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이겼다고 말할 수 없다. 무승부인 것도 아니다. 참 절묘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각자가 어느 쪽이 이겼다고 할 수도 있고 졌다고도 할 수 있다.

진보성향의 한 페친은 "야권이 압승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잘못 말했다. "야권은 압승해야 한다"가 그의 입장에서 바른 말이었다. 오판하지 말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야권 압승 못한다. 백중세이고 어디가 이길지 모른다는 멘트를 오지랖넓게 남기기도 했는데...  결국, 야권은 압승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엄청나게 강력한 버프를 받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야권이 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굉역단체장에비해 기초단체장은 출마자의 저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물보다 당적이 보다 중요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기초단체장선거는 정당지지율에 많이 수렴했고 그 결과 정당지지율이 여권의 절반 수준인 야권이 대패했다. 국회의원 선거와의 관련성은 광역단체장선거보다 기초단체장선거가 더 높다는 점에서 기초단체장에서 대패한 야권의 고민이 크겠다. 세월호 버프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약해질 것이다.

정몽준은 '몽망진창'이었다. 사람이 많이 어벙벙한 느낌에 아스트랄한 한마디 한마디가 실소를 불러 일으켰다. 가족들까지도 한마음 한뜻으로 망언을 시전해주니 어떻게 이기겠는가? 대선주자 탈락이라고 봐야겠고. 정몽준을 모델로 해서 세상물정도 서민사정도 모르는 재벌의 좌충우돌 서민체험기 '정몽준의 대모험'이라는 개그 코너를 짜면 힛트칠 것 같다.'손학규의 대모험'과는 또 다른 맛이다

농약급식을 핵심 이슈로 밀고 나간 것은 엄청난 패착이었다. 세월호 정국에서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의 전략을 써야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더군다나 집권여당이라면 더욱 더 포지티브 전략을 써야 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책임지라는 여론을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귀로 흘려보냈는지 무한책임지겠다고 말해도 모자랄 판인데, 상대 잘못 트집 잡고 있으면 누가 좋게 봐주겠는가? 어떻게하면 이 난국을 돌파해나가며 어떻게 살림살이를 잘 해나갈 것인지를 전략의 기본으로 삼아야 했다.

그에 비해 처음부터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박원순의 전략은 훌륭했다. 나경원 피부과 네거티브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어서 박원순의 부담이었다. 그래서 여권의 참모들은 "이번에는 제대로 당해봐라 너도 업보가 있어서 무작정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뻘짓을 예상했는지 박원순은 처음부터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아예 선을 그어버렸다. 그 선언에 대해서 새누리측은 뭔가 이상하다고 낌새를 채야 했는데 그냥 무작정 달려나갔다.전략에서 박원순이 압도했다.

지난 서울시장도 그렇고, 이번 서울시장도 그렇고 새누리는 정치인보다는 정책에 강한 수수한 행정가 타입의 후보를 내세워야 했다. 뺀질한 이미지의 나경원이 패했으니 이번에는 어벙한 정몽준으로 가보자고 생각했을까? 박원순의 최대 약점이 정책이다. 두루뭉실하게 헌법상 기본권들을 요약한 것을 정책이라고 내놓는 수준이 박원순의 정책 수준이다. 농약급식 논란은 차후에 서울시장 청문회를 통해서 밝힐 사안이다.

광역지자체장에 투표하는 민심의 최근 흐름은 중앙 정부에 대한 압박 혹은 협조 능력을 점점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지자체의 중앙의존 때문일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사상 최악수준이다.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이 점을 잘 간파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듯하다. 지자체의 건전성도 높이고 지방선거에서도 이기고 일석이조.

현 정권의 권력의 원천지이자 최후의 새누리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새민련 김부겸이 꽤 선전했다. '잘 키운 딸 하나'의 윤세인 덕택도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도 반했다. 그냥 찍어주고 싶을 정도- 그보다는 대구 민심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봐야겠다. 새누리 친박과 당주류 및 대구지역 정가의 주류인 경북중-경북고 네트워크를 극복하고 비박, 쇄신파 비주류에다가 대구지역 정가의 비주류인 청구고 네트워크의 권영진이 새누리경선에서 이긴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는 변화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내야 할지 고민스럽겠다.

안철수는 친노들의 견제와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그의 직계라 할 수 있는 윤장현의 당선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안철수는 이번에 구사일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광주 전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감각과 수준은 역시 탁월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안철수는 그동안 자신의 인기의 원천인 반정치주의가 이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교활해져야 한다. 기존의 정치적 조직, 시스템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하면 안된다. 정치는 현실이다. 박경철 같은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참모도 금태섭 같은 사람보다 훨씬 더 똑똑한 참모가 시급하다.

손학규는 이번에도 오판하면서 대선후보군에서 탈락했다고 봐야겠다. 문재인은 끊이지 않는 뻘짓에도 불구하고 친위 깨어있는 시민 세력들이 워낙 막강하고 극성한지라 차기 대선에서도 여전할 것 같고.

교육감선거... 고승덕은 발성연습 좀 해야겠다.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 고 외칠 때, 깼다. 진정성이 좀 부족해보였다. 앞으로 두고두고 합성필수요소가 될 것이 분명한 그 모습. 생각하면 불쌍하다.

교육감선거가 대구경북을 포위하고 거의 대부분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됐는데, 이를 두고 정치평론가들이 또 헛소리를 하고 있는데... 내가 만약 중고등학생 자식이 있는 아버지라고 생각해볼 때 가장 걱정되는 게 애들 교육비와 쓸 데 없는 경쟁이다. 교육시스템이 지금 이대로 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진보쪽을 찍는 것이다. 진보의 교육관이 좋아서 찍는 게 아니다. 경쟁도 제대로 된 경쟁이면 괜찮다. 이거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판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