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시피 김용철과 권은희는 거의 유일무이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전드급 내부고발자들이죠. 한명은 삼성을 향해서, 한명은 국정원과 경찰등의 공권력과 최상층관료집단을 향해서. 

그들에게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발 대상들이 모두 한국사회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좌지우지 하는 대표적 지배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공교롭게도 두명 모두 호남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호남출신이었다는 사실을 놓고, 뒷통수 잘치는 호남인들의 종특 운운하는 인간들이 있던데 그야말로 미친 쓰레기들입니다. 오히려 지배질서의 부조리를 향해 내부고발을 감행할 수 있는 양심을 간직한 집단이 호남말고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죠.

일각에서, 김용철때문에 호남출신 엘리트들이나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삼성은 안그래도 얼마 없던 호남출신 임원들을 아예 씨를 말렸다죠? 거기에 권은희까지 등장했으니 돌아가는 꼴상이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래서 <호남도 이제 모나게 굴지 말고 적당히 둥글게 살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걱정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맞는다고 김용철 권은희의 내부고발때문에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지상정이긴 합니다. 안그래도 왕따를 당하는 호남 입장에서, 그들때문에 왕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역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구요. 무엇이 옳다고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 역시 적당히 비양심적으로,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있고, 그런 사람들을 비난해도 좋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명도 없을 것 같지요. 공직에 나설 생각이 없는 이상, 남들처럼 적당히 때묻히고 비겁하게 사는게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물론 무엇이 옳은 가치인지를 따져야 할 때에는 다르겠고, 이왕이면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 좋긴 하겠지요. 

또한 저는 호남사람들에게만 뭔가 특별한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모든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 사람들이 타 지역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양심적이어야 한다거나, 진보적이거나 민주적이어야 할 의무 같은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호남 사람들 일부가 유시민 안찍고 김문수를 찍었다고 개거품을 물었던 노빠들이 그래서 웃긴 것이고요. 

그러나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까지 비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죠. 남들더러 양심적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웃기지만,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더 황당하고 웃긴 것입니다. 양심적으로 사는걸 비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초딩들도 다 아는 인간사회의 쌩기본 윤리일겁니다. 칭찬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김용철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권은희를 공천하는 게 뭐가 잘못이라는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 분의 내부고발내용이 적합하냐 아니냐 혹은 그 분의 능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따져보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왜 권은희의 출신 지역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지요. 문희상이 권은희를 '광주의 딸' 어쩌고 하는 것이 개소리인 것처럼,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의 개소리일 뿐입니다. 호남이라서 특별히 우대를 받아야할 이유도 없고, 차별을 받거나 자기검열을 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저는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그것을 비호하고 감추려는 보다 큰 거악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설사 권은희의 내부고발내용에 하자가 있다손 치더라고 그게 왜 문제인가 싶습니다. 그런 태도는 마치 삼성X파일보다 도청이 본질이라던 노무현의 그것과 같고,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이라는 대의보다 대북송금을 문제삼던 것과도 마찬가지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