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자들은 남자가 번식 잠재력이 큰 여자를 더 아름답거나 섹시하다고 느끼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가설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은 식이다.

 

a. 축 처진 살, 축 처진 엉덩이, 축 처진 가슴은 노화를 뜻하기 때문에 남자가 선호하지 않는다.

 

b. 어느 정도 큰 가슴은 번식력을 뜻하기 때문에 남자가 선호한다.

 

c. 모래 시계형 몸매(허리와 엉덩이 비율이 0.7정도)는 번식력을 뜻하기 때문에 남자가 선호한다.

 

d. 빼빼 마른 여자는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자가 선호하지 않는다.

 

 

 

Charles Jencks는 나름대로 반례를 들면서 그런 가설이 엉터리라고 비판한다.

 

기원전 9,000~2,000년에 유럽의 삶을 지배했던 그 모든 지모신(地母神, Mother Earth goddess)들은 어떤가? 거대한 엉덩이, 축 늘어진 가슴, 묵직한 허벅지. 이것은 모래 시계가 아니라 서양배(pear) 모양이다. 기원전 28,000~9,000년에 여성미의 주요 상징이었던 빌렌도르프 비너스(Wilendorf Venus)는 어떤가? 화가 부셰(Boucher)가 그린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루벤스(Rubens)가 그린 섹시한, 광대하게 늘어진 살은 어떤가? 아니면 그 반대편에 있는, 1960년대에 이상적인 몸매(IBW)였던 트위기(Twiggy)는 어떤가? “나는 코카인에 찌들어 죽기 직전이에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이 야윈, 그 모든 『보그(Vogue)』지의 모델들은 어떤가(거기에 번식 잠재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What about all those Mother Earth goddesses who dominated European life from 9,000 to 2,000 BC? Wide hips, sagging breasts, massive thighsnot the hourglass but the pear figure. What about the Wilendorf Venus, the major icon of female beauty from 28,000 to 9,000 BC? What about the painter Boucher, and his roly-poly bottoms, or Rubens and his acres of sexy hanging fleshor the opposite, the IBW of the Sixties, Twiggy? Or all those emaciated, I-am-on-coke-and-about-to-die models in Vogue (not much reproductive potential there)?

(EP, Phone Home, Charles Jencks,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 Hilary Rose & Steven Rose 편집, 41)

 

 

 

트위기(Twiggy) 1960년대 인기 패션 모델이었던 Lesley Hornby를 말한다. “twig”은 “잔가지”를 뜻하는데 트위기는 상당히 마른 편이다.

 

http://en.wikipedia.org/wiki/Twiggy

 

Charles Jencks 1960년대에는 트위기의 몸매가 이상이었다 주장한다. 1960년대에 트위기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에서 “1960년대에 트위기의 몸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되었다”라는 결론으로 직행한 것이다. 참 세상 편하게 산다.

 

그럼 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배우 마를린 먼로(Marilyn Monroe)의 몸매는 뭔가? Charles Jencks의 사고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당시에 마를린 먼로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에서 “당시에 마를린 먼로의 몸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되었다”라는 결론으로 직행할 수 있다. 그런데 트위기에 비하면 먼로는 상당히 풍만하다.

 

http://en.wikipedia.org/wiki/Marylin_Monroe

 

 

 

빌렌도르프 비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면 백과사전을 참조하라.

 

http://en.wikipedia.org/wiki/Venus_of_Willendorf

 

세상 참 편하게 사는 Charles Jencks는 빌렌도르프 비너스가 여성미의 주요 상징the major icon of female beauty”이었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근거는 없다. 그냥 당시 사람들이 그런 상을 만들었으니까 가장 섹시한 몸매로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상을 만든 사람들이 “나는 상을 만들 때에는 오직 섹시한 몸매만 취급한다”라는 철칙이라도 지켰다는 말인가? 기원전 28,000~9,000년에 사람들의 머리 속에 오직 섹시함에 대한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단 말인가?

 

 

 

Charles Jencks는 패션 잡지 『보그(Vogue)』 이야기를 한다. 여자 패션 모델들은 대체로 상당히 마른 편이다. 하지만 당대의 인기 있는 여자 패션 모델들의 몸매가 곧 당대 남자들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몸매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실제로 섹시함에 목숨을 거는 『플레이보이(Playboy)』 같은 도색잡지에 나오는 여자는 대체로 패션 모델보다 더 풍만하다. 그리고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더 눈에 불을 켜고 볼 것 같은 속옷 패션 쇼에 나오는 모델도 겉옷 패션 쇼에 나오는 모델보다 더 풍만하다.

 

패션 모델의 몸매를 결정하는 데에는 디자이너의 결정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의 머리 속에는 온통 섹시함에 대한 생각 밖에 없다고 믿는 것 같은 Charles Jencks가 들으면 놀랄 일이겠지만 디자이너의 머리 속에는 섹시함 말고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

 

 

 

Charles Jencks는 루벤스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섹시한, 광대하게 늘어진 살(his acres of sexy hanging flesh)”이라고 표현했다. 토지를 재는 단위인 “에이커(acre)”까지 동원한 표현이다.

 

하지만 루벤스 <삼미신(三美神, The Three Graces)>에 등장하는 여자의 몸매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섹시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도 그렇고, 할머니처럼 가슴과 엉덩이가 축 처지지도 않았다.

 

http://en.wikipedia.org/wiki/Rubens

 

 

 

나는 섹시함에 대한 진화 심리학 가설들이 확실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엉터리 비판은 그런 가설의 검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