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영남 패권주의에 대한 제 시각을 밝히죠. 저는 이런 지역 패권이 작동하는데엔 몇 가지 흐름이 있다고 구분합니다. 직업 정치인이 과잉 대표성을 유도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의도(a), 지역 주민이 그런 정치집단을 통해 경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b), 전문직이 직능 커뮤니티 속에서 출세욕을 충족하려는 의도(c). 이 각자의 욕망이 뒤엉켜서 영남 패권주의라는 현상을 빚어내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이 그리 막되먹게 태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도처에서 보이는 객관적 악행은 스스로부터 속이는 주관적 기만이 있어야 수월해집니다.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게 현재 호남혐오라는 편견(d)입니다. (a)와 (c)는 보상에 이르는 기여의 매커니즘을 개혁해서 재설계해야 하고, (b)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론이란 점을 설득해야 하며, (d)는 개인의 특성 이전에 집단의 성향을 투영하려는 못된 버릇과 그 추정조차도 근거 없음을 지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아크로의 주류 정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남패권주의를 단순히 새누리당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방어적 의미에서 벗어나서 훨씬 팽창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제 판단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걸로 받아들이고 개별 사안으로 따져들어가면 아마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겁니다. 제 요지는 지역은 결과적 고리이지, 동기적 매개가 아니라는 점이고요. 경제적 격차나 정치적 편중도 살펴야 하는데 기회가 되면 또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원래 제목처럼 사회적 모욕에 집중해서 돌아가보겠습니다. 일간베스트란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거기서 쏟아지는 망언에 격앙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처방향을 감히 모색해봅니다. 

설득의 층위(1-4), 처벌의 층위(5-7), 본질적 층위(8)

1. 학문적 접근
대개 모욕은 그 강약과는 별개로 자신의 입장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합니다. 이런 점을 상기하면, 민주화 운동에 대한 비난은 학문적으로 확실히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독재정권에서도 이미 논파당한 주장이고, 워낙 형편없는 논증구조이긴 하지만, 여기서의 정신승리가 차례로 나올 잘못들의 첫단추이기 때문에 꽤 중요합니다.

2. 정당의 역할
일베의 조롱은 민주당을 매개로 확산되는 패턴을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비판하는 건 북한, 호남, 여성, 다문화 등이기 때문에 얼핏 정책처럼 가장하기도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정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제반 철학을 마련해야 하고요. 그래서 스스로 어떤 집단인지 똑바로 설명해야 합니다.

3. 사회 다양성
새누리당은 틀린 정당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정도여야 다른 정당이라고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새누리당 지지자를 욕보이진 않습니다. 잘못된 생각이 있다면 서로 대화하므로써 잘된 생각을 공고히 해가고 그것으로 사회의 발전은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죠. 시대적 격변을 감안한다면, 주장은 절대적이기보단 상대적이므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겁니다. 이 생각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4. 하위 문화
이것도 놀이라면서 변명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이른바 하위문화로써 쿨하게 받아들이자는 건데요. 하위문화라는 건 동의할 수 있는데, 두 가지가 문제입니다. 첫째, 비하와 무시에도 그 지지선이 있습니다. 사자모욕, 특히나 희생과 헌신의 상징인 민주화 운동을 두고 모욕하는 건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문화는 합의된 내부집단에서 통용되어야지 맥락없는 외부집단을 끌어들이면 곤란합니다. 공적 인물이 아닌 사적 개인을 조롱거리로 삼고 싶으면 내부자끼리 할 일입니다.

5. 사법 처분
우리는 쓰레기가 담겨서 더럽다고 쓰레기통을 없애진 않습니다. 그 틀을 통해 분리수거를 하죠. 거기서 발견되는 다양한 샘플을 기준으로 우리는 모욕죄의 범위를 논의해야 합니다. 동시에 합의되어 현존하는 마지노선에서 고소고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6. 행정력 강화
사고다발지역에는 순찰을 자주 다니듯, 사이버 범죄가 잦은 곳도 상시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그 대상선정에 있어서 계량화된 기준이 전제되어야하고, 행정부의 악용이 우려되어 적극적으로 주장할 순 없지만, 대안 중 한가지로 살펴볼 순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단체나 경찰업무에 예산편성을 확보해서, 민관에 대한 지원과 감시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겠죠.

7. 사이트 폐쇄
5와 6도 쉽지 않을 경우에 극단적 단계의 결정입니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피의자를 검거하기 어렵다거나 피해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면 폐쇄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여기까지 실행하려면 구체적 입증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8. 본질적 해소
사람들은 무언가 틀렸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을 모욕하는데 누구나 시간을 쏟지는 않습니다. 그 기저에는 삶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 거고, 일베는 그게 표출되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죠. 사회적 불평등이란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제대로 처방하는게 필요합니다. 그러면 개개인의 분노는 바르게 표현되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점점 사라질 거고요. 그러니 과도기적인 대응과 함께 근원적인 해결을 고민해야 옳습니다. 

쓰고 보면 너무 당연해서 민망한 말들인데, 정리하는 의미도 있으니 포스팅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