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습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크게 걱정을 안해도 될 상황인데 동네가 동네니 만큼. 그래서 아는 인간들에게 협박반, 읍소반 부탁을 했습니다. 당선을 예감한 것은 그날 오전 7시. 집사람이 “이거 선거법 위반 아니에요?”하면서 보여준 문자였는데요, 한 문자는 "OOO 후보를 찍으면 좌경후보 OOO이 됩니다. 부산교육의 지킴이..OOO을 찍어 주세요". 또 다른 문자는 역시 같은 맥락으로 “각종 교육비리의 파렴치범 OOO을 찍으면 OOO 당선되어 결국 우리아이들은 전교조의 손에서 길러지게 됩니다.” 이딴 소리들이었습니다. 이건 투표 당일에 있어서는 안되는 명백한 불법이죠. 그래서 전 이 놈들이 이제 불법을 감수하고 막던지는구나 하며, 약간의 감을 느꼈습니다. 
    

보수 교육감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이길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은 나옵니다. 그래서 진보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 말은 보수후보도 단일화를 하면 바로 다음부터 이길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좋아하지 마라  이런 조언? 경고도 들립니다. 그런데 보수후보들의 행동을 복기해보면 이런 경고는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당선 목적은 결국 이권입니다. 말은 교권이니, 좌경교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자 그러지만 그건 자기들도 그게 얼마나 맹랑한 핑계거리인지 잘 압니다. 그런 주장은 마치 새누리당이나 꼴보수들이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며서 진보쪽을 압막하는 논리구조와 아주 비슷합니다. 대통령이나 기춘대왕, 남재준 류의 우익들이 북한인권을 걱정한다 ? 개소리 Type-1 이죠. 교장, 본청 장학사만해도 권한이 상당한데 교육감의 권한은 진짜 알짜배기 입니다. 시장(Mayor)해봐야 공사입찰, 토목공사에서 좀 들어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건 Open이 되어있어서 해먹기도 힘들고 가담자가 많아서 쉽게 뽀록이 나는데 비해서 교장 교감 발령, 장학사 발령, 학교 예산 배정 특히 학교내 공사예산 이런 것에는 거의 터치할 권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학부모가 발칙하게 나서서 이런 것 지적할까요 ? 지 새끼 학교에 묶여있는데. 진짜 쓰레기같은 담임이 있어도, 우짜든지 그 담임과 공존하는 학기가 빨리 지나기만을 기도하는 것이 보통의 엄마죠. 학교는 완벽한 교장의 성입니다. 그리고 그 교장들은 완벽히 교육감의 가두리 양식장에 있는 사람들이고요.

  
 
이게 참 재미있는 것이, 보수후보쪽에서 일단 단일화만되면 100% 이기죠. 이건 이번 선거결과가 잘 보여주었습니다. 단일화되면 100% 이기는 것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겁니다. 진보쪽에서는 이념적으로 해야할 일이나 의무감 의식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도 않고, 나서도 이기는 것보다 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단 나서는 선수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을 감시하려는 시끄러운(?) 진보단체가 많기 때문에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별로 없고 그런 것을 맘에 먹은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사적이득이 목표라면 왜 전교조 류의 단체에 가입해서 손해를 자처하겠습니까. 한편  제가 사는 지역에서 보수후보들이 단일화 문제로  4번이나 모였고, 뉴라이트 출신의 후보(법대교수)의 주선으로 투표 이틀 전에도 회합을 가졌는데 한 분은 아예 나타나질 않아서 모임 자체가 성립이 안되었습니다. 눈앞에 엄청난 현찰이 보이고 그 아래 지지해주는 인간들이 바람을 넣으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저" 놈만 양보해주면 더 많은 떡이 나에게 들어오는데 누가 포기하겠습니까 ? 이 경우에는 2,3,4위 후보순위가 의미가 없습니다. 4위 후보로 단일화해도 다 이깁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버티는 겁니다.
    

