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든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어떤 지역도 보편적인 이익보다 자기 지역만을 중시하면 잘못된 지역주의이고 수구적인 행태입니다.

이미 인구도 적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하지 않아진 호남이 상징성마저 잃으면 무슨 힘을 씁니까?
체급이 다른데 똑같은 전략을 쓰면 무조건 집니다.
왜 우리는 그 전략 못쓰냐! 부르짖으면서 똑같이 하면 이길 수가 없다구요.
분통터지지만 이미 호남은 체급 이상의 정치적 영향력을 쓰고 있고 이것이 명분과 정당성에서 나온단 말입니다.

앞으로 호남이 이익만을 쫒으면 수도권과 가깝고 경부축 한중간에 있는 충청도처럼 될 것 같나요?
수도권에 이은 제 2의 경제권이자 그동안의 독재야합으로 부와 인맥을 쌓았고 인구마저 두배인 영남처럼 될 것 같아요?
캐스팅보트는 얼어죽을, 이미 박정희부터가 호남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을 희생시키고 영남을 먹었습니다.
지금이야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으니 호남의 목소리가 크게 느껴지는거지 영패본당이 보면 그냥 호남표는 신경쓸 필요도 없다니까요?
정치적 파워도 사라지는 순간부터는 그냥 개무시하면 되는 곳이라구요.

박하고래님이 본인의 현실 인식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댓글들입니다. 그 분의 모든 정치적 주장은 위 내용들을 기본 베이스로 삼아 구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것이 박하고래님 개인만의 생각이라면 그러거니하고 넘어가겠지만, 이런 황당한 논리가 친노네티즌들 나아가 현재 민통당의 모든 정치인들의 인식이라면 사안이 매우 심각한,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되는 것이겠죠. 

우선 첫번째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언뜻 보면 매우 지당하고 당연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그 분이 주장하시는 이른바 '보편적 가치론'이라는거죠. 사실 꼴통이 아닌 이상 이 문장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마치 선생님이 투닥거리며 싸우던 학생들을 앞에 세워놓고 '이유가 뭐가 되었든 친구한테 주먹질하는건 나쁜 짓이란다. 어서 서로 악수해' 라고 지당하고 당연한 말씀을 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나 만약 그 상황이 덩치는 두배쯤 되는 어떤 넘이 비리비리한 넘을 빵셔틀 시키면서 두들겨패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그래서 견디다 못한 약한 넘이 주먹을 한번 날려서 맞서볼까 하는거라면? 더군다나 원래는 덩치가 비슷했는데, 오랫동안 빵셔틀 대느라 한 넘은 덩치가 두배쯤 커지고 한넘은 비리비리해져 버린 참혹한 상황이라면?  거기다 대고 '친구끼리 주먹질하는건 어쨌든 나쁜 짓이야' 라고 하는 선생이 있다면? 그런데 그 선생이 약한 넘더러 '덩치 큰 넘이 때리고 빵셔틀 시키는거는 나쁘지만, 약한 넘이 참아야지 어쩌겠니. 그런데 가만보니까 너도 똑같이  주먹질을 하려고 그러더라? 그거 나쁜 짓이거든? 그래서야 내가 어떻게 너를 도와줄 수 있겠니? 더구나 힘도 약한 니가 주먹질로 맞서봐야 두들겨 맞기 밖에 더 하겠어?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이러는 겁니다. 과연 그 선생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게다가 선생의 뒤를 밟아보니 빵셔틀 시키는 넘의 엄마가 육성회장이라서 찍소리도 못하고 굽신 굽신하는걸 목격했다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도출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란, '주먹질을 하면 나쁘다'가 아니라 당연히 "빵셔틀시키는 넘은 응징과 처벌을 해야 한다" 일겁니다. 저는 차라리 박하고래님이 두번째 인용문처럼 '영남은 이제 언터처블처럼 힘이 세진게 현실이니, 호남은 빵셔틀하며 두들겨 맞더라도 직접 대항하지말고 조금 덜 맞을 궁리를 해보자. 그래도 선생인데 어떻게 해주겠지' 라는 식의 어쩌면 치사해보이는 현실론을 주장하셨으면 그럴수도 있겠거니 했을겁니다. 현실은 어차피 치사하고 보편적가치는 머나먼 곳에 있는거니까요. 그런데 본인의 치사한 현실론을 '보편적 가치'로 포장하고 격상시키는 것은 도저히 그냥 봐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딱 현재 친노들이 자신들을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과 동일한 연장선에 있는 거거든요.

박하고래님의 현실 인식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딱 10년전 제가 노사모를 하며 노빠질하던 당시와 똑같습니다. 따라서 제가 어쩌면 10년전의 제 모습일지도 모르는 박하고래님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박하고래님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구요. 단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난 10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즉 님의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시효가 지나 사망선고를 받은, 낡거나 혹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견해라는거죠.

박하고래님과 저의 견해 차이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 황당한 선생을 계속 같은 편으로 볼거냐 말거냐. 나아가 그 선생이 같은 편 코스프레를 펼치면서 뒷통수 치는 꼴을 계속 지켜보기만 할거냐 말거야이죠. 박하고래님이 주장하시는 것처럼 '보편적 가치'를 운운하면서 충돌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건 박하고래님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닝구들일겁니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어떤 지역도 보편적인 이익보다 자기 지역만을 중시하면 잘못된 지역주의이고 수구적인 행태입니다."
라는 보편적 가치와
"호남이든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어떤 지역도 국가로부터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만약 차별이 있었다면 국가는 그것을 조사해서 차별의 해소를 국가의 공식적인 견해로 선포하고, 차별의 결과로써 부당하게 편중된 것들을 보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만약 국가가 그런 기본 책무를 외면한다면, 차별받는 지역민들에게는 국가의 보편적인 이익을 자기 지역의 이익보다 중시해야할 의무가 없다."
라는 보편적 가치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는 당연히 후자가 전자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우선 순위의 보편적 가치라고 봅니다. 나아가 전자가 더 중요하다 여기는 분들은 더 이상 제가 정치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고, 같은 편은 더 더욱 아닙니다. 일단 빵셔틀부터 사라지고, 처벌은 둘째치고 최소한 그동안 처먹은 빵값 정도는 물어내고 난 다음에야 빵셔틀 당하던 아이의 주먹질이 과연 나쁜건지 아닌지 따져볼 수 있는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