치를 피지배집단 다수도 내면화하게 하는 사회적, 문화적 장치를 말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기존의 사회적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크게 보아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에 사회운동을 펼쳐나가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존 체제에 성공적으로 편입하여 권력을 잡은 뒤에, 그 권력의 위치를 이용하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입니다.
영 남패권의 경우에 대입해 보자면, 호남 출신의 인재가 영남패권주의에 어느 정도 편승하여 사회적 지도층 (예컨대 대기업 임원이나 정부 고위직)이 된 뒤에, 혹은 그런 위치까지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뜻이 맞는 후배들을 요직에 심고, 그들로 하여금 사회 각계각층의 권력을 장악하게 함으로써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이지요.
다른 예시를 들어 보자면,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원하는 사람이 대기업 재벌가 후계자의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그에게 자신의 사상을 가르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체제에 너무 동화되어 버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권력을 차지하더라도 막상 원래의 초심이나 취지는 사라지는 위험에 처하는 것이죠.

둘째는 대항헤게모니를 창출하는 방법입니다.
영남패권의 경우에 대입해 보자면, 영남패권주의라는 헤게모니를 지역평등 혹은 다른 무언가로 대체하는 방식이 되겠지요.
무언가 대안적인 사상, 이념, 체계, 실천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창출하려는 시도가 그 기반이 됩니다.
그런데 헤게모니라는 것이 무력, 경제력뿐만 아니라 사회 속의 뿌리깊은 사회적, 문화적 권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헤게모니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기존의 체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득력이 충분히 있는 대안적 이념이나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일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상/체계를 갖추었을 경우에는 사회 여러 집단의 지지를 받아서 단숨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첫째 방식은 원내투쟁, 둘째 방식은 재야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위장취업, 원외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모든 사회운동은 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첫째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대항헤게모니의 창출이 늦어질 수 있고, (오히려 기존 헤게모니를 강화할 수도 있음)
둘째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절대 주류로 진입하지 못하고 마이너리티로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486 운동권 중 제도정치로 진입한 사람치고 대항헤게모니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시피하고
그렇지 않고 재야에 남은 사람치고 쩌리 NL이나 PD 운동가로 남지 않은 경우도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역차별 반대 시민행동의 앞길에 성공만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