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읽고 눈에 비늘이 퍼뜩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어느 블로거 서평의 한 대목. 


 요 모타 이누히코 교수가 <가와이이 제국 일본>(펜타그램)으로 새롭게 개념화한 '가와이이'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자면 '귀엽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 단어. 사실 이 단어는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모든 대중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단어는 일본의 규정하고, 일본 문화 분석의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저자는 21세기 일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가와이이'를 왜 뽑은 것인가? 


 가 와이이란 무엇인가? '가와이이'를 우리나라 말로 단순히 옮기면 '귀엽다'란 뜻이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에서의 '가와이이'는 특별한 단어라고 말한다. 그 뜻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부서지기 쉬운 것.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 누군가에게서 버림받아 연민의 정이 들게 하는 것. 아이 같고 순진무구한 것."


  - 책으로 책하다 :: [서평] <가와이이 제국 일본>


 듣고 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왜 난 이런 빤한 걸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듣고 보니 진짜 빤한 건데..., 이런 기분이 든달까. 

 

 부서지기 쉬워 연민의 정을 자아내고, 아이 같고 순진무구한 것, 이런걸 가와이이 코드라고 하면 실제로 일본소설, 영화, 애니 및 만화에서 이런 성격이 발에 치일만큼 흔히 나옵니다.


  전 하루키 소설에도 이 가와이이 코드가 활용되곤 한다고 생각합니다. 1Q84에 읽어보신 분들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그 소설에서 후카에리란 여자아이가 적지않은 비중을 가진 작중 인물로 나오죠 (좀 다른 얘기지만 후카에리 하니까 떠오르는 게 주인공이 아직 미성년자인 이 후카에리하고 거하게 붕가붕가하는 장면이죠. 섹스신 묘사의 수위가 상당하면서도 동시에 기괴한 느낌을 줍니다. 참고로 그 장면은 영국의 문학잡지 Literary Review에서 매년 선정하는 'Bad Sex in fiction' 상의 2011년도 후보작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음. 문제의 섹스장면 영역문을 발췌, 소개한 Guardian의 관련 기사 ) .


 이 밖에도 '상실의 시대'나 최근작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도 여자 등장인물의 묘사에 이 가와이이 코드가 활용되고 있는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긴 생략). 


 책을 미처 읽어보지 못하고 서평만 본 상황이라 저자인 요모타 이누히코가 본문에서 하루키 소설도 언급하는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제 느낌엔 요모타 본인도 여기에 동의하거나 큰 반대는 하지 않을 듯. 


 그 리고 서평을 읽다 보면, 저 책의 저자인 요모타가 가와이이 코드의 연원을 일본문화사에서 1000년 가량 거슬러 올라가 찾고 있다고 언급하는 곳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덧붙여 일본 에도시대의 (일본)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론과의 관련성 검토도 빠뜨릴 수 없다고 봄. 


 이 모노노아와레와 가와이이 코드의 연결점에 관해선 다음에 또 글을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파보고 정말 있음직하다고 생각된다면 말이죠).


 아무튼 간만에 땡기는 책을 우연히 소개받았습니다. 요모타 이누히코라..., 이런 인물이 있었네요. 


(덧) 하루키 소설과 가와이이 코드에 관해선 예전에 미투라고라님이 아크로에 올린 글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을 중심으로'도 읽어볼만한 괜찮은 글인데, 아쉽게도 내용이 삭제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아쉽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