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검사 요구는 김명호와 그의 변호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일반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법원의 행동에 대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석궁이 불완전 장전됐을 때 맞으면 피가 나올 정도의 타격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고, 완전 장전됐을 때는 돼지고기 덩어리와 두께 2센티짜리 합판 두장을 관통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 나오는 게 보통인데 박홍우 판사는 불완전 장전된 석궁에 맞아서 깊이도 알 수 없는 길이 1~2센티(길이도 계속 변합니다)의 상처에서 피가 나왔다고 하니 김명호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혈흔 검사를 요구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그렇게 피가 나와있다는데 그 피가 박판사의 것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피가 박판사의 것인지 아닌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어떻게 확인합니까?

대부분 이렇게 확인합니다.  1)박판사의 피나 머리카락 등에서 DNA를 검사한다.  2)옷들에 묻은 혈흔의 DNA를 검사한다.  3)박판사의 피와 옷들에 묻은 피에서 나온 DNA가 동일한 것인지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확인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가 박판사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에서 옷을에 묻은 혈흔의 DNA만을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피가 박홍우의 피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사람의 피가 아니라 한 사람의 피라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박판사의 피를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여러 옷가지의 혈흔에서 한 사람의 DNA가 나왔다는 사실에 박 판사가 화살에 맞았다는 박 판사의 주장, 주변 목격자의 진술 등을 결합시켜서 박 판사의 피라고 단정합니다. 그리고 맞았다는 화살도 없습니다.

이게 논리적으로 말이 됩니까? 명백한 논리 비약이고 '사실+주장'으로 이뤄진 논리오류입니다. 박 판사의 피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도 않고 아주 간단한데도 재판부는 박 판사의 피인지 확인하지 않고 박판사의 피라고 단정합니다.

법원이 이렇게 비논리적인 결론을 취하게 되는 배경은 당시 주변 사람들, 특히 피해자 박판사의 말과 검사 경찰의 말을 믿었기에 굳이 박 판사의 피를 확인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反공판중심주의적 재판의 전형적인 재판진행 행태입니다.

*공판중심주의란 유무죄를 경찰수사기록기타 판검사가 사전에 결론 낸 각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 피고인 및 변호사와 검찰간의 진술 공방 등을 통해서 유무죄를 판단하자고 하는 것을 뜻합니다.

피해자와 검사 경찰의 말과  피고인의 말은 대등하게 취급해야 하고 증거 사실을 판단하는 데는 피해자와 검사 경찰의 주장은 피고인의 주장과 함께 주관적인 것들로 분류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사용되면 안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황과 증거와 증인들의 말만 사용해야합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해자, 검사, 경찰의 말을 증거사실을 판단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피고인이 억지를 많이 부린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와 검사 경찰의 진술만 가지고 증거사실 여부를 결정하고, 반면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 조사 요구는 회피하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은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길벗님과 재판부는 목격한 주변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황상 박판사의 피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확인해볼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실체적인 사실의 진위판단은 최우선적으로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통해서 결정하고 다만 그런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 때 주변 목격자의 증언과 기타 정황증거를 통해서 결정해야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꺼꾸로 진행됐습니다.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아주 간단히 혈흔검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피하고 주변사람들의 정황에 관한 주장을 우선시킵니다. 주변사람들의 주장이라는 것도 대부분 경찰의 주장과 피해자의 주장만을 토대로 정황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그 피가 박 판사의 피라고 확정해버립니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재판진행입니다. 

게다가 주변사람들이나 목격자들의 증언이라는 것도 진실과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버스소매치기단의 조직원이라는 누명을 받아 경찰서에 잡혀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버스를 타고가다 내렸는데 제가 내릴 때 공교롭게 소매치기들이 같이 내린 것 같았습니다. 피해자가 저를 붙잡고서는 제가 소매치기 일당의 한 사람이라고 우기고 제가 목걸이를 훔치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주장하면서 저를 경찰서에 끌고 갔습니다.  경찰서에 저를 끌고간 피해자와 주변사람 모두가 제가 소매치기를 했다고 증언하고 (일부는 경찰서에 가서 증언을 해달라는 저의 요청을 거부하고) 허위 사실을 말하는 바람에 제가 큰 낭패를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경찰들이 저를 완전히 범죄인 취급하더군요.  "제가 소매치기 일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내가 버스 타기 직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그 하루 전날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증언해줄 사람들을 부를 수 있게 해주면 그 사실들을 자세히 말하겠다고 했는데 경찰들이 제 요청을 거절하고 피해자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만 믿어서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경찰서에 갇힌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변사람들의 증언이라는 게 사실과 다른 허위 증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못합니다.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자기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고 있으면, 혹은 누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면 그 사람에게, 그 주변사람들에게는 그게 진실이 전염돼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들은 대부분 진짜로 내가 그렇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사람들의 증언 외에 실제적이고 재판결과를 단번에 좌지우지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아주 용이하게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실제적 구체적 증거를 얻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그것을 거부하고 주변사람들의 증언과 피해자의 진술만 받아들이고 피고인이 요청하는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얻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조사요구, 증인신청 등을 거부합니다.

박판사의 피인지 확인해달라는 요구랑 CCTV가 언제설치됐는지를 CCTV설치업자를 불러서 증언을 받아달라는 요구들은 매우 중요한 증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요구이고 매우 간단한 작업인데도 이 결정적인 증거에 관한 요청을 재판부는 거절하고 정황증거들을 (그 정황증거라는 것도 형사들의 주장이 대부분)우선 채택합니다.