이런 게임을 생각해 봅니다. 참가자 5명에서 돈을 나눠주는 게임입니다. 각자는 1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의 돈을 100만원 단위로 적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적어낸 돈의 단위대로 모두 돈을 받아갈 수 있습니다. 단 같은 크기의 돈을 적어낸 사람이 있을 경우에 그 사람은 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돈을 받지 못하죠. 우리는 얼마를 적어내야 할까요 ? 욕심 같아서는 1000만원을 받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딴 놈도 같은 마음으로 1000만원을 적어내면 말짱 꽝이죠. 그러면 900만원 ? 상대방도 나와 같이 생각해서 900만원이면 또 다시 꽝이죠. 정당추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이와 비슷한 소수자 게임(minority game)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보수와 진보를 두고 보면 진보가 소수이므로 이 게임의 룰에서는 소수자인 진보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Minority의 승리죠.

  

교육감 선거에서 당 공천을 배제한 것이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정말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눈 앞의 현찰을 두고 쉽게 물러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싸우다보면 차라리 빨갱이를 도와주는 한이 있어도 저 싸가지 없이 욕심만(?) 챙기는 경쟁자를 파멸시키기 위한 자해공갈적 전략도 나오게 됩니다. 100만원 물건 배상 문제로 맘 상해서 500만원짜리 변호사 선임하는 것과도 비슷한 심정이죠. 나 망해도 좋으니 저 인간 잘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 이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심리 아닐까 합니다.  보수의 가치를 무시하고 세속의 권세와 재물을 탐하는 보수 후보가 있는 한, 이 게임에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진보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벌써 교육감 선거에 정당 공천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러면 절대 안되죠.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올 수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감” 선거가 지속되도록 꼭 지켜야 합니다.

 

오래전 다큐를 보니 재미있는 원숭이 생포법이 있더라고요. 야자 열매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쌀을 집어 넣어 둡니다. 당연이 그 야자 열매는 말뚝에 잘 묶어두고요. 원숭이 이 놈이 살금살금 다가와서 야자에 손을 집어 넣어보니 쌀이 있는 겁니다. 쌀을 양껏 꽉 주었을 때 사람이 튀쳐 나가면 원숭이 이 놈이 그 쌀 쥔 손을 놓지 못하여 야자열매에 손에 껴 도망가지 못하고 발광을 할 때 탁- 잡으면 됩니다. 보수 후보들이 이 원숭이 꼴이 아닌가 합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 많습니다.

휴일 아이들과 놀러가기 싫을 때, 두 놈을 불러 놓고, 어디로 놀러가고 싶은 지 각각 물어 봅니다. 그게 산과 바다라고 해 봅니다. 그러면 둘이 잘 협의해서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정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떡을 더 얹어 줍니다. 결정되면 그쪽은 해당자가 어떤 놀이를 하고 뭘 할지, 가서 할 게임도 다 정한다. 이러면 둘이서 난리가 납니다. 그 정하기 게임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제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쌍둥이 두 놈, 야 밤에 난투극까지 벌어집니다. 이 때 제가 나타납니다. --쿠왕-- 소리를 내면 혼란의 현장에 개입합니다.
“아니 이 것들이... 사이좋게 의논하라고 그렇게 말했거만, 이 놈들이 형제끼리 치고받고 싸워? 안되겠구만. 내일은 집에서  모두 모여서 공부하는 날이다. 알겠지 ?  각자 위치로 ! " 소리를 버럭지릅니다. 그러면 바로 그 환상의 국면이 단번에 정리되버립니다. 헤헤... 떡이 많을수록 양보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려면 더 큰 떡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혼돈과 질투는 점점 배가 됩니다. 교육감 선거가 딱 이꼴입니다.  제 생각으로 서울에서 고승덕 딸의 어시스트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저는 조희연이 신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론: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의 득표 총합이 더 많다고 위축될 필요가 전혀없다. 그건 원천적으로 의미없는 산술이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 배제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진보 교육감 집단 승리는 최근 어떤 선거에서의 승리보다 값지고, 민주와 진보의
         씨를 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진보의 승리가 지속되어 그 들이 소수자에서 다수자가 되면 다시 소수자가 된 보수가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