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이 한창 리모델링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 작업을 마치고 새롭게 변신한 한나라당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향후 총선과 대선이 어떻게 진행될 지 대강의 윤곽도 드러나겠죠. 당명까지도 바꾼다는 것 같은데, 암튼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볼 작정인 것 같습니다.

일단 역사성을 제거하고서 건조하게 살펴보면, 한나라당은 매우 똑똑한 정당입니다. 우선 그들은 민주당과는 다르게,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정당인지, 자신들에게 맡겨진 역할이 무엇인지 무서울 정도로 잘 알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자신들은 한국의 자본가들과 상위 계층들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해야 하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과반수의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야 할 임무가 있다는 걸 냉정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거죠. 

이런 저런 변수들을 빼면, 현재 한나라당의 정책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지지율은 많아 봐야 20%이하가 정상입니다. 만약 그 이상의 지지를 얻어내려면, 한나라당은 좀 더 아래로 내려와서 대변하는 계층을 확대해야 하는거죠. 그것은 곧 자본가들과 상위계층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양보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죠. 색깔론, 경제성장 파이론, 영남지역주의등으로 별다른 추가 양보나 비용 없이 상당수의 국민들을 포섭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고, 쉽게 과반수의 지지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진 것은 아시다시피 기존의 그러한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 말은 곧, 한나라당이 현재 좀 더 아래로 내려와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입니다. 과거 김대중 당선 이후 색깔론이 효력을 잃었을 때 꽤 많이 내려온 경험이 있고, 지난번 무상급식투표 패배와 안철수쇼크등을 통해 경제성장 파이론이 위협을 받자 좀 더 많이 내려와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에 어울리지 않게 복지를 내걸고, 재벌개혁을 이야기하고, 시장만능주의에 일부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실제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잡음을 내고 삐걱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은 자신들의 지지세력더러 양보가 필요함을 설득하는데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잠정적인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면, 냉정하게 표계산을 해볼 겁니다. 현재 그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뭐니뭐니해도 영남의 중하 서민층이겠죠. 1차 표계산 과정에서 영남의 지역주의가 아직은 공고한 것으로 나오면, 현재 언론에 발표된 수준의 양보책만을 들고서 승부에 임할겁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지역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무언가 찔러볼 것이고, 그래도 안되면 좀 더 강한 양보를 추가로 들고 나올 것이고, 만약 그것마저 먹히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호남의 중상층 이상을 공략하기 위한 무언가 획기적인조치를 들고 나올 확률이 높다고 봐야겠죠.

(아까보니까 어떤 분은 박근혜가 이번에 무언가 호남에 대해 뭔가를 해 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기도 하던데, 그것은 최악의 경우에 맨 마지막에나 시도될게 분명하니까 너무 성급한 기대는 안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호남을 끌어안으려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리스크와 비용이 들거든요. 그 효과도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고 )

어쨌든,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올거라 예상합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보유한 유일한 대중적 슈퍼스타인 박근혜마저 패배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더이상 영남의 지역주의마저 믿을게 못된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한국의 자본가와 상위계층들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것은 곧, 과반수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과 상위계층이 매우 파격적인, 이전에 보지 못한 수준의 양보와 굉장히 비싼 권력유지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는 의미이죠.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한나라당은 절대 만만한 정당이 아닙니다. 아직은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슈퍼갑이고, 엄청난 수준의 브레인들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죠. 어떨때보면 이 양반들이 마르크스주의에 매우 해박한 사람들을 참모로 두고서 코치를 받고 있는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죠. 우리 사회를 대단히 정확한 시각으로 유물론적으로 분석하고, 물질적 이해 득실을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자신들이 현 시국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가 막히게, 감탄할 정도로 잘 찾아내기도 하구요.

암튼 저는, 리모델링을 마친 한나라당이 어떤 모습과 전략을 가지고 다시 나타날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