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웃제, 실명제 등에서 적합성이라는 가치의 이해...

국회의원들이나 정부가 어떤 법제도를 만들 때 특정한 대상, 가치를 보호하거나 혹은 규제함으로써 새로운 규범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새로운 법은 기존의 질서혹은 또다른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입법자는 반드시 이해를 해야할 개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적필상(적합성, 필요성, 상당성)'의 개념이다. 

적합성이 없거나 필요성이 없거나 상당성이 없는 법은 입법하면 안된다. 그런 법은 입법을 해도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날 가능성이 99%다.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서는 용어가 이해하기 쉬워서 용어에 대한 오해의 여지가 많지 않다. 물론 상당성이라는 것이 규제가 심하다, 심하지 않고 상당하다라는 것을 판단하는 것인데 이것은 각자가 생각하는 정도가 달라서 상당성을 충족했는지에 대해서 합의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다. 암튼...

그런데 적합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헌법을 전공한 저명한 교수들도 '적합성'의 개념을 오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적합성이라는 것은 '만들어 낸 법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얼마나 적합한 수단이냐'라는 것이다. 

즉 그 법제도를 만들더라도 소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적합성'의 개념을 혼동하는 교수는 "살인죄를 만들어도 살인이 없어지지 않는데, 그럼 살인죄를 규정한 형법이 적합성이 없다는 말인가? 그 살인죄 조항이 위헌이고 폐기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법을 만들어도 그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인터넷실명제를 찬성했다. 

그 교수가 오해하는 부분은 악플을 막는다거나 심야에 게임을 못하도록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법을 만들 때, 법 속에 어떤 수단이 들어가 있는데 그 수단의 적합성이라는 것과 법 자체의 규범력이라는 것을 혼동한 것이다. 

살인죄는 그냥 "살인하지 마라 살인하지 마라는 것 지켜라" 로 돼 있다.

실명제와 셧다운제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악플달지마라. 악플달지 말도록 실명제 할테니까 실명제 지켜라" 이런 식으로 규범력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삽입된 구조다.

"심야에 게임하지 마라. 심야에 게임하지 못하도록 셧다운제 할테니까 셧다운제 지켜라"의 구조다.

그 수단이 과연 악플을 달지 않게 하는 데에, 심야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느냐가 적합성의 문제다. 

-그리고 살인죄 같은 것은 기본권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자유는 기본권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명제나 셧다운제의 경우는 기본권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를 제한함으로써 이들 기본권과 충돌이 일어난다. -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중독)을 막기위해서 셧다운법을 만들 때, 과연 셧다운을 시키면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막을 수 있느냐, 셧다운이 게임과몰입을 막는 데에 적합한 수단이냐의 문제가 적합성의 문제다.

셧다운을 실시한 이후 청소년들이 게임과몰입이 개선됐다는 보고는 들은 바 없다. 심야게임 선택제를 실시한 경우가 제도 실시 이후 3%라는 것도 셧다운제의 적합성을 의심하게 한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셧다운제 실시 효과를 분석했는데 셧다운제 실시대상 청소년인 6~15세는 심야 사용이 줄었고, 셧다운제 실시비대상인 16~19세 청소년은 심야 사용이 그대로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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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6~15세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 심야사용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6~15세 청소년들은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 게임을 한다고 하는데.. 연구원은 이것을 확인해봤는지? 

우스갯소리로 셧다운제 이후로 청소년은 "부모민증번호를 아는 녀석과 부모민증번호를 모르는 녀석으로 나뉘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 주민등록증 번호를 모르는 청소년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그래프를 보면 6~15세 청소년들의 사용 그래프가 꺾이는 부분이 10시 부터다. 셧다운제 하기 2시간 전부터 이미 확연히 줄었다. 셧다운 때문에 게임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50대 이상의 사용자들이 심야에 게임하는 것이 많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딱 6~15세 청소년들을 둔 부모세대다. 

16~19세에서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봤을 때 심야에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보수단체들은 그들의 조사결과 그래프를 보고 셧다운제의 효과가 있다, 적합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위의 근거들을 봤을 때 전혀 효과가 없고 적합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셧다운제의 효과는 게임못하게 했을 때 그 청소년이 뭘하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다운로드 받아 오프라인 상태에서 게임하는 것을 할 수도 있고 (요즘은 오프상태에서 사용자가 이용한 성과가 그대로 온라인했을 때 적용되는 게임도 있다) 잠을 못자서 다른 엉뚱한 것을 할 수도 있꼬... 그것은 결국 법을 위한 법 밖에는 되지 않는다. 

셧다운제는 일단 적합성이 없어서 위헌이다. 

나는 실명제가 적합성이 없어서 위헌이라는 주장을 업계에 있을 때부터 허다하게 이야기하고 신문과방송이라는 전문지에도 칼럼을 발표했었다. 결국 위헌났다. 적필상 원칙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법제도를 입법할 때 적필상 원칙 중의 하나인 '필요성'의 검토를 해야하는데, 꼭 그 법이 필요하냐?  그 법 말고 다른 걸로 하면 목적(청소년이 게임과몰입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느냐에 대한 검토다.  이것을 통과해야 입법이 가능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왜 하는지, 왜 우리 나라에서만 이런 게임과몰입 문제가 발생하는지? 왜 우리 나라에서만 게임과몰입을 중독이라고 우기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