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교회에서 강연했던 말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언론과 아크로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문창극 후보자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인을 '게으른 민족'이라고 '민족비하를 했다'는 KBS보도를 시작으로 문 후보자에 대한 좌파의 총공세가 시작되었고 식민지사관을 가졌느니 하는 온갖 잡다한 방언들이 대중의 귀를 현혹하고 있지요. 새민련을 비롯한 야당은 '사퇴하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여차하면 청문회도 보이콧 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보자 본인 뿐만 아니라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18일부터 청문회가 열릴 모양입니다. 야당의 반응으로 보건데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새누리당이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다면 청문회는 통과될 것으로 보이고 문창극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국무총리로서 임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는 박 대통령이 문창극 씨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보면서 상당히 의아했는데요, 그 이유로는 정치 경험이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문창극 씨가 관료들을 제대로 장악하면서 국정을 원할하게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는 우선 각 부의 장차관들을 장악하는 것이 우선인데 알다시피 대다수의 장차관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공을 세운 공신이거나 노회한 정치인 출신들이기 때문에 굴러온 돌이라고 할 수 있는, 또 정치적 지지기반도 없고 행정 경험도 전혀 없는 문창극 씨를 우습게 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국정을 원할하게 이끌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창극 씨를 대학교수 출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적절한 예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책에서 본 얘기인데, 김영삼 정부 때 대학교수 출신의 모 씨가 국무총리가 되자, 어느 장관은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은 모르니 "교수님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 출신의 그 장관은 대학교수 출신의 국무총리를 우습게 여긴거죠. 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관료제의 폐단이라는 것도, 관료들 자신의 부정과 부패, 무사안일 등을 얘기하지만, 관료들이 똘똘 뭉쳐 비전문가 출신의 상사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올려 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길들인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문창극 씨가 국무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관료들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인데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잘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물론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고 또 문창극 씨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통솔 능력이 있다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일말의 의구심이 드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왜 문창극 씨를 후보자로 지명했을까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유력한 후보로 알려져 있었고 아크로의 어느 분도 김문수 지사가 지명될 것 같다고 했는데 전혀 예상 밖의 언론인 문창극 씨가 지명되었단 말이죠.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처럼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왜나하면 지금 문창극 씨의 논란에서 보듯이 어떤 돌발적인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거던요. 청와대가 아무리 검증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사인(私人)들의 몇 년 전의 일까지 모두 알 수는 없죠. 그래서 흔히 말하는 '깜짝인사'는 신선한 느낌은 주지만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자리에 문창극 씨의 경우와 같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의 깜짝 발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한 비유는 아니지만, 젝 웰치 전 GE 회장은 GE의 성장은 철저한 내부 승계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IBM의 루 거스너처럼 외부 인사가 조직을 살린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큰 조직의 경우는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스테이트 그래프트가 확실하다면 문창극 씨처럼 외부 인사를 깜짝 발탁할 필요가 없을텐데 아무래도 세월호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충격이 조금 컸나 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문창극 씨는 청문회를 거쳐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재산 문제나 여성 문제 등과 같은 도덕적인 이유가 아닌 교회에서의 강연 때문에 청문회조차 설 수 없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더욱이 사건의 발단이 명백히 정치적 의도 하에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민련은 정정당당하게 청문회을 열고 문창극 씨가 국무총리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엄밀히 검증을 해야 합니다. 만약 새민련이 청문회를 보이콧하거나 택도없는 교회 강연 내용을 트집잡아 인준을 거부하면 자신들 또한 격렬한 비판을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민련이 유의할 점은, 차후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문창극 씨의 교회 강연 내용이 국무총리를 할 수 없을만큼 결격사유라면 자신들도 국무총리를 쉽게 임명할 수 없을 것임을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 때 김종필 씨가 6개월 가까이 국무총리 서리로 있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새민련이 만년 야당으로 남을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정권을 잡을 생각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를 지나치게 흔들려는 술수는 버려야 할 것입니다. 함무라비 법칙은 언제든지 적용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