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곱씹다 보면 획기적인 분석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우선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볼까 합니다.


첫째로는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국회의원선거와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정당색은 뺄 수 있고, 또 빼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안철수가 무공천 공약을 고집한 것에 대해서 지지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논리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이 말을 바꿔서 정당 공천을 하기로 결정해 버렸는데, 이것은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의 논리를 고집하면 결과는 표가 분열되는 결과로 나타났을 겁니다. 결국 전패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논리(원칙)를 지키려고 하면 이런 결과를 감수해야 하고, 대부분의 정당인들은 이런 결과를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안철수나 김한길의 원칙에 항명하는 형태로 발언이 나오게 됩니다. 이걸 생까고 있다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깨지거나 적전분열 비슷하게 콩가루가 되었을 겁니다. 안철수가 버티다가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정당은 혼자만의 원칙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 거죠. 저는 이 결정이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일 뿐이라는 경험을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 모두에게 더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결정이 손해와 이익이 동시에 발생하므로, 손익을 따져 보기는 하겠지만, 막무가내로 반대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둘째로는 고승덕후보의 딸이 일으킨 사건인데, 고승덕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결국 고승덕이 낙선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점은 조금 유감스럽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딸이 이혼과정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다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오해하면서 십여년 간 미움을 키워온 것 같습니다. 고승덕은 변명하느라 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의 변명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낙선... 이제 이 사건의 진실은 언론이 파헤치게 될 것 같습니다. 신문 팔아먹을 거리가 생겼으니, 달려들겠죠.... 제 추측이 맞을런지 틀릴런지 두고 봐야 되겠네요.


셋째로는 인천에서 송영길이 낙선하고, 경기도에서 김진표가 낙선했습니다. 4년간 송영길이 인천시장으로서 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욕하는 글은 본 적이 있는데, 칭찬하는 글은 본 적이 없네요. 김진표야 노무현정부에서 교육부장관 할 때 벌써 뻘짓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을 찍어 뒀던 사람이라서 그가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고, 지지를 보낼 수가 없었더랬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낙선한 것에 대해서 속이 시원합니다. ^ ^


넷째로는 앞으로는 서울시장 후보를 뽑을 때 명망 있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지 말고, 실질적인 검증 과정을 거쳤으면 합니다. 즉, 시의원이나 군의원이나 구의원을 지낸 사람들 중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을 뽑고, 나중에 시장/군수/구청장을 지낸 사람들 중에서 다시 광역시장/특별시장을 뽑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다섯째로는 선거의 승패나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 정당지지도를 다시 조사해 봤자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 리도 없고,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질 리도 없습니다. 걍 일회용 사건에 불과한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대통령이 레임덕이 되니 마니 하는 소리를 해 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는 점입니다.


여섯째로는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성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남경필의 경우가 제 관심을 끕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얼굴 꽤나 팔린 사람인데, 도지사로서 얼마나 능력을 보여줄런지 눈여겨 봐야 되겠습니다. 어쩌면 대선가도에 일등으로 달릴 지도 모릅니다... 명박이조차 해낸 일이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다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