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신 교수는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인정한 '잊혀질 권리'를 심각하게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박 교수의 주장은 개인 가치 보다 공중의 가치에 과도하게 편향됐고 선동적이다. 

*기사 참조 : [시론]잊혀질 권리 (http://bit.ly/1l2qnw6)

최근 ECJ에서 인정한 '잊혀질권리'에 대해서 박 교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언론 통제를 초래할 것 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ECJ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는 합법적으로 생산된 개인 정보 자체를 삭제함으로써 잊혀지도록 하는 권리가 아니다. 

일단, 공적인 정보는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아니다. ECJ는 사적인 개인 정보만 잊혀질 권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ECJ에서 인정한 '잊혀질 권리'는 언론사 사이트나 특정한 단체 기관의 웹사이트 공간에 올려진 개인 정보는 그대로 두고 볼 수 있게 하되, 다만 검색 결과에서만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개인 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과잉 유통되는 것을 막는 권리다. 

예를 들자면 합법적으로 생산된 어떤 개인 정보가 있는데 그 개인 정보는 그 개인에게는 불이익이나 성가심을 줄 수가 있다. 그 개인 정보가 인쇄매체인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을 통해서 배포되고 종국에는 각자의 책꽂이 혹은 도서관에 있을 때는 해당 정보의 유통 속도와 범위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보가 과잉 유통될 때 생기는 부작용이 제어된다.

그런데 그 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유통될 때는 정보가 과잉 유통된다. 정보가 과잉 유통되면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과정에서 필수적인 절차인 '숙의(熟議, deliberation)'의 절차가 생략되면서 온라인 공간이 게토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영구 무한으로 존재하는 정보는 개인에 대해 부당하게 이슈를 '현재화'시키며 개인을 과도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 

개인 정보가 비록 합법적으로 생산됐다 하더라도 그 정보가 온라인상에서는 필연적으로 과잉 유통되기 마련인데, 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과잉 유통되면 '숙의의 결여' '현재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미디어로서의 온라인 공간의 특수성과 함께 유럽사법재판소가 결정적으로 고려한 것은 구글같은 강력한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검색에 활용할 때, 기존의 개인 정보와 함께 새로운 정보를 맥락적으로 재구성하면서 결과적으로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취합하며 '프로필화(profile化)'해버린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과거의 해당 개인 정보가 필요한 사람, 즉 현재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분히 감수하면서도 현재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거나 아니면 신문을 보거나, 판결문을 읽거나 하면서 약간의 비용 혹은 불편을 감수하고 정보를 입수하면 된다. 

굳이 오프라인에서만 해당 개인 정보를 입수하라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도 해당 신문사의 사이트에 가서 기사를 읽으면 되고 대법원 사이트에 접속해서 판례를 검색해서 읽으면 된다. 그 때의 그 개인 정보들은 그 개인 정보가 생성된 그 시점에서 의미를 가진 개인 정보로서 존재하고 온전히 당시의 맥락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검색서비스 사업자의 검색 노출을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합법적으로 생산된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은 보장돼 있다. 공익과 사익을 충분히 같이 도모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숙의의 결여'나 '현재화'의 문제, 구글에 의한 '개인정보의 재구성 내지 프로필화' 등의 문제를 막겠다는 ECJ의 논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인터넷의 생리를 봤을 때, 민간의 거대한 빅브러더인 구글의 지나친 권력을 통제할 필요성을 고려해봤을 때 바람직하기 따지 하다. 

끝으로... 박경신 교수는 "합법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타인에 대해 자유롭게 견해를 형성하고 공유할 자유는 왜 프라이버시가 아닌가?" 라고 하는데 그건 프라이버시가 아니고 표현의 자유다. 아니, 헌법학자가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구별도 못하나? 실망이다.

ECJ가 잊혀질권리를 인정했다 하더라도 그 잊혀질 권리에 의해 보호된 개인 정보는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과잉유통이 제어된 것 뿐이다. 그 개인정보를 가지고 타인에 대해 자유롭게 견해를 형성하고 공유할 자유는 보장돼 있다. 그것은 온전하게 현시점에서의 맥락을 가지고 온전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 기사 참조 : Google’s Legal Blow: What ‘the Right to Be Forgotten’ Means ( http://on.wsj.com/1qzA0Lv)

*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싶으신 분들은 위 WSJ기사와 함께 다음의 책들을 참고하시라 

1. The future of reputation -Daniel Solove-

2. Democracy and New Media, Technologies of Freedom? -Lloyd Morrisett-

3. 인터넷 미디어, 담론들의 공론장 인가 논쟁의 게토 인가 -이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