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쪽지로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설명을 해드렸는데, 그 분께서 잘 이해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거는 가끔씩 한바탕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훌륭한 떡밥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심심풀이삼아 약간 중2병스럽기도 한 질문을 던져보고 자답을 해보겠습니다.  

'이윤은 무엇이 만들어내는가, 기계인가 노동인가' 하는 질문은 언뜻 심오한 철학적이고 학술적인 의미가 담긴 질문인 것 같죠. 그리고 실제로도 일은 자동화된 기계들이 다 하고, 사람은 편하게 앉아서 버튼만 누르고 있는 현대화된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이윤은 노동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어낸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고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걸 근거로 좌파 혹은 마르크스주의는 틀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분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 그 질문은 그런 철학적 학술적이기보다는 기업실적분석보고서 같은 곳에서 쓰이는 단순한 종류의 회계 문제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윤은 어디까지나 장부상에 기록되는 돈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문제에 대한 정답은 장부안에 있습니다. 

보통 이윤을 거칠게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상품생산에 소요되는 비용 - 상품이 판매되어 회수된 돈 = 이윤> 이죠. 그리고 자본가란 시장에 내다 팔 상품을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직접 생산하는, '특수한 종류의 장사꾼'이라 해도 무방하구요. 따라서 어떤 자본가가 이윤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면, 무언가를 싸게 사다가 비싼 값을 받고 되팔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윤이라는게 생겨날리가 없는거구요. 그렇다면 결국 제목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자본가들이 사온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정답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계가 이윤을 만들어낸다' 라는 말을 회계적인 개념으로 재구성하면, <기계의 감가상각비를 실제보다 더 높게 상품의 가격에 계상하여 완판하는데 성공했다> 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현실에서 거의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거의 모든 기업들은 감가상각비를 실제대로 회수하는 것조차 벅차기 때문이고, 실제보다 높게 계상해서 완판시키는 기업가는 가히 경영의 천재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그것은 마치 자동차제조사가 밝힌 연비보다 더 높은 연비를 구현하는 드라이버가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것과도 같고, 치열한 시장경쟁이 그런 '땅집고 헤엄치기'를  호락호락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계가 아니면 무엇이 자본가의 수중에 이윤을 남겨주는 걸까요? 바꿔 말해 자본가가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데 성공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굳이 정답까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사족) 보통 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도산하는 원인은 인건비를 많이 지출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감가상각비 회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손실' 의 정체는 어디까지나 <기계도입비용 - 판매된 상품에 계상된 총감가상각비> 라는 말씀. 설마 해당 기업들이 시장가격보다 더 비싼 임금을 주거나, 쓸데없는 잉여인력들을 채용해서 그러겠습니까? 경영자라는 사람들이 밥먹고 노상 하는 일이 그거 감시하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