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씨 강연이 근 한시간여가 되는군요.
초반엔 좀 흥미가 당기다가 후반엔 영 방언수준이라 듣기 좀 괴로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궁금한 몇가지 중 한가지는 제목으로 쓴대로 신의 섭리라는건데요.
이번에 문창극씨 총리지명 인준거부되면 그건 신의 무슨 섭리인가요.
아마 한쪽에선 이것봐라 문창극씨 거부되는거 보니 이렇게 질 낮은 한국국민은 한참 더 고생해야 한다 라고 할 것이고,
다른쪽에선 당연한거 아냐. 저런 사람이 어떻게 총리가 되겠어. 다 신의 뜻이야. 하고 할 것이고.
반대로 지명이 인준되면 역시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겠죠. 
물론 양쪽 모두 신의 섭리론입니다. 두 입장 중 어느것을 선택할지는 엿장수 맘대로.

이솝우화에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도를 따먹으려고 애쓰던 여우는 결국 못 따먹고, 저건 아마 너무 시어 먹지 못하는 포도일꺼야 하고 자위 내지는 정신승리한다는 내용인데요.
비슷하게 문창극씨 경우에도 결과가 어떻게 됐든 신의 섭리는 우리쪽이야 하고 각자 정신승리하고 끝내야 할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문창극씨의 강연내용만을 봤을 때 의문이랄까 모순이랄까 하는 점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문창극씨의 생각은 조선말의 지도층과 양반의 부패와 불결 게으름을 징벌하기 위해서 그 하나님이라는 분이 일제의 고통을 주셨다는데요,
물론 일반 대중의 게으름은 아닙니다. 북간도나 등등의 예로 양반 지도층이 없는곳에서 일반 백성은 아주 깨끗하고 근면하다는 것을 강조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쨌든 그 하나님이라는 분이 조금이라도 이성적이라면 지도층이나 양반에게 고통을 주시지 왜 죄없는 일반백성에게 일제 36년의 고통을 주시는지? 게다가 그 강점기동안에 그 지도층이나 양반이라는 사람들보다 일반백성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로 볼 때 하나님의 역사하는 방식이 아주 모순적으로 보이는데요. 혹시 이게 우리가 모르는 섭리?

또 그렇게 고통을 줬는데도 우리 민족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이번에 분단을 시켰다는데요. 이건 공산주의 세력이 남북한을 막론하고 득세했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결국 남북한 전체가 다 공산화가 되었을거라는 우려때문에 또 하나님이 역사하신걸로... 근데 다 좋은데, 왜 그런 나쁜 공산주의를 직접 징벌하지 왜 엄한 우리민족을 자꾸 건드는지... 그리고 꼭 분단의 방법밖에는 없었을까 하는건데... 일본을 움직여 우리나라를 강점했듯이 그 많은 국내외 공산주의자를 일망타진하는것은 더 쉬운 일일텐데. 혹시 이것도 우리가 모르는 섭리?

또 분단된 상태에서 미국이 떠나갈까봐 625를 준비하셨다는데, 물론 하나님이 준비하신거죠.. 어쨌든 꼭 그렇게 하나님이 공산주의를 싫어해서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내고 싶었다면 미국이 한국에서 떠나가게만 하지 않으면 되었을 것 같은데, 이걸 꼭 수십수백만이 죽은 동족상잔을 통해서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그 외 다른 방법도 많았을텐데요. 미국 대통령 꿈속에 나타나 한국에서 절대로 철수하지 말아라 하면 될것을. 아닌가요? 혹시 이것도 우리가 모르는 섭리?

그리고 문창극씨 말씀으론 조선말 우리민족의 그 게으름과 미개, 부패, 무능 등등을 고치기 위해서 하나님이 직접 역사하셨단 말씀인데, 그 하나님이라는 분이 세계 다른 민족도 하구 많은데, 왜 유독 우리민족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잘 되기를 바라는걸까요? 이것도 신의 섭리? 라면 할말 없고... 한가지만 더 하면 그 잘난 일본은 그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없이도 옛날에도 지금도 깨끗하고 유능하고 잘 사는데, 우리나라만 왜 유독 기독교를 받아들여야지만 그렇게 깨끗하고 유능하고 부패가 없을까요. 중국도 마찬가지고. 이것도 신의 섭리?


뭐 하나 신의 섭리가 아니면 이해는 고사하고 그 부근에도 가지 못할 말씀을 하셔서, 방언이라고 알고 그만 신경 스탑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의 심리를 좀 들여다본다면 이런것 같아요.

이건 심리학적인 연구결과로도 정식화되었는데, 나이가 들어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의 수명은 크게는 한 십여년 차이 난다고 하죠. 이렇게 모든 것이 자신이, 혹은 자신이 관계하는 세계가 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도중에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 맘 편히 오래는 살겁니다. 그런데 그것 자체가 잘못이다라는 견해는 아닌것이, 누구나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런 욕망이기 때문이죠.
다만, 다다만, 그런 삶의 방식을 굳이 이렇게 섭리 아니면 해명조차 못할 믿음에 근거하기 보다는 좀 더 건강한 믿음,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이나 자연과의 공존을 담보할 수 있는 믿음에 근거한다면 이왕 한번 사는 인생 좀 더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의리!! 가 아니라 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