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의 역사관은 총리로서 적합한가 아닌가> 가 아니라 <문창극의 역사관은 식민사관인가 아닌가> 라는 식민사관 증명논쟁이 한창입니다. 언제부터 '확실한 증명부터 하고 그렇게 불러야한다' 는 문제가 이렇게나 중요한 사안이었다는건지 황당합니다. 솔까말 종북 좌파 친일 독재 수구 보수 진보 등을 상대방을 향해서 부를 때, 그것들은 확실하게 증명이라도 된거라서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확실하게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문창극의 역사관을 식민사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겨운 왜곡선동이고 진영논리이며 블라블라" 떠드는 길모 회원 이하 몇몇 분들 툭하면 진보니 좌파니 깨시민이니 떠들던데, 본인들은 그것들을 확실하게 증명이라도 하면서 그랬다는 건지. 

요즘 보면 아주 웃기지도 않습니다. 영남패권주의 이야기하면 '영남패권주의 증명해라', 친노들 비판하면 '친노 증명해라' 이러고 되받는게 무슨 유행인거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식민사관 나오니까 '식민사관 증명해라' 이러는군요. 어떤 분은 필요조건 충분조건까지 들고 나오시던데 아연실색입니다. 그것들이 언제부터 그런 수학적 증명의 대상이었다는건지 알 수가 없죠. 

학술논쟁과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헷갈리시면 안됩니다. 그런식이면 그 누구도 어떠한 정치사회적 주장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죠. 솔까말 어디 한번 제가 님들의 모든 글에 조목 조목 '증명 문제'를 걸어볼까요? 장담컨데 님들은 단 한줄의 글도 쓸 수 없을겁니다. 합리적인 근거나 논거를 대며 개연성 있는 주장을 하는 것과 학술적인 증명을 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죠. 게다가 본인들은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써 열심히 좌파찾고 종북찾고 뭐찾다가 상대방의 프로파간다에 대해서는 학술적 증명부터 하고 떠들어라 이러는 것이야말로 역겨운 진영논리이고요. 

물론 학술적 증명까지 하면서 주장하는 것이 가장 좋고, 가급적 누가 봐도 타당한 논증을 하면서 주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허용될법한 논리적 개연성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 역시 허용되어야하고, 그래서 누가 더 합리적 개연성이 있는 주장인지 다투는 것이 공론의 과정인겁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아무한테나 <학술적으로 이왕이면 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해 봐. 아니면 부당한 왜곡이야> 이러고 나오는건 대한민국 사회를 무슨 논문심사장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면 나올 수가 없는 태도이죠. 심한 말을 하자면 뭐가 뭔지 모르는 무식한 태도이거나, 진영논리에 쩔어서 앞 뒤 분간을 못하는 겁니다. 

문창극의 역사관은 식민사관이라는 주장에 반대한다면, 그런 주장의 헛점을 지적하고 식민사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더 개연성있게 설명하면서 다투면 됩니다. 정 그러기가 귀찮으면 '당신 주장에는 확실한 증명이 없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정도에서 끝나야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증명문제를 들고 와서 방어를 하는 것은 솔직히 상대방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고, 공론 형성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물론 길모 회원처럼 '내가 이렇게나 확실하게 증명했는데 니들은 왜 동의를 안하고 딴소리를 해? 게으른 것들' 이라고 윽박지르는 한 술 더 뜨는 분도 있긴 합니다. 증명문제는 이런 분들에게나 제기하셔야죠.)

당연히 누구나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그런 공론형성의 규칙을 마냥 지킬 수는 없습니다. 어쩌다가 한 두번 논쟁의 기술로써 그렇담 증명해봐 이럴 수도 있긴 하지요. 그러나 이처럼 논쟁의 전 과정을 오로지 식민사관 증명문제로 치환해서 그것에만 집중시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맞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인 진영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왜들 그러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