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갈 때처럼 이어폰의 볼륨을 잔뜩 올렸 놓았으면 오늘의 에피소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급한 경우가 아니면 나는 엘리베이터 문닫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아마도... 게으르기로는 유네스코 유산감인 습관에서 온 것으로 솔직히 알아서 올라가거나 내려갈텐데.... 그냥 층수 버튼만 누르면 되지.


물론, 이 습관이 불편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특히, 성격 급한 상사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을 때. 뭐, 상황을 아실테니까 디테일은 생략.




엘리베이터에는 왜 음성인식 기능이 장착되지 않을까? '18층!'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18층으로 올라가는 그런 기능 말이다. 휴대폰이 최초로 나왔을 때 전화를 걸면서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여 '개새x!'하면 회사 부장이 호출되는 아주 정밀한(?)-설마 정밀하다는 것을 액면으로 받으시는 분은 없겠지?'-그런 음성인식 장치 말이다.



어쨌든, 엘리베이터를 타자 잠시 후 문이 닫히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9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자 남녀 칠팔명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마.... 교회에서 가정방믄 예배를 본 모양이다. 손에 성경들을 들고 있으니 말이다. 



시끄러움도 잠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엘리베이터 안은 '어? 이 엘리베이터가 왜그래?'라는 소리로 웅성거렸다. 물론, 그 웅성거림에 나의 목소리도 적지만 섞여 있었다.



왜냐하면, 1층을 향해 아래로 내려가야할 엘리베이터가 거꾸로 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층버튼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당황하여 엘리베이터 버튼 박스에서 이런저런 버턴을 누르다가 말했다.



"뭐야 이거. 왜 일층 버턴이 안눌려졌는데?"




그 때서야 나는 내가 일층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근 시에도 나는 종종 1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도 움직이지 않아 그때서야 내가 일층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던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일 내가 7,8층에 살고 있었다면?


출근 시간에 적지않게 18층까지 올라갔다가 일층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어쨌든, 엘리베이터는 위로 향해 올라가는데 당황하여 마구 누른 버튼에 층수 버튼들도 눌러졌고 그래서 필요없는 층수 버턴을 껐지만 시간이 늦은 이유로 9층에서 한번, 그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유로 16층에서 한번 멈추었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서 17층에서 멈추어 사람을 태운 후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때 들려온 목소리.....




"아니, 저 양반은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닌담?"




뭐, 그냥 흘려들으면 되지만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목소리의 주인공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니, 오히려 피해자인 나를 욕하면 뭘 어쩌시라고요?"



"아니, 왜 그 쪽이 피해자요?"



"생각해 보세요. 당신들이 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누르지 않았다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나는 일층 버튼을 눌렀을 것이고 이렇게 17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일은 없었을거 아닙니까?"



말이야 맞는 말이지.... 



그리고 확인사살.



"그리고 꼭 위에서 내려온다고 그 사람이 반드시 일층까지 갈거라는 확신은 그 쪽만의 확신 아닌가요?"



"세상 참 편하게 사시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대방을 보면서.... 속으로 v^^ 를 그리는 것은 물론 'ㅋㅋㅋ' 웃으면서 정색을 유지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발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아파트 건물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