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ary Rose & Steven Rose는 진화 심리학이 생물학적 결정론을 넘어서 생물학적 운명론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진화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운명이 유전자 속에 쓰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틀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결정론이 등장했다. 물론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영국 사회(Victorian society)를 지배했던 사회적 위계를 생물학적으로 방어했던 이전의 사회적 다윈주의가 아니라 이런 생물학적, 특히 유전학적 지식과 기술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에 힘 입은 현대적이며 더 정교해 보이는 형태다. 이 새로운 결정론은 서로 대립하는 것 같아 보이는 두 가지 형태를 취한다. 한편으로, 우리의 생물학적인 것(biology)이 우리의 운명이며 이것은 자연 선택과 무작위적 돌연변이를 통해 인간 진화를 모양 짓는 힘들에 의해 우리의 유전자에 쓰여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물학적 운명론은 유전 공학이라는 형태의 생명 공학이 최악의 운명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프로메테우스적 주장과 대립한다.

 

Within this framework new forms of biological determinism have arisen. Not of course the old Social Darwinism, which provided a biologised defence of the prevailing social hierarchies of Victorian society, but modern and seemingly more sophisticated forms, powered by this vast expansion of biological, and particularly genetic, knowledge and technology. This new determinism takes two apparently antithetical forms. On the one hand, it claims, our biology is our destiny, written in our genes by the shaping forces of human evolution through natural selection and random mutation. This biological fatalism is opposed by Promethean claims that biotechnology, in the form of genetic engineering, can manipulate our genes in such a way as to rescue us from the worst of our fates.

(Introduction, Hilary Rose & Steven Rose,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 Hilary Rose & Steven Rose 편집, 4)

 

 

 

진화 심리학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선천적 인간 본성 또는 선천적 심리 기제 또는 선천적 모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로부터 모든 것을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운명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황당할 뿐이다.

 

 

 

첫째, “선천적 심리 기제”가 모든 인간에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해부학 교과서에 인간의 손가락이 열 개라고 나온다고 해서 모든 인간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아니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을 수도 있고, 유전자 이상이 있거나 임신 상태에서 약을 잘못 먹어서 손가락이 열 개가 아닌 채로 태어나기도 한다.

 

심리 기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인간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처럼 통상적으로 인간에게 그런 심기 기제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둘째, 심리 기제는 보통 환경으로부터 입력 값을 받아들여서 그 입력 값에 따라 작동한다. 심지어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입력 값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어떤 진화 심리학자도 인간의 심리 기제가 입력 값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셋째, 아예 심리 기제 또는 모듈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피아노 연주, 운전, 타자를 오랜 기간 연마하면 자동적이고, 빠르고, 정확하게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타자를 칠 수 있게 된다. 학습 과정에서 뇌 속에 그런 일을 담당하는 회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후천적 모듈(또는 후천적 유사-모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진화 심리학자도 피아노가 있는 문화권에서 피아노 연주 모듈이 생기고, 자동차가 있는 문화권에서 자동차 운전 모듈이 생기고, 타자기가 있는 문화권에서 타자 모듈이 생긴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10만 년 전 사냥채집 사회 사람들이 피아노를 치고, 운전을 하고, 타자를 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진화 심리학자는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진화 심리학의 선천론(선천적 심리 기제들이 많이 있다)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인간의 생각, 행동, 문화, 사회에는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많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lary Rose & Steven Rose는 진화 심리학이 생물학적 운명론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번에도 허수아비를 열심히 때리고 있는 것이다.

 

 

 

아래 글도 참조하라.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05. 유전자의 수가 턱없이 적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L9Ys/5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15. 생물학적 환원론

http://cafe.daum.net/Psychoanalyse/L9Ys/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