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오전, 국민들은 노숙자로 알고 방치되었던 시신이 유병언으로 확인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황당해 하면서 검찰과 경찰에 대해 또다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천경찰서는 유병언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 많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유병언의 시신으로 의심조차 하지 않고 40일을 방치했다고 합니다. 순천경찰서의 발표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음모론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러한 설명이 너무 어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를 보자면 우리 경찰의 무능과 불성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검찰과 경찰의 공조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국가적 대형재난의 수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수사와 관련된 검찰과 경찰의 관계자들은 말단부터 고위층까지 모두 옷을 벗게 해야 합니다. 순천경찰서장(이미 직위해제)과 순천경찰서 수사팀은 물론 전남 경찰청장, 경찰청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인천지검의 지검장, 담당 검사 및 수사팀도 응분의 문책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총장도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의 발표내용을 보면 검찰과 경찰은 충분히 유병언을 생포할 수 있었습니다. 5/25 별장을 급습할 때 유병언이 도주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일대의 수색이었습니다. 시신 발견 장소가 별장에서 불과 2.5km 지점이라면 유병언은 도주 후 그 일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여집니다. 73세의 고령의 노인이 아무 준비도 없이 거의 몸만 빠져나간 상황에서 죽기 전까지 도피하는 동안 생포하지 못했다는 것은 수색을 건성으로 하지 않았다면 체포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충분한 식량이나 도구도 없이 비무장 상태인 73세 노인도 대대적 수색을 하고도 잡지 못했다면 후방을 침투한 특수 훈련을 받은 적군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5/25 도주 당시 제대로 수색만 했더라도 유병언은 생포할 수 있었고, 그랬더라면 지금까지의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인력이나 물적 자원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고, 유병언의 재산 환수와 관련자들의 법적 처벌이 한결 수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색을 제대로 못한 댓가 치고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너무 큽니다. 이에 대해 반드시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저는 순천경찰서의 수사 및 수색 관련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이준석 선장이나 선박직 승무원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제대로 수색만 했더라도 유병언을 생포할 수 있었고, 유류품을 제대로 수거하여 조사하고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유병언의 시신임을 의심할 수 있었는데도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물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허탈감을 안겨준 것입니다. 이들과 세월호 선장이나 선박직 승무원과 무엇이 다릅니까?

세월호 참사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뉴얼대로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지요. 유병언 시신 늦장 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천경찰서가 초등 수사의 기본만 지켰더라도 유병언 시신임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시신이 있는 장소의 부근에 있는 유류품 수거를 제대로 하고, 검찰이 부검도 매뉴얼대로 했더라면 유병언과 관련된 증거들을 다수 찾는 것은 쉬웠을 것입니다.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천가방, 세모그룹 계열사인 한국제약이 만든 스쿠아알렌 약통, 이태리제 고가의 외투 등의 유류품에서 유병언을 연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시신이 백발인 점, 70대 이상의 노인으로 보인다는 점도 유병언을 의심할 수 있고, 단순한 부검으로도 금니가 8개(10개), 손가락 하나가 절단된 신체적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왜 이런 것들이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병언 시신의 늦장 확인은 경찰계의 세월호 참사라고 불러도 할 말 없지요.


저는 순천경찰서가 고의로 시신 확인을 늦추었거나 그 배후 세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병언을 잡는데만 초미의 관심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단순한 것이나 사소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고 보지요. 사망한지 6개월 정도로 보이는 시신은 그 때 당시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유병언에게만 모든 수사력이 집중되다 보니 누구도 그 시신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사요원 중에 그 시신을 거론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부로부터 ‘유병언 잡기도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노숙자 시신 이야기냐“고 타박을 줬을 가능성이 높지요. 그래서 초등 수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초등 수사가 잘못되어 수사 방향이 엉뚱하게 가거나 선입견을 갖게 만들어 버리면 차후에도 그 잘못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게 되고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지요. 세월호 참사도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일어난 것이고 이번 유병언 시신 건도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에 경찰이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두 사고의 원인은 분야는 다르지만 닮음꼴이죠.


경찰이 유병언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유병언이 아닐 것이라고 초기에 단정한 배경에는 초등 수사를 경시한 것 말고 또 하나 더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경찰뿐 아니라 언론은 물론 국민 전체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보는데, 유병언에 대한 환상입니다. 유병언에 대한 환상을 구원파 신도 뿐 아니라 경찰, 언론, 전 국민이 가졌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경찰은 유병언이 급습을 당한 뒤 산 속 도주 했을 가능성를 생각하고 수색을 벌이면서도 곧바로 일대 수색을 등한시 해 유병언 체포의 기회를 놓친 것은 유병언이 구원파의 절대적 지원을 받고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도피를 할 것임으로 다른 수단(차량 등)으로 이미 그 일대를 벗어났을 것이라고 본 때문입니다.

구원파 신도만 유병언이 신출귀몰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존재로 본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경찰도 그런 선입견이 머리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죠.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도 유병언이 노숙자 행색으로 몰골이 앙상한 채 시신으로 나타날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수십억의 현금을 도피자금으로 가졌을 것이고 막강한 네트웍을 가진 머리 좋은 사람이며, 외양은 깔끔하고 품격 있어 보이는 인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객관적 사실을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장애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종편 등의 언론들도 연일 패널들을 초빙해 유병언 관련 방송을 할 때, 유병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밀항 등의 해외도피 등의 럭셔리하고 스케일이 큰 도피방식을 주로 거론만 했지 산속에서 홀로 도피하는 처량한 모습은 생각지도 못한 것도 마찬가지로 유병언에 대한 환상 때문이죠. 이러한 언론의 영향으로 수사하는 경찰이나 검찰도 그 선입견이 강화되고 결국은 저런 대형 사고를 친 것이라 보죠.

구원파 신도 뿐아니라 경찰, 검찰, 언론, 저를 포함한 전 국민들이 유병언을 천상의 사람으로 은연중 생각했지만, 유병언은 한갓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이 유병언의 마지막 모습이 보여준 것입니다. 수십만 신도들의 교주로 행세하며 1천만원 이상을 하는 명품을 두르고 프랑스에서 사진전을 열고 유기농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는 유병언도 본인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냥 인간이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