김명호의 성격을 봤을 때 박판사의 피인지 박판사의 DNA를 검사해서 박판사의 DNA와 혈흔의 DNA가 일치되는 것이 확인돼도 그것을 자해해서 스스로 찔러서 낸 피라고 주장을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것은 또 그때 가서 새로운 공방이 벌어지게 되는고 그 때까서 다시 확인하면 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재판이 길어지더라도 그것은 공판중심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김명호가  박판사의 DNA와 혈흔의 DNA가 일치되는 것이 확인돼도 그것을 자해해서 스스로 찔러서 낸 피라고 주장을 할 것이라는 추측을 한듯 박판사의 DNA를 검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재판부가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저지른 명백한 잘못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말과 피고인의 말은 상반되는 게 보통입니다. 이럴 때 우리 나라 재판부는 경찰의 말과 검찰의 말만 믿고 피고인의 말은 믿어주지 않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사법부를 불신하게 됩니다.  판사가 검사의 입장에서 재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히 변호사가 없는 경우는 거의 100% 판사는 검사의 입장에서 재판을 합니다.   실제로 검사의 판단이 옳은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판사가 검사의 입장에서 재판하더라도 사실에 부합하는 재판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검사의 판단이 틀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거지요.

김명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법 위반하는 소송 지휘하는 이런 판사 놈이 어디에 또 있을까?"라면서 담당사건의 재판부를 비판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나라에는 그런 판사들이 천지에 널려있습니다. 

실제로 형사사건의 경우 벌금형 100~200 만원 이하의 경범들이 대부분입니다. 수십만 건의 이러한 경범들이 약식 결정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약식 결정에 불복해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더라도 한 사람의 피고인이 1심에서 3심까지 재판할 때 한 사람의 피고인이 재판정에서 진술하는 시간은 평균 1분 미만입니다. 3심에서는 피고인은 진술할 기회가 아예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호사를 고용하면 진술하는 시간이 두배 정도 늘어나서 1분 진술할 시간이 2분정도로 늘어나고 벌금액이 절반정도로 감경될 수 있습니다만  1분 진술할 것을 2분 진술하기 위해서 100만원짜리 사건에서 500만원짜리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바보짓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부분 변호사 없이 그냥 재판을 받습니다. 그러면 실제 재판은 경찰수사기록에 따라 그대로 재판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판이 있는 날에 법정에 가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대부분의 재판은 형식이고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오전타임 두시간 동안 한 재판부, 한 사람의 판사가 처리하는 형사 사건 건수가 보통 50~100건 정도 됩니다. 한 건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데 2분이상 걸리면 재판을 다 처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판사가 진행하는 재판은 모두 일사천리로 검사의 말만 듣고 재판을 끝내더군요.

검사가 제대로 심문하거나 논증하지도 않습니다 검사는  경찰수사사건 기록문서들을 가지고 와서는 그것을 들춰보지도 안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합니다" 이 간단 명료한 열두글자 한마디로 재판을 진행하고 검사의 열두글자 한마디가 나오는 즉시 판사는 미리 준비해둔 결론을 내리고 재판을 끝내게 됩니다.  피고인이 반박을 하려하면 재판 시간이 길어져 다른 재판을 처리 못하니까 판사가 피고인에 면박을 주고 피고인의 진술 반박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립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판사가 검사역할까지 합니다. 그런식으로 바로 재판을 끝내버립니다. 이렇게 판사가 재판을 한 건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직접 재보니 재판 한 건당 평균 1분 30초 정도 걸리더군요. 피고인선서 기타 요식행위, 준비행위 등을 고려하면 실제 1심과 2심 재판 하나당 걸리는 시간은 1분 미만 정도입니다.

최근에 퇴임한 이용훈 전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었지만 실제로 우리 나라 재판 현실을 보면 공판중심주의 아직도 도입돼 있지 않고 그냥 판사가 검사와 담합해서 일사천리로 재판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력한 변호사가 대동된 아주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일부 사건에서만 공판중심주의가 일부 적용될 뿐입니다. 

구조적으로 우리 나라는 공판중심주의가 불가능합니다. 판검사들 숫자를 최소한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리고 변호사 숫자도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려야합니다. 그래야 공판중심주의 흉내라도 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판중심주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판검사 수를 10배 이상 늘려야만 재판 한건 당 1분 진행되던 것을 10분 정도는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판사-검사 짝짜꿍에 의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현재의 재판 구조를 개혁하고 제대로 재판받을 수 있는 구조, 공판중심주의를 만들 수도 있는데 판검사들은 절대 그렇게 안합니다.  판검사 숫자 늘어나면 자신의 기득권이 침해되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사법부와 판검사들을 불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중받아야할 집단이 판검사 법조인집단이지만 현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밥맛없고 재수없는 집단이 판검사 법조인집단입니다. 

열 사람의 피고인 중에서 아홉 사람은 진범이고 한 사람은 무고한 시민이라 할 때, 현대의 재판은 아홉사람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이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념에 따라 진행되는 게 원칙입니다만 우리 나라 재판은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키더라도 아홉사람의 진범을 잡아내는 19세기 재판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김명호 사건도 김명호의 억지 주장이 많아서 실제 재판시간은 길긴했지만 진행 방식은 이러한 19세기 재판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흐르는강물님도 말씀하셨다시피 녹취록만 봐도 이 재판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데 재판부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재판해서 엄벌하려는 의지만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물론 시간은 길었죠. 김명호가 억지 주장을 한 것도 많았고.  하지만 그 많은 김명호의 주장들 중에 몇몇 주장은 재판부가 받아줬어야 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주 간단히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주장, 요청 몇가지 등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김명호의 많은 주장이 억지스럽고 목격자들과 피해자의 주장 진술 등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절대로 상처가 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상처와 피가 났다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과 그 상처와 피에 관해서 가장 명확하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김명호의 증거 신청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 때문에 그 모든 목격자들과 피해자의 자연스러운 주장이 오히려 억지스러워보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과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길벗님과 판검사들만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