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어김없이 유병언 변사체 가짜설이 흘러나온다. 페이스북이나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음모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더 강한 것 같다.

섣부른 단정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번에 발견된 변사체가 확실히 유병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심하는 근거가 여러가지 나오지만 결국 경찰의 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반박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사람들 사이를 유령처럼 떠도는 괴담 리스트에 사건을 하나 추가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DNA 감식에다 지문까지도 유병언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부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데이터까지도 조작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게 모든 것을 물샐 틈 없이 관리하고 조작할 수 있을 만큼 작고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그럴 수 있는, 전지전능한 권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다.

구원파 집단에 대해 상상 초월하는 조직력과 자금력 무엇보다도 강철 같이 단단한 신앙심과 충성심으로 무장한 비밀결사처럼 생각하는 것도 유병언 변사체를 부인하는 근거가 된다. 유병언을 호위하던 엄마들이나 경호원은 다 어디 가고 혼자서 저렇게 외롭게 죽었느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렇게 완벽하게 결속된 집단은 없다.

대개 이런 신앙 공동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존재처럼 비치기를 원하고 외부의 그런 오해를 부추기거나 즐긴다. 하지만 이것은 동물들이 깃털을 곧추세워 자신의 모습을 더 크게 보이려는 본능적인 행동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이들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신앙 문제 역시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공권력과 언론매체, 여론이 총궐기해서 자신들을 공격하는데 그 공포심을 이겨내고 교주를 결사 보위할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럴만한 사람들은 또 대부분 구속되거나 무력화된 상태이다. 결정적으로 순천의 은신처를 경찰이 급습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다 흩어지거나 경찰에 검거됐을 것이고 실제 유병언과 행동을 함께할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유병언 사망을 부인하는 음모론을 경계하는 것은 이러한 음모론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그 음모론을 조성하고, 유포하고, 내면화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사람들이 어느 사안에 대해 기대하는 요구가 실제로 드러난 팩트보다 기형적으로 크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음모론은 과학이라기보다 사회 심리적 욕망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음모론은 충족되지 못한 기대를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자기를 만족시키려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의존한다.

그 결과는 결국 현실로부터의 후퇴, 합리성의 외면, 과학의 배척 등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회적 열위집단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음모론이 사실은 아기장수 설화이다. 고통받는 민중을 구제해줄 수 있는 변혁의 역량을 지닌 떡잎을 부패하고 타락한 세력(기득권)이 제거했다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음모론이 좀더 역사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 최영 장군 등의 캐릭터일 것이다. 이러한 민중적 음모론의 핵심 캐릭터들이 대부분 무속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러한 음모론에 대한 집착이 사회적 열위집단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노무현의 죽음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 그의 역할에 대해 충족되지 않았던 기대 등이 결합해 그의 타살설 등을 낳았다. 그리고 그는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종교적 숭배와 추종의 우상으로 변질됐다. 내가 "노무현이 다 잘못했지만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은 자살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진보개혁 진영은 그와 그의 시대와 그의 추종자들에 대해 일정한 정치적 역사적 평가를 거쳐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폐족'들이 갑자기 기세등등하게 개선장군으로 변신했고 이후 야권의 모든 정치 이벤트는 관장사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좀비들의 광란으로 바뀌었다.

유병언의 변사체에 대해 의심하는 멘탈도 결국 노무현의 후유증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 좀 벗어나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음모론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것을 믿고 내면화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역사의 패배자로 영영 사라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