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은 없는 것 같고 최대 현안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상당히 궁금한데요,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낸 저의 입장에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극단적 지지 철회는 아닐찌라도 실망감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는 문창극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지 못하고 사퇴하거나 박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할 경우 지지를 철회하고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조갑제 씨나 변희재 씨 등 그동안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왔던 보수의 이론가들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미적거림과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해 상당히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 이들이 비판자로 돌아선다면 박 대통령은 상당히 어려운 처지로 몰릴 것임은 분명합니다. 조갑제 씨는 문창극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거나 박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한다면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조갑제 씨를 비롯해 여론을 선도하는 보수적 오피니언들이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서면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실패를 자임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적극적 지지층의 이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좌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양측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요, 무엇보다 지지층의 비판과 공격이 더욱 거세었습니다. 당시 한겨레나 경향같은 진보 언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보면 이른바 적대적 언론인 조중동에 못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까지 한 배경에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과 야당의 비판 뿐만이 아니라 한겨레나 경향같은 지지층의 비판에 더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2005년 8월에 KBS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당시 한나라당에게 대연정을 제의한 것은 지지층을 분노케 한 결정적인 실책이었다고 보여지는 데,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그 일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흔들렸다고 했습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진보의 비판은 더욱 거세어졌고 퇴임 후 영부인의 뇌물 사건에서는 진보 언론조차 노무현 대통령을 완전 넉다운 시켰습니다. 심지어는 '노무현이 죽어야 진보가 산다'는 저주까지 등장했고 결국 노무현은 죽었습니다(물론 진보 언론이 노무현을 죽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처럼 지지층의 이반은 통치기반을 흔들리게 할 뿐만 아니라 퇴임 후를 보장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정 또한 보수층에 대한 심각한 충격을 줄 것입니다. 왜나면 보수층에게 있어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는 단순한 총리 후보자 한 명의 사퇴가 아니라 보수적 신념에 대한 거부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재산문제나 부정(不正)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는만큼 문 후보자의 사퇴는 곧 보수적 역사관의 거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문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방송의 단장취의(斷章取義))와 거두절미를 통한 왜곡, 그리고 좌파들의 선전선동에 의해 확대재생산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한 정상적인 검증이 아니라 거짓 여론에 의해 사퇴를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자가 사퇴를 하거나 박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면 보수층 일각에서는 대단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조갑제 씨를 비롯해 대다수의 보수적 지식인들이 청문회를 통한 합법적 진퇴는 용인할 수 있어도 지금처럼 압력을 통한 사퇴라든지 지명 철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왜곡과 조작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박 대통령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문 후보자를 사퇴시키면 좌파들의 거짓 선동에 박 대통령이 항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이 좌파의 거짓공세에 굴복한다면 어느 보수가 좋아하겠습니까. 당연히 문창극 후보자 사퇴는 보수의 분열을 가져오게 될 것이고 박 대통령의 통치 기반을 약화시킬 것임은 불문가지입니다.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할 일은 이해득실을 따져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것이 아니라 청문회라는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원칙을 중시한다는 박 대통령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창극 개인에 대한 명예를 존중해야 합니다. 문창극 후보자는 "친일파로 매도되면 대한민국에 살 수가 없다"고 억울해 했습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청문회를 통해 모든 국민들 앞에서 문창극 후보자가 자신의 역사관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왜곡과 거짓 선동에 의한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에 굴복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수 있고 보수층의 지지를 잃어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케 할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타격을 받고 있는 차에 문창극 후보마져 청문회에 서지 못하고 사퇴한다면 박 대통령은 더욱 힘들어 질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창극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청와대 대변인이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우리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으로서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에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발표를 했던 것을 박 대통령은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자기부정(自己否定)에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