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일할 때 여름수련회 강사로 창조과학 강사를 모시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창조과학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대충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흥미도 있고 특강 효과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강사의 초빙을 반대했습니다.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들의 이론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먼저 그 이론을 과학계에 들고 가서 정식으로 검증을 받아라. 내가 알기로 과학계에서 창조과학은 몽상가들의 환타지 정도로 치부되는 것으로 안다. 과학계에 정식으로 도전해 인정받을 자신도 없는 이론을 들고 와서 판단 능력이 없는 중고등 학생들에게 풀어먹으려는 것은 반칙이지."


내가 그 강사의 초빙을 반대한 이유는 대충 이런 정도였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문창극의 발언이 교회에 가서 한 발언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공식성을 띠지 않은, 특정한 종교집단 내부의 발언이기 때문에 그런 종교적 신념을 놓고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하긴 문창극이 저렇게 엽기적인 소신을 자신의 칼럼 등에서 노골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문창극이 교회에 가서 자신있게 드러냈던 그 소신을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칼럼에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시중의 장삼이사라면 몰라도 언론인 게다가 중앙 거대언론사의 대기자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던 사람이 그렇게 때와 장소에 따라서 소신을 드러내고 말고 할 정도라면 지식인으로서 용납되기 어려운 이중기준 아닐까요?


자기 신념에 대한 정직성과 충성은 지식인의 출발점이지, 그 완결점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문창극은 기본적으로 전혀 지식인이 아닙니다. 지식인이 아닌 사람이 지식인 행세를 했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총리가 된다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이 나라가 그 정도까지 추락해야 하나요?


과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이론을 만만한 교회 중고딩들에게나 풀어먹는 창조과학 강사. 자신의 신념을 만만한 교회 신도들에게나 목청 높여 떠들고 정작 자신의 본업에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던 대기자.


두 가지 부류가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