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전에 썼던 386 개새끼론에 대한 연장선상의 글입니다. 전에 썼던 글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theacro.com/zbxe/5072711

 

댓글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계속 현실의 20(30대 초반) 또는 지금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세대의 경제적 환경에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이 글을 씁니다. 원글에서는 386이 개새끼가 맞다, 아니다의 진위 문제를 따져 보려고 했었지만, 여기서는 그것보다는 왜 386 개새끼론에 대해서 젊은 세대가 맞장구를 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제 나름데로의 답과 그 연장선상에서의 문제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윗글의 댓글 중에 대즐링님이 쓴 댓글이 있는데, 영국의 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들을 팍팍해진 삶을 걱정하며 쓴 글의 링크가 들어 있습니다. 결국 실상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20대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 세대들의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불과 2-30년전에 20대였던 세대에 비해서 지금의 20대의 경제적 상황은 무척이나 참혹합니다.

 

첫째, 이들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학자금 대출의 부담을 가지고, 즉 부채를 가지고 직장생활을 시작합니다.

 

둘째, 어마어마한 집값은 (부모의 뒷받침이 가능한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 십년 열심히 직장생활해해봤자 내집 마련하는 다운페이먼트나 간신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저축밖에 할 수 없습니다. 평균 임금과 소득의 격차 수준을 볼 때 아마도 대부분은 평생 렌트를 살아야 할 형편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면, 결혼 적령기까지 스스로 직장에서 받은 임금에서 쓰고 남은 저축으로 전세값 마련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대도시가 아닌 경우에 집값은 여전히 싸지만 - 집값도 소득만큼 불평등이  심함 - 집값이 싼 곳은 이제 막 사회에 갓 나온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것이 함정)

 

셋째, 취업률 자체도 낮지만 그나마 대부분의 직장들이 초보자들보다는 경력자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한 것이 비정규직이 많을 뿐만 아니라, 요새 직장들은 대부분 낮은 임금을 받는 인턴을 상당기간 거쳐야 취업이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넷째, 지난 2-30년전에 비해서 정부, 즉 윗 세대가 주도해서 만든 국가부채가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단순 국가 부채 수준도 높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메디케어같은 쇼셜시큐리티의 공공부채는 이 단순 국가 부채의 서너배가 넘은지가 옛날입니다. 이런 국가-공공 부채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인데, 결국은 그 많은 돈을 후손들이 갚으라면서 어른 세대가 미리 땡겨다 쓴 것이라 봐도 전혀 무방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단순 국가부채 수준은 다른 선진국보다는 (GDP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다른 OECD에 비해서 가장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형편이라서 젊은 세대가 앞으로 윗 세대들에게 빼앗겨야할 연금 분담이 훨씬 많다고 봅니다. (특히나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보자면) 평균 수명이 높아지는 속도에 비해서 일할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드니 1인당 부담해야할 돈이 더 많이지는 셈이죠. 좀 과하게 표현해보자면, 부모세대가 일찍 죽기라도 하면 그 유산이라도 받아서 그들이 미리 땡겨 쓴 돈을 매꿀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 부모들은 죽기 전에 자식들 등꼴 다 빼먹고 갈려고 여유부리고 있는 형편이 아닐까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가 자식 전세값 대주느라 등골 휘고 있다라고 말 할 분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일개 가족의 문제이지, 연금을 통해서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통째로 착취하고 있는 거시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섯째, 네 번째와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때를 비롯해서 지난 수십년 간의 양적완화정책 또한 젊은 세대의 부담입니다. (이 양적완화에 의해 생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세금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흥청망청 썼으면 그 책임을 제대로 졌어야 되었는데, 계속 후세의 부담으로 미뤄왔다는 것이죠.

 

여섯째, 누구나 인정하는 소득과 재산의 불균등 문제는 어른 세대들보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 혹독한 문제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그리고 각각의 자손들이 가질 수 있는 경제적 기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것은 세대를 거치면서 더 심화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런 의미에서 나이든 세대는 젊은 세대들을 그동안 계속 착취해왔었고, 한국의 경우로 축소해보자면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좀 억울하게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취업의 문과 특히나 부동산을 통한 재산형성의 기회가 가장 높았던 386 세대들이 현실의 20대에게 욕을 얻어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제가 이 문제를 제시하면서 386이나 그 이외의 기성세대를 욕하자는 것을 취지로 쓴 것은 아닙니다. 기성세대가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어린 세대들을 일부러 착취하려고 작정하고 이런 일을 벌린 것이 절대 아니거든요. 현실은 개인으로서는 제어가 불가능한 죄수의 딜레마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니까요.

 

다만 20대 및 앞으로의 얼마 있으면 또 20대가 되어 기성세대들을 위해서 세금을 내야할 그들을 바라보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그 심각함을 알았다면 기성세대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제부터라도 아랫 세대들을 위한 대처 방안을 생각해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요. 아미 현실화가 조금씩 되고 있는 중이지만, 그저 가만 놔두면 조만간 감당하기 힘든 세대간의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아니면 국가간의 분쟁이나 전쟁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출이 되던지....

 

해결책으로 세대간의 대타협 또는 좀 더 나아가서는 기성세대가 흔쾌히 젊은 세대를 위해서 양보할 수 있는 어떤 정책적 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떤 것일지는 아직 막막합니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에서 나오는 나쁜 균형을 없애기 위해서 그동안 여러 가지 메카니즘 디자인을 하는 방법이 나왔듯이, 이런 세대간의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문제제기를 해보는 것으로 이 글의 취지를 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