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횡령으로 걸려서 퇴직한 어떤 사립대 전 총장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총장은 물론 그 학교 재단 이사장과 친인척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 학교에 기금을 많이 대준 모기업이 당시 자금 사정이 안좋아지자 이 총장이 재단 기금에서 일부를 빼서 모기업을 도와주다 걸린 것입니다. (뭐 나중에 모기업이 잘 되면 다시 회수할려고 했다던가 어쩌던가 하던데...) 결론은 장부상의 문제로 귀결 된 것 같던데, 최종판결이 횡령으로 나온 듯하다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사석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일부 몇몇 교수들의 생각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이해는 가기도 한다라고 하더군요. 이 총장이 평소에 사심은 그리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고, 다른 평교수, 특히 (힘 없는) 조교수들과 격의 없이 잘 지냈던 사람이라는 것이 더해지니깐 쉴드를 치기가 쉬웠던 점도 있었나봐요. 그러니깐, (내가 잘 아는데) 이 총장이 자기 사리사욕을 채울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모기업이 그동안 돈을 많이 기부를 했는데, 어려울 때 학교가 나서서 도와줄 수도 있지 않냐라고 생각하는 듯 하더라구요.


여기서 저런 말을 하는 교수들의 무슨 생각이 잘못 되었을까요. 물론 그 교수들도 대놓고 그 총장이 잘했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법을 어겼으니깐요. 그런데, 이해는 간다고 하는 말(공감) 속에 숨어있는 철학적인 배경에 저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돈을 대줬어도 재단은 독립법인이고, 이 독립법인의 이사장이라는 것은 재단의 관리를 하는 사람이지 이 재단의 주인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재단 이사장(또는 총장)은 버젖히 재단을 자기 재산으로 행세를 하고 다닙니다. 결국 자신이 이 법인의 주인이니 이 법인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식의 생각이 힘든 모기업으로 재단의 자금을 잠시 옮겨놓을 수도 있다라는 발상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물론 평소에 법인과 법인의 이사장 일가가 받은 수 많은 세금 혜택을 포함한 물질적, 사회적 보상과 혜택에서 나오는 의무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닦고 모르쇠이지만.


이런 비뚤어진 주인의식을 가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과정 자체가 그럴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재단 이사장이 학교의 주인이거나 또는 그만한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판단이 있으니 총장이 한 일에 공감이 가는 거라는 말이지요.


사회 곳곳에서 이런 생각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 오너들. 저는 이 명칭을 쓰는 언론인들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봐요. 대기업 총수일가들이 많아봤자 전체 주식의 5%도 가지고 있지 않는데, 어떻게 오너가 되겠습니까. 뭐, 수십년전에는 오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상장이 되었으면 전체 주주들이 오너지요. 언론인들이 오너라는 명칭을 자꾸 쓰니깐 일반인들로 하여금 부지불식간에 오너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게 된다고 봐요.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총수일가가 가지고 휘두르는 권력에 대해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자기의 권리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제제를 가할려고 하면, 경제가 어떻고 저쩌고 하는 여기에 인위적으로 제제를 가하면 안되다라는 식으로 "미시적으로"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더 훨씬 피곤합니다. 저 총장이 평소에 사심이 없고 격의없이 다른 이들과 지냈다라는 주장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많아요.


제가 예를 든 횡령으로 걸린 이 총장의 예는 사실 세발의 피입니다. 요새 사학들을 보면 날개달린 호랑이에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새로 임명된 총장들을 보면 재단 이사장 일가에서 나오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전에는 최소한 재단과 관련없는 인사들이 총장을 했었는데, 요사이에는 오너경영이랍시고 나오는 경우가 많죠. 주인의식이 세져도 너무 세졌어요. 몇 주 전에 모대학 총장(이사장) 비리와 연관되서 김무성의원 딸 이야기를 방영한 추적 60분 이야기는 이제 쏙 들어가버렸죠. 국정감사에서 매번 문제가 많은 사학들이 상당히 잘 빠져나가고 있답니다. 권력과 많이 결탁되어 있다고 보여지고.... 많은 국회의원 및 정관계 인사들이 사학재단 관계자의 친인척인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립대학 교수들이 예전보다 문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기는 한데, 앞에 나와서 말을 잘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말해봤자 언론에 방영도 안되는 것 같고.... 


그리고, 한편으로 더 힘빠지는 것은 총장이, 재단이 , 재벌이, 단체장, 기관장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