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시는 고 김영태 시인이 김수영을 추모하며 쓴 시입니다.

그 시에 김영동이 가락을 덧대서 만든 노래입니다.

참 묘한 맛이 납니다.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만, 이 시는 참 좋아합니다.

김영동의 노래에는 양금(맞나요? 쇳소리라는 가야금)을 참 잘 씁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Once upon time in America>에 보면 만돌린을 사용한 곡 <Poverty>가

있는데 만돌린으로 그렇게 슬프고 비장한 맛을 내는 그 솜씨가 놀라울 따름인데

김영동의 양금도 그런 맛이 있습니다.  청춘때 김영태 시인의 책(무슨 평론집)을 몇 권 본적이

있었는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그가 그린 그림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항상 안빗은 꼬실머리에 술취한 듯의 사람 얼굴이, 그 머랄까,  트레이드 마크와 같이

진짜 자유로운 인문주의자라고나 할까.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는데 오래전에 별세를 하셨네요.

 

자,  참고 한번 들어보세요. 그리고 아래에 이 시의 전문이 있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객초>라는 시집을 저도 한번 보고 구해보고 싶었는데 절판....

중고가격이 20만원쯤 된다네요. 그래도 그때 활판인쇄로 찍은 판본은 없으니.

시집은 뭐니 뭐니 해도 그 인쇄 글씨가 활판자국으로 인하여 쑥 들어가 있는 책이

제 맛이죠.  페이지 뒷면에서 그 앞면의 글씨가 거꾸로 비쳐지는 고 맛 ㅎㅎㅎ..

 

 자 드뎌 내일 심판의 날이 오는데, 마음도 고르실 겸, 이 노래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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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무덤 -- 金洙暎 祭日에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怯)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瞳孔)아래 파리똥만한 점(點)도 찍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道化師)만 그리다가

요즘은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丹靑)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題字)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四肢)를 나무래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 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