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현실의 얘기를 했습니까?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호남차별의 사건을 두고 말했습니까? 그 가해자 영남인, 그 피해자 호남인, 그 피해자가 출신지역을 이유로 어떤 실질적인 차별이나 언어폭행을 당한 실제 사건을 앞에 두고 말했습니까? 상황이 그럴때는, 이미 토론의 문제가 아니죠. 법적 처벌을 검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이런 순간에 조차 제가 명시적인 가해자 영남인을 싸고 돌면서, 가해자 영남인의 사정만 구구절절 늘어놓고 있다면 그때는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싸죠. 그때는 님이나 유인구님이 하는 말이 다 맞을 뿐더러, 저 역시 입도 벙긋 안했을 겁니다. 그러니 자꾸 맥락을 그렇게 엮지 마시고요..

2.

명백하게 지역차별에 해당하는 발언들에 대해서도 거의 인식을 못하면서 넘어가는 장면들은 꽤 많았고, 사실 그런 말 한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걸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대개는 그게 그 사람의 언어습관 쯤이라고 이해하면서 넘어갔죠. 그게 도가 지나쳐서 누군가가 문제삼지 않는 다음에는..

그거 왜 그랬습니까? 그 사람이 진짜 누군가를 차별하겠다는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한 게 아니라 걍 정치적 울분을 그런 식으로 풀고 해소하고 또 이곳 자체가 그런 소소한 재미를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녔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 발언을 두고 정색을 하면서 그게 지역차별한 거 아니냐?고 묻는 게 우스울 정도가 되었는데..

그러니 그렇게 짐작을 하고 보아 오다가 최근에 갑자기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아주 사람을 잡을 듯이 구는 피노키오님의 모습이 이해가 안가서 제가 댓글 단 거였습니다. 좋다, 갑자기 들이댄 그 엄격한 잣대에 기준해서 아크로 역사를 한번 돌아보자, 그러면 지금 그런 식으로 까칠하게 구는 피노키오님이 왜 그동안은 가만 계셨나? 본인이 자각을 못했다면, 상대도 지역차별 문제에 그만큼 자각을 못할 수가 있는 거고 특별히 악의를 가지고 접근한 게 아닌 이상 최대한 선의로 대하면서 아크로 내에 합류할 수 있게 끔, 그래서 의견을 더 나눌 수 있게 끔 배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겁니다. 님이 운영자이시기 때문이 더 그런 면을 기대한 것도 있고요..

그리고 여기서도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논쟁하다가 열받으면 온갖 쌍소리가 다 나옵니다. 그 순간에는 지역차별, 인종주의 수사, 그런 거 구분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 하죠. 어떻게든 상대를 더 열받게 하려고 듣도보도 못한 기발한 욕들을 동원하면서 두번 다시 안볼 사이 처럼 싸워대는데 몇번 그런 장면들을 보고 나면 사람이 열받으면 못할 소리가 없다는 사실도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한 욕, 그때 한 온갖 저주의 말들이 그 사람의 성격의 일부이긴 하나 또 그것이 그 사람의 인격 전부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자고 나면 다시 말짱한 소리들을 하니까요. 그래서 툭 던진 한마디로는 누군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 우리가 각자의 경험속에서 숱하게 확인해 봤을 터인데..

그렇다면 왜 이미 이곳에서 적용되고 있는 그 규칙을, 그림자님께는 적용을 안하시냐고 묻는 겁니다. 일베를 보고 웃었다. 물론 기분은 나쁘죠. 눈길이 곱게 안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이 정말 나는 일베의 반사회적인 가치관에 동의하는 호남차별주의자!라는 선언으로 읽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합니다. 이 사람이 한 말의 전후를 살필 때 분명하게 드러나는 의도와 목적이 님이 말한 그 4번에 있어야지만 님의 분노가 온전히 이해가 된다는 소립니다. 하지만 어떻게 읽어도 이분의 진의가 4번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세상사가 시시비비에 따라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아는 한국형 보수주의자이자, 호남차별 문제는 거의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이 문제에 대단히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구나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뭐 근데, 이게 (섭섭할 수는 있어도)누군가에게 욕먹어야 할 이유는 아니잖습니까?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그 부족한 부분은 여기서 채워가면 되는 거고, 사실 이곳이 그러라고 만들어 논 공론장인데..

몇번을 말했습니다만, 제가 싫은 건 영남(혹은 영남사람)이 욕 듣는 게 아닙니다. 첫째는, 선의로 해석하면 되는 것을 지나치게 악의로 해석해서 이 공론장에 있는 누군가를 부당하게 갈구는 게 싫은 겁니다. 그게 어느지역 사람인가는 사실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데 이곳에서 욕하는 분들이 거의 언제나 영남-을 입에 달고 욕을 하시니 자꾸 제가 영남편을 드는 것 처럼 보이는 것 뿐이고..

둘째는, 그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후에, 다시 준엄한 표정을 한 채 지역차별이 어쩌니 저쩌니 떠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싫은 겁니다. 가령 누군가가 개쌍도를 입에 달고 욕을 실컷 하다가(혹은 그런 욕은 못본 척 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준엄하게 바꾸고는 남의 사소한 허물은 가장 엄밀한 현미경으로 들춰보려 한다면, 저는 그게 싫은 겁니다. 그게 자기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전형적으로 얄미운 행동이니까요. 그래서 누가됐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그 좋은 의도를 읽으려 들다가도, 삐딱하게 너는? 역지사지 좀 해보지? 이런 식으로 말이 새나가는 편인데..

영호남 문제를 두고, 사실상 제가 늘 이런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님들에게 까인 거죠. 호남에 대한 감수성이 더럽게 없어 보인 거겠고..그러니 저도 제가 까인 이유는 잘 알고 있습니다.

덧: 

논쟁하자고 쓴 거 아니니 그런 의도로 읽지는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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