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제도적 보장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 서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여야는 법적,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세계일보)

"문 후보가 낙마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 사회 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론검증의 미숙함과 절차로서의 민주주의 훼손을 고민하게 만든다."(서울경제)

"이 나라 민주주의의 위기다. 법치와 이성은 설 곳이 없어졌고, 선동과 편견이 광장을 장악하게 됐다."(한국경제)

"국민의 투표 및 여론 형성은 진실에 입각해 이루어져야만 민주주의의 표출이 된다."(동아일보)

"후보자의 역사관을 정확히 알려면 교회 강연 전체를 보고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치권·언론·시민단체·종교계의 상당수가 이런 노력을 외면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한국 민주주의는 퇴행의 순간을 맞고 있다."(중앙일보)

문창극은 말할 것도 없고 혹시 위 언론들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 위기를 논한 적 있던가요? 없다면 그야말로 철면피들입니다.

실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중우정을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대중은 우매하므로 엘리트에 의한 통치가 필요하다'고 설파한 문창극입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대중은 문창극 칼럼이나 강연 전문을 읽어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창극은 그가 언론인 시절 쓴, 임종 직전의 전직 대통령에게 근거 없는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거나, 사회적 합의로써 시행하는 무상급식을 독재정권의 배급제에 빗대는 등의 칼럼들만 봐도 분명 정부여당이 말하는 '국민 대통합'이나 '화합형 총리'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또한, 총리 지명 이후 "책임총리 처음 들어본다"는 황당한 일성으로 시작해, 역사관 논란에 대해 "사과는 무슨 사과"라며 법적 대응을 천명하고, "야당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오만한 대응을 하더니 여론이 악화되자 금세 고개숙여 사과했습니다. 문창극 스스로가 논란을 키우는 과정을 국민들은 지켜봤습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문창극의 교회 강연이 알려지자,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름", "위안부 사과 필요없다" 등 제하의 기사를 톱기사로 연일 보도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인사청문회까지 열어 친일 논란을 부른 총리 후보를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 자존심을 내팽겨치는 일입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문창극을 단호히 반대함으로써 일본 국민이나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여지를 차단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문자 그대로 '인민의 지배'를 뜻하고, 민주적 절차는 인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입니다. 저는 문창극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이 무슨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총리 지명 이후 시민들은 다양한 통로와 수단으로써 의견을 제출하였고 그렇게 형성된 압도적인 여론을 청와대와 정치권이 수용한 것 역시 민주적 절차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새누리당 실세들은 누가봐도 기회주의적 처신을 했습니다.

정리하면, 문창극 사퇴의 결론은 국민이 문창극과 같은 역사관을 가진 총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언론들이 '여론재판', '오도된 여론' 등의 표현으로 대중의 판단 능력을 의심하며 정신승리를 시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지선의 결과를 두고 언론들은 '절묘한 표심'이란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큰 선거나 첨예한 이슈일수록 올바른 방향을 짚어주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언론이 조명하고 문제 삼아야할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아마추어만도 못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며, 그에 대한 책임입니다. KBS를 탓하고 국민을 탓하는 건 결국 인사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