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이란 게 꼭 조선민족의 항구적 민족성이란 걸 가정한 뒤 또 이 민족성을 게으름, 불결, 어리석음 등으로 비하해야만 식민사관이 되는게 아닙니다.


 

일제가 주장했던 식민사관이란 건 별다른게 아니라

 

1. 조선말기 조선의 상황은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총체적 난관인 상황이었는데

2. 이 난관을 해결할 유일한 방도는 조선보다 앞서 문명개화한 근대국가의 (식민지) 지배뿐이었다. 당시의 조선 혹은 조선민족은 이미 자율적으로 이 난관을 돌파할 역량이 소진되어 버린 민족이었다.


이런 주장을 하면 그게 식민사관이 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강조점은 바로 두번째 명제에 있음.)


 

 문창극이 존경하는 윤치호의 생각이 그런데, 윤치호는 3.1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그 운동에 협력을 거부했던 사람입니다. 일제의 탄압이 무서워서 그랬던 게 아니라, "조선민족은 아직, 자치능력이 구비된 민족이 아니다"란 평소의 소신에 근거해 독립운동협력을 거부했던 사람이에요. 다시 말하지만 식민사관이란 별게 아니라, 바로 이런걸 말하는 겁니다.

 

그럼 문창극의 생각은 어떠한가? 문창극 강연의 전문을 읽어본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번 던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조선민족이 '아직은' 자치능력이 결여된 민족으로 독립과 자유를 주장함은 시기상조이며 앞서있는 문명국의 '지배'와 '지도'를 더 받아야만 하는 민족이란 판단에 3.1 독립운동에 협력을 거부한 윤치호의 판단을, 문창극이라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문창극 강연 전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창극이 윤치호의 이런 생각에 동의할 사람이라는 판단을 가질 겁니다. 정상적인 한국어 이해력과 어휘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죠. 물론 문창극은 그것이 조선민족에게 역경이고 고난이었다고 생각하겠죠.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문창극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찬양, 미화한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서 포인트는, 그 역경과 고난이 '필요한' 고난이었고, '불가피'한 고난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되풀이 합니다만, 이게 바로 식민사관이라는 겁니다. 조선민족의 '항구적' 민족성이 더럽고 게으르다고까지 말을해야 식민사관이 되는게 아닌 겁니다.

 

 문창극은 식민사관에 침윤된 인물이 맞습니다. 문창극을 옹호하려면 문창극의 주장이 식민사관과 동떨어져 있다는 억지를 쓸게 아니라, 차라리 식민사관이 사실은 옳은 사관이었으며 한국사람들이 민족적 자존심에 구속되어 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게 더 유망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