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주 가끔은 경향신문에도 읽을만한 기사가 있다. 그것도 외부 기고글이다.
18일자 기고 칼럼인데 며칠 전 발족했다는 <통일준비 위원회> 에 관해 크게 두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었다.  국제갈등 분쟁연구소 대표라는 인사의 글인데
 하나는 제목선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하나는 시기적으로나 주변상황으로 볼 때 그런 단체
출법이 적절치 않고 자칫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필자도
그런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엇그제 북의 아시안게임 선수단과 응원단 문제로 남북회담이 있었는데 결말이 흐지부지 된채
끝났다. 짐작컨데 700여명이나 갑자기 남에 파견하겠다는 북의 주장에 해명을 요구했고 북이 그걸 거부하고
자릴 박차고 나가버린 것 같다. 여러 기사를 종합하면 아마 이 추론이 맞을 것이다.
700명 파견에 남측이 무슨 사단이 날까봐 겁을 집어먹은 것인가? 아니면 늘 그렇듯 이번에도 북을
길들이기 위해 기싸움을 펼치다가 파장이 난 것인가?
 
  기사를 읽으면서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700명이면 어떻고 1000명이면 어떤가? 남은 북을 리드할 배포와 포용할 아량이 그렇게도 없는가?
과거사는 어떻든 아시안 게임에 오겠다는 그쪽은 엄연히 손님이고 그것도 동족간이다. 만약에 베트남이나
필리핀이 700명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다면 별 문제없이 통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북에서 이쪽 예상보다
다소 많은 숫자가 오겠다는데 뭐가 곤란해서 해명을 요구하고 기싸움을 벌여야 할까?
어느 기사 말미에 " 오전에는 남측이 모든 사안에 흔쾌히 공감하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청와대 지시를 받
은 뒤 태도를 일변했다"는 북의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라면 누굴까? 대원군인가, 아니면 박 대통령 자신인가?
아니면 국방장관에서 안보실장으로 영전해간 그사람인가? 그사람은 개성공단 남측인사 남치대책 운운해서
개성공단 장기폐쇄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다. 누가 되든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에 있다고 봐야 한다.

 남북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최근 이런 요란한 노이즈마켙팅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고 그는 생각할 것이다. 이번 체육관련 회담은 시기적으로 <통일준비위>발족과 맞물린다. 이 단체가
출범한다고 팡파레를 울릴 때 나는 "대체 저쪽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뭘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품었다. 북에 사단이 나서 곧 통일이 될테니 잔치상이라도 준비한다는 말인가?  그 명칭을 보면
이런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알다시피 이미 비슷비슷한 단체가 다섯손가락으로 모자잘 정도로 남측에
존재한다. 이번 체육회담 전말을 보면  정부가 크게 광고하는 통일관련 마켙팅이 얼마나 허구투성이인가
를 쉽게 짐작케 된다.

 쌀수입개방으로 농민단체의 항의와 반발이 한창이다. 그간 의무수입량을 저장하느라고 기백억의 막
대한 국고가 소진되고 이대로 개방이 미뤄지면 쌀 재고량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농림부 관리가
말한다. 쌀은 이년 혹은 삼년씩 창고에서 썩고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쌀과 밀가루는 안되고 분유와 라면은 북에 보낼 수 있다"는 기왕의 정부 방침이 다시 떠올랐다.
나라면 당장 모든 수송수단을 동원해서 재고량 가운데 꼭 필요한 양만 남겨두고 모두 북으로 보내
주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북신뢰프로세스에도, 통일대박이란 명제에도 한층 부합되는 정책일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 뭘 준비한다는 것인지 현재는 알 길이 없다. 예측가능한 일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구성원을 극우로 모두 채우지 않고 중도적 인사가 얼마쯤 섞인게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아시안게임 회담이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요란한 팡파레를 울리며
<통일준비위>까지 생겼으니 이번에는 과거와는 뭔가 달라진 걸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