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정치는 타락, 부패의 영역 혹은 '정치가 아닌 혁명'이라는 식의 반정치주의의 망령이 도사리고 있지만 정치만큼 사회의 제도, 자원의 분배에 영향을 주는 큰 영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정치는 대의제 민주주의고 정당을 바탕으로 한다. 집단적 이익과 열망을 제도권 내에서 조직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것은 정당만큼 유효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민주당에 가장 표를 많이 주는 집단은 호남이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표를 많이 주는 집단임에도 이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목소리를 배제하는 이른바 호남의 과대대표성을 문제삼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장 많은 지지자를 무시하는 정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

작금의 이런 배경은 호남의 선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영남이라는 기반때문에 영남 vs 호남이라는 구도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호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5.18에 경험, 혹은 경험의 전승으로 한나라당을 찍기는 어렵다. 그 외 군소진보정당들은 자본주의 극복, 종북주의 같은 쓸모 없는 가치를 내재하는 정당이다. 이들에게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 외에는 답이 없다. 즉 오지선다형처럼 보이지만 결국 선택은 하나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호남의 비극이며 정치적 자유가 박탈당한 셈이다.

그러므로 호남 자민련은 정당성을 지닌다. 자신들이 표를 가장 많이 가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익이 아닌 형식뿐인 가치를 던져주는 정당이 아닌 자신들의 실질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이것이 호남 자민련을 원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호남 자민련이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호남을 호남 자민련같은 지역정당이 가져가는 것에는 반대한다. 내가 바라는 사회는 공정한 게임의 룰에서 이뤄지는 시장경제, 패배자/약자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하며 재기할 수 있게하는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 사회를 원한다. 이는 호남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즉, 호남 자민련이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 구조를 만들되 독식하지 않았으면 하며 민주당과 연대해서 내가 원하는 사회를 점진적으로 이루었으면 하는 게 내 소망이다. 호남에서 경쟁으로 민주당이 가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익도 말하며 이로 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