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조선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지금부터 보여주는 모든 기사 화면은 스마트폰에서 캡처한 것이지만 그 기본 내용은 웹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는 것을 밝혀둔다. 이 포스팅에서 다루는 기사의 중요 부분은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제일 왼쪽 캡처를 보면 [광주서 유흥업소 운영해온 도곡역 지하철 방화범...]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이 제목을 클릭하면 두번째 캡처와 같은 기사가 나타난다. 기사 제목은 [불낸 뒤 달아났다가 잡힌 범인 "보상이 적어..."]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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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캡처는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의 첫번째 화면(흔히 인트로라고 불린다)에서 중요 기사의 제목을 소개한 것이다. 두번째 캡처는 인트로 화면의 기사 제목을 클릭했을 때 보여주는 실제 기사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서 원래 취재기자가 썼던 기사의 제목은 [불낸 뒤 달아났다가 잡힌 범인 "보상이 적어..."]였는데, 이것이 데스크의 손을 거치면서 '광주서 유흥업소 운영해온...'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제목이 바뀌었을까? 나름 짐작은 가지만, 결론은 조금 있다 내리기로 하자.


세번째 기사 캡처는 ["시끄럽게 한다"며 이웃 얼굴에 시너 뿌리고 불붙인 50대]라는 제목을 보여준다. 이 캡처 역시 같은 날 조선일보 인터넷 인트로 화면의 제목을 떠낸 것이다. 이 제목을 클릭하면 네번째 캡처가 나타난다. 이 제목은 ['악감정' 있는 30대 얼굴에 시너 뿌리고 불붙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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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역시 원래의 기사 제목과 편집 데스크를 거친 이후의 제목이 달라졌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30대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가해자인 50대로 초점이 달라진 것이 첫번째 기사와의 차이라면 차이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두번째 기사의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바로 '부산'이라는 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첫번째 기사는 사건이 일어난 곳이 서울의 도곡역이다. 하지만 도곡역이라는 지명보다 범인이 광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했었다는 내용을 제목에까지 올려 강조한다. 조선일보 편집 데스크는 왜 이렇게까지 '광주'를 강조하고 싶었을까? 범인이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사실이 편집 데스크의 어떤 지적 정서적 성감대를 건드린 것일까?


단지 범인이 살고있던 장소에 불과한 광주를 제목에서 그렇게 강조한 반면 시끄럽게 한다며 이웃 얼굴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사건은 범인이 살고 있고 직접 범행이 일어난 장소가 모두 부산인데도 제목에 '부산'이라는 지명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 경우 역시 '부산'이라는 지명이 조선일보 편집 데스크의 어떤 지적 정서적 성감대를 전혀 건드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편집국에 부탁한다. 이런 편애는 싫다. 부당하다. 앞으로 이렇게 뭔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사의 제목을 붙일 때는 호남 말고 영남도 좀 균형있게 사랑해주면 좋겠다. 둘 다 사랑하던지 아니면 둘 다 공평하게 사랑하지 말던지 해주라.


조선일보의 저런 편집의 의도는 굳이 설명 안해도 이제 알만한 분들은 다들 아신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9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일보가 스스로를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으로 불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 아닌게 아니라 범인이 광주에서 유흥업에 종사했다는 기사에는 어김없이 광주/5.18 등을 범인과 연결해 욕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조선일보도 자기네 독자들의 수준과 성향을 모르지 않는 것 같다. 호남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혐오사건이 기사화되면 피냄새를 맡은 피라니아들처럼 조선일보 독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추잡한 댓글들을 달아댄다는 것을.


그래서 조선일보 기사에 댓글을 달려고 로그인하면 다섯번째 캡처와 같은 내용이 뜬다. [욕설, 지역감정 조장, 유언비어, 인신공격, 광고, 동일한 글 반복게재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며 일정 횟수 이상 삭제시 회원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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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저런 경고도 있는데다 또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 일등 신문이라는 자부심에도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서 뜬금없이 호남지역을 욕하는 댓글을 신고하기로 한다. 그래서 문제의 댓글을 지역감정 조장으로 신고하려고 '신고'를 눌렀다. 그랬더니 여섯번째 캡처와 같은 박스가 뜬다. 내용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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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사유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친절한 안내 아래에 비속어/비하, 광고/도배, 정보보호, 주제무관, 기타 등은 있는데 지역감정 조장은 없다. 왜 그럴까? 그냥 '기타'로 신고하면 알아서 처리해주겠다는 뜻일까? 만일 이것이 조선일보 독자들의 지역감정 조장 댓글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그런 사유로 인한 신고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아져서 그런 부끄러움을 드러내기 싫어서 취한 조치라면 정말 안쓰러운 심정이 생긴다.


그래서 조선일보에 제안한다. 제목으로 장난치지 마라. 특히 중요한 선거철이 다가오면 당신네들 제목 장난이 평소보다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사실은 내가 2009년에도 조선일보의호남 비하를 목적으로 한 제목 장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당신네들 하는 수작을 잘 알고있다.


지금 인터넷과 일베 등에서 벌어지는 인종주의적 호남 공격의 책임은 상당 부분 당신들의 제목 장난, 편집 장난에 귀책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이 다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당시들이 저지른 행위의 댓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