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이어짐>


이런 얘기를 하면 꼭 이런 반론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남 사람들이 다 잘 사는 것 아니다. 영남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힘겹게 사는 사람들 너무 많다." 맞습니다, 맞고요. 누가 그걸 모릅니까? 문제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즉, 순전하게 개인적인 측면에서 동일한 능력과 조건을 갖고 있을 때 영남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에 비해서 특히 호남 사람들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취업하고 사업하고 이 나라의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 진입할 기회가 10배 정도는 많다고 본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영남패권의 구조가 영남 사람들에게는 대대로 노가 나는 구조, 한마디로 화수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호남을 비롯한 기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의 자원 대부분을 영남 지역의 이익을 위해 편중되게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것이 대한민국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노력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장애물이라는 점입니다.


공과를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김대중정권 시절에는 해외자본의 'Buy Korea' 열풍이 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던 기업의 재무 회계 등의 투명성이 높아진데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안보 리스크를 크게 줄인 것도 한국 자본시장 투자의 매력을 높인 요소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는 3류나 기껏해야 2류급 취급을 받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정상 수준의 기업으로 뛰어오른 것이 이 시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이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넘쳐나 투자처를 놓고 고민했던 것은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해외의 신용평가기관이나 기타 경제연구기관들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심지어 세계 4위권 경제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본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서도 내면적으로 반동의 빌미를 준 것이 노무현정권이었고 이후 이명박 정권 들어서 이런 상승세는 결정적으로 꺾이게 됩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대기업 봐주기 위주의 고환율 정책이나 기업 투명성에 대한 기준 약화 등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요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닙니다. 김대중이 노구를 이끌고 일구었던 북한과의 경제협력 청사진은 모두 휴지통으로 들어가고 돈이 될만한 북한의 자원이나 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중국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조차도 본격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나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박근혜정권은 통일은 대박이라느니 하는 하나마나한 구호만 달랑 내놓고 실제 진전은 하나도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방향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왜냐구요? 규제의 몸통인 고위 공무원들과 핵심 공공 부문이 모두 영남패권의 알짜배기 사업 아이템인데 그들이 규제개혁에 협조할까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이들의 저항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규제개혁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영남패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이들과 맞서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 신념을 가진 인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고르고 골라서 앉히는 인재들은 모두다 영남본색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게다가 주요 핵심 인사에서 TK와 PK 등 영남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서비스 산업의 지평 확대와 고급화, 제조업 경쟁력의 회복, 재래식 산업의 내부 혁신과 리엔지니어링 등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전반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세력의 양보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규제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경쟁의 장(field)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경쟁에 참여해야 합니다. 60년대 이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상 김대중의 국민의정부 시절이 유일합니다.


당시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했던 닷컴 기업들 이후 주목할만한 뉴페이스의 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실현됐던 벤처기업 붐은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을 위한 비용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지만 노무현정권 들어서 기존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등장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등장이 막히면서 영남패권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경제의 변화와 업그레이드는 새로운 인물들과 재능의 수혈 그리고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규제개혁의 실패와 함께 영남 출신들 위주의 인사, 예산 배분, 금융 자본의 배정 등도 우리나라 경제의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막는 요소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영남패권의 결과이자 다시 영남패권의 강화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들입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제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바로 그렇게 어두운 전망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봅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절묘한 균형이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리고 그 표현이 사실상 진실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봅니다.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한 교착상태.


이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정부와 시민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을 영남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