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Crimson의 곡 Epitaph를 들어보면 초반 30초 부분 동안 독특한 음색으로 코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소리를 낸 악기는 멜로트론(Mellotron)이라는 악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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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기는 건반을 누르면 음이 녹음된 테이프를 재생해서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연주가 됐습니다. 이때의 음에는 어쿠스틱 악기의 음을 녹음한 테이프를 썼는데, 이 테이프를 재생하면서 생기는 특유의 떨리는 느낌은 멜로트론의 고유한 음색으로 알려졌지요.



이 영상은 폴 매카트니가 멜로트론을 설명하고 시연하는 영상입니다. 55초부터 이 악기가 테이프를 이용한다는 것을 잘 드러내주고, 2분 30초부터는 멜로트론 특유의 음색을 잘 드러냅니다.


테이프 세트를 이렇게 갈면서 소리를 바꿀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초반에 누를 때 나는 소리와 후반부에 테이프를 갈고 나서 누를 때 나는 소리가 확실히 다릅니다.


멜로트론은 처음에는 비싼 가격(2번째 모델인 Mk.II가 1964년 당시 1000파운드-당시 집 한채가 2~3000파운드)인 것도 해서 그다지 찾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 특유의 음색 덕에 찾는 뮤지션들이 생겼고(비틀즈도 몇 곡에서 멜로트론을 썼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생명연장을 하게 됩니다. 


다만, 신디사이저가 보급되면서 점점 멜로트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멜로트론은 테이프를 쓴다는 점이 본질적 한계로 작용했습니다. 코드를 누르는 리듬 파트에는 어울렸지만 리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악기는 테이프의 보관 때문에 습도나 온도에 상당히 민감했고, 모터를 통해 테이프를 감아서 너무 많은 음을 한 번에 누르면 모터의 힘이 부족해서 flat한(아마 낮은?) 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고,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 수리업자에게 맡겨야 될 정도로 복잡했던 멜로트론은 결국 1986년에 생산이 중단됩니다. 다만, 그 이후로도 멜로트론의 특유의 음색을 기억하고, 또 재발견되면서 다시 찾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윽고 2010년에 M4000D라는 이름의 물건이 나옵니다.


M4000D의 리뷰. 옆의 컨트롤 패널을 이용해서 음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테이프를 쓰지 않고 멜로트론의 음색을 내는 물건입니다. 다만 그 떨림의 파형을 조합해서 멜로트론의 음색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멜로트론을 많이 아는 것처럼 썼지만 실상은 위키피디아 Mellotron 항목 번역하고 유튜브 영상 몇개 가져다 온 것밖에 없고, 멜로트론이 만들어졌던 시절에 저는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멜로트론의 그 따뜻하고 푸근한 음색이 마음에 들어서 몇년간 멜로트론에 대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최대한 노력한, 그런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래 가기를 바라는 그런 악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